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무겁던 이 도시가 해가 지날수록 야간 산책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녁에 집을 나서 습관적으로 불빛을 따라 걷던 중 간헐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도리어 반갑다.
가장 만만한 반석산 둘레길을 선택, 익숙한 길을 따라 등불도, 봄소식도 피어나 방긋 웃어줘 피로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둘레길을 걷다 처음 한숨 돌리는 곳은 오산천 방향 전망데크로 오산천 너머 여울공원은 환한 가로등 불빛이 무한할 만큼 적막하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울 때, 바로 이 순간이다.
벚꽃이 한창인 산책로엔 밤에도 드물긴 하지만 인적은 쉽게 눈에 뜨인다.
둘레길을 걷다 가장 지속적인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 번째 나뭇잎 전망데크에서 도착하여 습관처럼 한숨 돌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동탄 일대는 꺼지지 않는 불빛이 점점 암흑을 대체하여 들어찬다.
반석산 팔각정으로 향하는 텅 빈 산책로는 그나마 불빛이 앉아 있어 덜 외롭다.
노작문학관과 이어지는 무장애 데크길은 언제나처럼 환하다.
기분을 간지럽히는 살랑바람에 나뭇가지도 덩달아 살랑 거린다.
복합문화센터 야외 음악당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중, 그래도 봄으로 인해 행복의 적막이 졸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매화를 눈부시게 굴절시킨다.
봄이 완연한 시기지만 한기가 살짝 드는 만큼 옷 하나 더 걸치면 일 년 중에 활동하기 최적인 짧은 시기 중 하루, 낮과 달리 매일 한 발자욱 다가서는 봄이 고요한 밤과 어울려 멋진 시구와 비교될 만큼 낭만이 출렁인다.
어느새 길을 걷던 사람들이 점점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거리는 봄의 익살이 충만하다.
지나는 길에 빈번히 마주쳤던 냥이들의 터전, 소위 냥이 마을에 들러 미리 챙겨온 밥을 그릇에 담아 주자 어디서 나왔는지 몇 마리가 나타나 서열대로 밥을 먹었다.
코코가 먹던 로얄 캐닌 키튼을 10kg짜리 사놓은 이유가 밥에 대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인데 앞서 녀석들을 만났던 이후 염두해 둔 분량이라 넉넉하게 가져온다고 했지만 이렇게 많은 냥이들이 모여 사는 줄 몰랐고, 다행히 간당간당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도 몇 번 봤다고 처음과 달리 경계심은 많이 줄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녀석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되겠다.
가뜩이나 야외에 걷기 기분 좋은 날씨와 더불어 녀석들과의 만남을 통해 첫 식사로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은 자연 가벼울 수밖에 없는 산책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갈증을 달래고 방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녀석이 나타났다!
다시 깜놀하다 녀석을 달래어 야간 산책에서 낚아챈 기분 좋은 느낌을 손에 실어 스담스담해 주자 녀석도 덩달아 기분 좋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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