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4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

이 시절의 마지막 캠퍼스_20180626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순간은 늘 시작과 다른 두려움과 아쉬움을 남긴다.일상의 타성에 젖어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 그냥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는 습성으로 하루늘 넋 놓고 기다리다 괜한 미련이 자극되어 캠퍼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 머리가 느슨해 진 틈을 타고 쏜살같이 줄달음치곤 어느새 장마전선을 끌고 와서 감당할 수 없이 잔혹한 시련의 씨앗을 퍼트리고 달아나 버렸다.한 걸음 더듬고 소화 시키기도 전에 한달음 성큼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까마득한 꼬리의 자취만 아득히 보인다.캠퍼스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위태롭던 초봄에 학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한 내 기억의 창고 안에 머무르는 비는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린 꽃 만..

언젠가 끝나는 시간들_20180620

학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대구역 광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노을이 아름답다. 첫 강의 참석 때 동대구역 하늘의 석양과 비교해 보면 어차피 같은 하늘에 같은 석양으로 구름이 타오르겠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하늘이 알고 더욱 붉게 타들어간다. 겨울색 짙던 캠퍼스의 앙상한 나무들은 어느새 녹색 울창한 신록을 만개시켜 빼곡한 숲을 만들고, 더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햇살을 완전히 차단시켜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구 더위를 잊으라며 편안한 휴식을 도와줬다.교육기간 동안 복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참 많았고, 업무와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어찌 다른 사람들한테 실토할 수 없어 이 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위안 삼곤 했는데 이제는 정든 작별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모든 선택한 일들이 어찌 나쁜 일..

캠퍼스 생활 3개월_20180619

3월 14일 오리엔테이션이긴 하지만 대구 캠퍼스에 첫 발을 들인 후 3개월 남짓 지났다.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휴일이 끼어 있던 해당 주를 제외 하면 대부분 매주 마다 대구를 내려와 하루 10시간 이상, 이틀 꼬박 빼놓지 않고 강의를 듣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했는데 그간 많은 굴곡과 추억 거리가 있었고, 늘 처음 시작이면 언제 지루한 날들이 마무리 될까 생각했던 상투적인 마음가짐이 이제는 그리움으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우이기도 한 웅지시인의 자필 싸인을 받으려니 집필자가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에 홍조가 살짝 띄인다.그래도 미리 준비를 했던지 가방에서 붓펜을 꺼내 능숙하게 싸인을 휘갈기며 감사하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극단적으로 동적인 주짓수와 반면에 극단적으로 정적인 시 집필이라...도전치곤 쉽지 않..

강의 전 날에 먹는 막창_20180618

2주 막판으로 흘러간 강의를 앞두고 여전히 하루 일찍 도착하여 지인을 만나 조촐하게 막창을 곁들인 소주 한 사발 때린 날이다.숙소는 인터불고 호텔 예약을 놓쳐 인근 동촌유원지에 어느 깔끔한 모텔이었다.보통 모텔들, 특히 동대구역 인근 모텔들은 대실 손님으로 인해 밤 늦은 시간부터 체크인이 가능한데 동촌유원지에 강의 시작 전날 몇 번 숙소로 잡은 알토모텔은 일반 호텔처럼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여 역시나 이 모텔로 하루 숙박을 잡았다.게다가 동촌유원지 특성상 먹거리 넘쳐나, 강 인근이라 전망-실제 내가 잡은 방은 강을 볼 수 없는 위치-이고, 방도 넓직하니 왠만한 숙소로 잡았던 모텔이나 호텔보다 공간이 컸다. 지인을 만나러 가는 막창집은 숙소와 가까이 있는 곳으로 막창집이 맞나 싶을 만큼 넓고 깨끗하고 인..

