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559

일상_20191229

하루가 지나 초저녁 무렵에 전날처럼 반석산 둘레길을 같은 경로로 걸었다. 다만 달라진 건 화창하던 날씨가 얇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로 바뀌었다는 것.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걷다 전망데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여전히 초저녁시간이라 도시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동탄 1과 2 신도시 사이 꽤나 너른 공간은 허허벌판이라 깊은 암흑 바다 같았다. 노작공원 방향으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리막길 도중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었다 가고 싶지만 빗물이 흥건해 그냥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고, 하루 만에 멧돼지에 대한 공포는 사라져 버렸다. 둘레길을 통틀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중 몇 손꼬락 안에 드는 괜춘한 곳이다.

일상_20191225

성탄절의 설렘보단 늘 맞이하는 휴일 중 하루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어느 계절이든 각각의 매력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겨울이나 여름이 되면 마음과 달리 몸은 위축되어 정적으로 바뀌고, 이내 익숙해져 버렸다. 느지막이 집을 나서 여울 공원으로 천천히 걸어가 모처럼 공원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나무를 만났다. 겨울이라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나무가 가까이 있는 북쪽 공원 입구로 들어서 나무를 한 바퀴 둘러보자 그제서야 서쪽으로 기운 석양이 눈에 띄었다. 언제 보더라도 나무의 기품은 변함이 없고, 가지를 지탱하는 기둥이 옆으로 뻗은 나무 가지를 지지하고 있었다. 나무를 잠시 둘러보고 오산천을 따라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파트 건물 사이에 걸린 석양이 보인다. 휴일 ..

겨울 마법으로의 초대, 겨울 왕국2_20191210

일찍 퇴근하는 날에 맞춰 종종 들리게 되는 상영관도 근래 발길을 끊은 만큼 귀찮아졌다. 그러다 올해 마지막 달을 맞이하야 각종 영화 상영권을 끄집어내어 정리해 본 결과 올해까지 유효한 쿠폰이 비교적 많았고, 그걸 빌미로 예전 동탄스타CGV 였던 메가박스로 총총히 향했다. 조금 촉박하게 가지 않으면 상영 시각이 늦어질 거 같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메타폴리스가 한 위용을 자랑하고 계신다. CGV 무료 관람권도 꽤나 많았지만 오늘 선택한 영화는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나 이제는 열기가 한풀 꺾인 겨울왕국2로 메가박스 시각이 안성맞춤이라 조금 더 걷게 되는 귀찮음을 물리치고 설레는 마음 안고 열심히 걸어 겨우 시각을 맞출 수 있었다. 형 만한 아우가 없는 건 대부분 통하는-완전히 통하..

일상_20191115

이른 귀가에 맞춰 아마도 이번 가을의 마지막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이 구도에 서서 우산을 쓴 채 한 참을 서 있었다.어느새 사라진 멋진 컷의 아쉬움과 함께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올해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허전함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절정의 가을과 달리 이미 낙엽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아 구슬픈 빗줄기가 달래 준다. 가을을 향기롭게 만들던 단풍도 이제 이 비가 그치고 찬바람이 불면 낙엽이 될 운명이다.꽃은 후각이 향그롭지만 단풍이 시각이 향그롭고, 그에 더해 기억 속에 추억을 향그롭게 만든다.그래서 가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