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559

냥이 마을_20200417

이번엔 평소에 비해 많은 양을 챙겨 갔는데 늘 보이던 냥이들이 보이질 않았다. 뭔 일이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그리 큰 변화는 없는데. 어디선가 냥이들이 한 둘 모이기 시작해서 가까이 있던 녀석들이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온다. 밥이 오면 두 녀석이 가장 먼저 입을 댄다. 치즈 얼룩과 얼룩 두 녀석은 이내 친해져 이제는 녀석들이 제법 반갑다는 표현으로 몸을 문지른다. 처음에 비해 경계는 많이 풀렸지만 요 쪼꼬미 녀석은 아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데 비해 밥은 용케 알고 달려와 두리번거린다. 행여 다른 녀석들이 올까 싶어 여기에 따로 밥을 넣었는데 얼룩이가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싶어 다가와 몇 입 먹는다. 배부른 자의 여유. 나무 가지에 얼굴을 비비는 표정이 익살 맞으면서도 귀엽다. 여기 모여사는 녀석들..

봄꽃 따라 번지는 핑크 퍼레이드_20200417

봄의 정점에서 전령사들이 잠자고 있던 봄을 일깨워 길게 기지개를 켠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의 진면목이 그토록 오랫동안 깊은 잠을 깨며 화사한 소식들을 알차게 준비해 왔다는 이치가 오묘한 싹을 틔울 줄이야. 들판에 피는 허투루한 야생화 조차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을 드러내며 흐르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양분 가득한 봄의 기운을 먹고 하나둘 자리를 박차고 세상 나기를 하는 존재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왜 숭고하고 거룩한지 새삼 재확인하게 된다. 냥이 마을에 들렀다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야외음악당으로 방향을 정하고 걷는데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는 봄이지만 벌써 화려한 예고 한다. 복합문화센터 방향으로 내려오면 영산홍도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데 이 또한 진한 핑크빛을 탄생시킨다. 매혹적인..

2층 광역버스 첫 승차_20200411

아마도 기억엔 이 날이 처음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1층 버스가 주류를 이루어 지나다니는 2층 버스는 간혹 보긴 했어도 동탄 광역버스에 도입 되었단 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드뎌 탈 수 있는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져 룰루랄라 하면서 2층으로 전력 질주를 했고, 다행히 맨 앞자리는 비어 있었다. 기존 버스가 디젤을 연료로 사용해서 승차감이나 진동은 확연히 좋아졌는데 문제는 좌석간 거리가 좀 짧고 가장 치명적인 건 등받이가 거의 젖혀지지 않아 한 자리에 앉아 오래 버텨야 되는 서울 외곽 특성상 불편할 수 있겠다. 그래도 첫 날의 그 기분, 터널이나 톨게이트 천장에 부딪힐 거 같은데 묘하게도 통과되는 걸 보면 버스가 조금 덜컹이거나 통통 튀어 버리면 영락 없이 헤드샷 될 수 있겠다. 또한 한남고가나 동탄나들..

길 위의 고단함_20200410

잠시 나간 산책길에서 길 위 생명의 고단함을 헤아린다. 초보 애묘인이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과 함께 한 생명이라면 분명 공존공생하는 숙명과 더불어 이로운 부분이 훨씬 많을 터. 그럼에도 길로 내몰린 가련한 생명들에 동정 이상의 박애 정신은 발휘하지 못했다. 산책 삼아 밥 한주먹 담아서 반석산으로 향했고, 냥이 마을에 도착할 즈음 석양이 서편 마루에 걸렸다. 도착 했을 때는 냥이 마을이 텅비어 발걸음을 돌릴까 하다 녀석들을 부르자 몇 번 봤다고 어디선가 몇 녀석이 달려왔다. 위계 질서가 엄격함에도 늘 먼저 먹는 녀석이 배부른 만큼 가장 순둥이한테도 밥을 봉투째 내밀자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맛나게 먹는다. 너무 약하고 소심하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돌아서는 길에 늘 마음에 걸린다. 냥이들과 헤어진 뒤..

