동탄 556

길 위의 고단함_20200410

잠시 나간 산책길에서 길 위 생명의 고단함을 헤아린다. 초보 애묘인이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과 함께 한 생명이라면 분명 공존공생하는 숙명과 더불어 이로운 부분이 훨씬 많을 터. 그럼에도 길로 내몰린 가련한 생명들에 동정 이상의 박애 정신은 발휘하지 못했다. 산책 삼아 밥 한주먹 담아서 반석산으로 향했고, 냥이 마을에 도착할 즈음 석양이 서편 마루에 걸렸다. 도착 했을 때는 냥이 마을이 텅비어 발걸음을 돌릴까 하다 녀석들을 부르자 몇 번 봤다고 어디선가 몇 녀석이 달려왔다. 위계 질서가 엄격함에도 늘 먼저 먹는 녀석이 배부른 만큼 가장 순둥이한테도 밥을 봉투째 내밀자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맛나게 먹는다. 너무 약하고 소심하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돌아서는 길에 늘 마음에 걸린다. 냥이들과 헤어진 뒤..

냥이 마을_20200409

코코 식사를 나눠주고 잠시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힌다. 앞서 식사를 주신 분이 넉넉하게 쟁여 둔 덕에 한 녀석도 빠짐없이 끼니를 채우고도 남았다. 예년처럼 외출과 여행이 신중한 만큼 횟수는 부쩍 줄어 반사적으로 야간의 조용해진 틈을 이용하거나 평일 사람들이 뜸한 기회를 이용하게 되는데, 코로나19가 누그러질 때까지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기며 나로 인한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해야지. 그런 의미로 냥이 마을 여행은 갑갑한 마음의 멋진 해소를 제공해준다. 불편이 익숙해지면 일상의 수준이 되지만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챙기고 되뇐다. 냥이 마을에 구내식당. 녀석들만의 식사 서열이 있어 그걸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가장 경계심이 많고 겁이 많아 형제들이 다 먹은 뒤에야 귀를 쫑긋 세..

반석산에서 기분 좋은 야경 산책_20200404

정적이 무겁던 이 도시가 해가 지날수록 야간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녁에 집을 나서 습관적으로 불빛을 따라 걷던 중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도리어 반갑다. 가장 만만한 반석산 둘레길을 선택, 익숙한 길을 따라 등불도, 봄소식도 피어나 방긋 웃어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둘레길을 걷다 처음 한숨 돌리는 곳은 오산천 방향 전망데크로 오산천 너머 여울공원은 환한 가로등 불빛이 무한할 만큼 적막하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울 때, 바로 이 순간이다. 벚꽃이 한창인 산책로엔 밤에도 드물긴 하지만 인적은 쉽게 눈에 뜨인다. 둘레길을 걷다 가장 지속적인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 번째 나뭇잎 전망데크에서 도착하여 습관처럼 한숨 돌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동탄 일대는 꺼지지 않는..

일상_20200404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카메라 잡은 김에 베란다에 봄소식도 짧게 찍어봤다. 종류가 꽤 많은데 다른 꽃들은 아직 깊은 잠을 떨칠 기미만 보여 보란 듯이 화사하게 만개한 가장 부지런한 녀석의 소식만 담는다. 특정 컬러만 포착했는데 나쁘지 않다. 아니, 도리어 더 감각적으로 표현될 때가 더 많다. 단풍 싹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건 냥이가 이빨로 검수했기 때문. 새 이파리를 얼마 전 틔웠지만 녀석이 하나를 뚝딱 따서 몸보신 한 덕에 조금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계절의 소식은 반가울 뿐이다. 낮 산책 때 버스정류장 부근을 지나면서 유독 벚나무 하나에 참새들이 모여 조잘거리며 한데 어울린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과 미약한 바람에 나풀거리는 꽃, 거기에 참새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봄꽃 가득한 길을 거닐며_20200402

봄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꽃과 새로 피어나는 녹색과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흔하게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에서 조차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다. 퇴근길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로 사람들이 흔히 외면하는 가로수를 한 올 한 올 시선으로 챙기던 사이 부쩍 길어진 낮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밤이 젖어들었다. 지금까지 감동에 너무 무심했던지 길가에 늘 오고 가는 계절에도 홀로 감동을 오롯이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란 녀석이 늘 무심하다 지만 만약 시간이 옭아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감동의 역치도 없었을 것을. 평소 발길이 뜸한 국제고등학교 인근 거리에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해졌다. 국제고등학교를 지나 사랑의 교회 옆 인도로 걷던 중 만난 들꽃의 빛결. 사랑의 교회 앞 정원에도 봄이 완연하..

봄이 내려앉은 흔적_20200326

싱그러운 봄의 조화로움으로 모든 생명이 무사히 지나간 고난에 대한 안도와 함께 움츠린 기지개를 켠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 자욱할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동감은 그래서 더 돋보이고 반갑다. 내가 사는 고장도, 머나먼 지역도 봄은 늘 같은 행보를 걷지만 천차만별의 각양각색을 일깨운다. 늘상 부는 바람도 각별하게 만드는 봄, 모든 계절이 사이좋게 오고 가는 대한민국은 이래서 숭고하고 아름답다. 작은 병아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은 개나리는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이면 보이지 않던 애정이 넘친다. 산수유꽃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열매가 약이 되는 건가? 복합문화센터의 정취에서 봄의 싱그러움과 나른함이 느껴진다.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어느 누군가의 선행이 끊이질 않고, 이 가련..

일상_20200315

일 년 중 대기가 청명한 날이 그리 많지 않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맑은 봄의 대기가 그토록 소중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어김없이 계절의 화사함에 이끌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언제 다시 맞이 할지 기약 없는 귀한 손님 같다. 더불어 겨울색 짙은 황량한 대지에 이따금씩 뚫고 나오는 봄의 전령사가 눈부신 시기다. 산수유가 겨우내 참아왔던 꽃망울을 터트려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는 시기다. 반석산 둘레길로 향하며 공원 한켠에 다수의 산수유가 미세한 봄의 훈풍에 손짓을 한다. 가장 반가운 봄의 전령사 중 하나가 진달래 되시겠다. 반석산에는 이런 진달래가 군락지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피어 있어 겨울색이 짙은 산에서 그 눈부심이 증폭된다. 반석산에 생강꽃이 있다니... 전망데크로 가는 둘레길 여기저기에 진달래는 ..

새벽 여명_20200314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초까지 얼마만인지 모를 만큼 대기가 맑아 아침 여명의 빛결이 무척이나 곱디고웠다. 심연의 바다가 놀랄세라 오렌지 물감을 살포시 풀어 잔잔히 어우러지는 어울림인 양 빛깔의 경계를 규정 지을 수 없었다. 무보정 자체로도 가슴 벅찬 하루의 시작을 실감케 한다. 청명한 하늘을 보는 게 얼마만일까? 파랑새는 곁에 있었던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처럼 일상이었던 청명한 하늘이 이제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