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점에서 전령사들이 잠자고 있던 봄을 일깨워 길게 기지개를 켠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의 진면목이 그토록 오랫동안 깊은 잠을 깨며 화사한 소식들을 알차게 준비해 왔다는 이치가 오묘한 싹을 틔울 줄이야.
들판에 피는 허투루한 야생화 조차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을 드러내며 흐르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양분 가득한 봄의 기운을 먹고 하나둘 자리를 박차고 세상 나기를 하는 존재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왜 숭고하고 거룩한지 새삼 재확인하게 된다.
냥이 마을에 들렀다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야외음악당으로 방향을 정하고 걷는데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는 봄이지만 벌써 화려한 예고 한다.
복합문화센터 방향으로 내려오면 영산홍도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데 이 또한 진한 핑크빛을 탄생시킨다.
매혹적인 핑크의 연이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야외음악당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쉰들러 기법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도 누려봐야지.
카메라가 잡아낸 핑크가 봄을 대변하듯 순수한 봄을 퍼트린다.
굳이 보정하지 않아도 색결이 곱기만 하다.
진달래꽃이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신록을 틔운다.
넌 뭐길래 이렇게 희한하게 신록의 싹을 틔우니?
진달래 꽃잎이 떨어질 때면 다음 핑크 세상을 밝힐 영산홍이 꽃잎을 열어젖히며 바로 자신이 주인공이라 외치는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핀 제비꽃도 몸을 낮추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다.
봄이 태어나는 숲 너머 석양이 기운다.
야외음악당에서 노작 마을 방면 노인공원과 연결되는 산길 어귀에 꽃복숭아 몇 그루가 진득한 핑크빛 손짓을 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틔워 옹골찬 꽃잎을 볼 수 있는데 어찌 한 자리에 몇 그루가 모여 오손도손 지내는 걸까?
게다가 봄꽃들 중 대표 격인 진달래를 필두로 유독 핑크빛을 가진 꽃들이 많아 겨울 자취가 남은 봄의 대지에 더욱 신선한 파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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