냥이 마을_20200409

코코 식사를 나눠주고 잠시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힌다. 앞서 식사를 주신 분이 넉넉하게 쟁여 둔 덕에 한 녀석도 빠짐없이 끼니를 채우고도 남았다. 예년처럼 외출과 여행이 신중한 만큼 횟수는 부쩍 줄어 반사적으로 야간의 조용해진 틈을 이용하거나 평일 사람들이 뜸한 기회를 이용하게 되는데, 코로나19가 누그러질 때까지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기며 나로 인한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해야지. 그런 의미로 냥이 마을 여행은 갑갑한 마음의 멋진 해소를 제공해준다. 불편이 익숙해지면 일상의 수준이 되지만 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챙기고 되뇐다. 냥이 마을에 구내식당. 녀석들만의 식사 서열이 있어 그걸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가장 경계심이 많고 겁이 많아 형제들이 다 먹은 뒤에야 귀를 쫑긋 세..

반석산에서 기분 좋은 야경 산책_20200404

정적이 무겁던 이 도시가 해가 지날수록 야간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녁에 집을 나서 습관적으로 불빛을 따라 걷던 중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도리어 반갑다. 가장 만만한 반석산 둘레길을 선택, 익숙한 길을 따라 등불도, 봄소식도 피어나 방긋 웃어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둘레길을 걷다 처음 한숨 돌리는 곳은 오산천 방향 전망데크로 오산천 너머 여울공원은 환한 가로등 불빛이 무한할 만큼 적막하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울 때, 바로 이 순간이다. 벚꽃이 한창인 산책로엔 밤에도 드물긴 하지만 인적은 쉽게 눈에 뜨인다. 둘레길을 걷다 가장 지속적인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 번째 나뭇잎 전망데크에서 도착하여 습관처럼 한숨 돌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동탄 일대는 꺼지지 않는..

일상_20200404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카메라 잡은 김에 베란다에 봄소식도 짧게 찍어봤다. 종류가 꽤 많은데 다른 꽃들은 아직 깊은 잠을 떨칠 기미만 보여 보란 듯이 화사하게 만개한 가장 부지런한 녀석의 소식만 담는다. 특정 컬러만 포착했는데 나쁘지 않다. 아니, 도리어 더 감각적으로 표현될 때가 더 많다. 단풍 싹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건 냥이가 이빨로 검수했기 때문. 새 이파리를 얼마 전 틔웠지만 녀석이 하나를 뚝딱 따서 몸보신 한 덕에 조금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계절의 소식은 반가울 뿐이다. 낮 산책 때 버스정류장 부근을 지나면서 유독 벚나무 하나에 참새들이 모여 조잘거리며 한데 어울린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과 미약한 바람에 나풀거리는 꽃, 거기에 참새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봄꽃 가득한 길을 거닐며_20200402

봄이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꽃과 새로 피어나는 녹색과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흔하게 부는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에서 조차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다. 퇴근길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로 사람들이 흔히 외면하는 가로수를 한 올 한 올 시선으로 챙기던 사이 부쩍 길어진 낮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밤이 젖어들었다. 지금까지 감동에 너무 무심했던지 길가에 늘 오고 가는 계절에도 홀로 감동을 오롯이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란 녀석이 늘 무심하다 지만 만약 시간이 옭아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감동의 역치도 없었을 것을. 평소 발길이 뜸한 국제고등학교 인근 거리에 어느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해졌다. 국제고등학교를 지나 사랑의 교회 옆 인도로 걷던 중 만난 들꽃의 빛결. 사랑의 교회 앞 정원에도 봄이 완연하..

봄이 내려앉은 흔적_20200326

싱그러운 봄의 조화로움으로 모든 생명이 무사히 지나간 고난에 대한 안도와 함께 움츠린 기지개를 켠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 자욱할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동감은 그래서 더 돋보이고 반갑다. 내가 사는 고장도, 머나먼 지역도 봄은 늘 같은 행보를 걷지만 천차만별의 각양각색을 일깨운다. 늘상 부는 바람도 각별하게 만드는 봄, 모든 계절이 사이좋게 오고 가는 대한민국은 이래서 숭고하고 아름답다. 작은 병아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은 개나리는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이면 보이지 않던 애정이 넘친다. 산수유꽃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열매가 약이 되는 건가? 복합문화센터의 정취에서 봄의 싱그러움과 나른함이 느껴진다.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어느 누군가의 선행이 끊이질 않고, 이 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