분주한 무당벌레_20180530

학업으로 영진전문대학에서 강의 이틀째 되던 날, 각종 피곤과 심란한 머릿속 잡념으로 사진은 전혀 남겨 두지 않고 있던 때, 앉아 있던 벤치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든다. 어차피 친숙한 녀석이라 가만히 뒀는데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수차례 반복하다 한참 있다 날아가 버린다.이왕이면 사진 찍을 때 좀 가만히 있기나 하지.개인적인 심란한 일들과 날이 더워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던 시기라 사진이고 뭐고 마냥 귀찮다.그나마 생활에 작은 파문과도 같이 무당벌레를 보며 잠시나마 뜬금 없는 활력을 찾았다.

나무 터널길_20180516

학업 동안 캠퍼스 내에서 가장 잊지 못할 건 이런 나무 숲과 그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터널들이다. 나무도 꽤나 울창하고 컸지만, 있어야 될 자리에 모여 눈과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걸 어찌 잊으리~ 이 터널을 따라 벤치가 빼곡히 놓여져 있고, 학생들이 많을 땐 이 많은 벤치도 학생들로 빼곡히 점거 되어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일 주일에 이틀 동안 20시간 남짓 한 강의실에서 함께 해야 될 학우들과 시원한 그늘에 앉아 커피와 이야기 삼매경 중이다.2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있어 이 시간이 아니면 언제 이런 다양한 연령층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질까?그럼에도 커피 한 잔에 이렇게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것을. 6시가 넘어 석양이 서쪽으로 기웃거릴 무렵 운동장에서 ..

대구는 이미 봄으로 익었다_20180515

5월 중순이면 봄 재킷을 걸치고 출퇴근 하기 적당한 때이거늘 대구는 벌써 얇은 반팔 셔츠가 적당한 시기가 되어 버렸다. 햇볕이 따가운 건 둘째 치고 공기 자체가 벌써 훈풍이라 얇은 외투라도 걸치는 순간 땀이 등짝을 간지럽힌다. 캠퍼스 나무 숲은 이미 서로 햇살을 훔치려는 나무 가지들이 빼곡히 하늘을 막고 있어 울창해지기 시작하는 그늘이 생기면서 그 그늘 밑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위가 가까워졌다.오후 3시면 하루 중 가장 공기가 뎁혀진 때라 나무 그늘에 그 많은 벤치가 학생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학업 첫 날은 전 날 소주 한 사발에 늦은 도착으로 하루 종일 졸음이 밀려와 실제 하루 두 번 마시는 리터 용량의 커피도 효력이 없어 곤혹을 치렀다.가장 앞 줄에 앉아 하염 없이 허공을 향해 ..

캠퍼스에 핀 꽃_20180509

전날이 어버이날이었는데 오마니께 꽃다발 하나 사 드리곤 뒤늦게 전화 통화로 송구스러움을 달랬다.하루 10시간이 넘는 학업으로 일 주일 이틀이긴 하나 대구까지의 거리가 있어 이틀째 되는 날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2달 남짓 되어 가는 시점에 개인적인 복잡한 일들과 겹쳐 잠시 학업에 소홀한데 이 날도 괜스레 몇 분 의도적인 지각을 하며, 캠퍼스에 앉아 내리는 비와 바람 구경을 했다.영진전문대학은 오래된 학교이자 도심 속의 공원처럼 조경이 잘 되어 있고, 나무들도 나이가 제법 많은 편인지라 그 재미는 지친 학업과 생활에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캠퍼스 벤치에 잠시 앉아 방긋 웃는 꽃이 싱그럽다.

학업이 끝난 저녁 식사_20180508

전날 학업으로 하루 일찍 덜컹이는 무궁화호를 타고 경산으로 갔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조금 늦게 캠퍼스에 도착했다.학우 한 분이 저녁을 대접해 주시어 다른 술자리는 물리치고 바로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곱창찌개다. 초대해 주신 학우가 먼저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미리 자리를 뎁혀 놓으셨는데 도착하는 순간 주체하지 못하는 군침과 식욕에 허덕였다.새콤하게 익은 김치와 곱창이 만나 서로의 단점을 날려 준 조합이다. 내 짝꿍도 같이 초대 받았는데 워찌나 두 사람이 좋아했는지.기나긴 하루 학업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식사는 좋은 기분과 식욕이 배가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