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4

강과 다리 그리고 거울

이쁘고 반듯하고 정석적인 사진을 찍는 건 아직 어렵고 난해하고 귀찮기까지 하다.허나 여행을 가고 그 순간을 담고 회상하는 건 아직 짜릿하고 설레고 즐겁다.그러던 내게 사진도 귀찮지 않음을 알게 해 준, 그러잖아도 게으른 성격에 렌즈까지 신경 쓰는 건 내게 사실 어렵더라.물론 사진에 심취한 아마추어의 뒷모습을 보면 숭고하단 생각은 들지만 남의 이야기일 뿐 내 이야기는 아니라 여겼다.몇 년 전, 렌즈 교환식을 써보며 친해질 수 없는 관계였었고 마침 성능 좋은 니콘 똑딱이를 들이면서 단순히 여행의 흔적을 기록하는 도구에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근데 아이폰을 만지고 나서 부턴 지독히도 못난 놈처럼 도구 탓을 하다 아주 큰 맘 먹고 엑백스를 들였으니...참 이 녀석은 묘하다.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으면서 뿌듯..

대구 동촌을 가다, 요~

엑백스 들고 찾아간 금호강변 동촌.이번엔 단단히 준비해 들고 찾아갔다.삼각대에 오토 릴리즈와 필터를 끼고...앗! 근데 모기 퇴치기를 깜빡하는 불쌍사..그래서 인지 릴리즈를 누르고 있는 그 시간이 무쟈게 길게 느껴지고 그래서 불안하다.온 몸이 모기 녀석들의 타깃이 되려고 민소매 셔츠-나시보단 이 말이 더 맛있어 보인다옹-를 입은 덕택에 모기야 나 잡아 보셔~ 하는 거 같다.그래도 숙소로 다시 갈 수 없는 벱. 귀찮응께로~우선 강뚝에서 구름다리를 찍어 봤다.근데 유독 밝은 등불이 얄밉구먼. 혼자 독불 장군도 아니고 말씨.. 동촌역에서 유원지 방향으로...여전히 모텔과 술집의 불빛이 나를 알려 달라고 아우성 치듯 화려한 빛잔치 중이다.근데 잔잔한 강물에 비친 그 오색찬란한 불빛이 비단으로 수 놓은 듯 아름답..

세월을 돌릴 수 없는 흔적들

80년대까지 화려한 치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자태는 이제 퇴색되고 벗겨져 버렸다.바로 옆에 현대식으로 축조된 다리의 위세에 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월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나 싶다.예전엔 구름다리의 노출된 철제와 줄을 초롱불 같은 수 많은 전구로 치장했었는데 결국은 그 전구들도 하나 둘 꺼져 버렸고 이제 더 이상 전구의 생명에 관심과 관리라는 과거의 잣대마저 떠나버렸다. 세월의 파도에 이제 추억과 기억만 남아 있고 언젠가 그 기억과 추억도 바람에 서서히 쓸려 가겠지.하얀 보드에 정갈히 써 놓은 글씨와는 달리 부식되어 가는 흰바탕의 검버섯들과 굳게 닫혀 있는 철문으로 인해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다만 한 때는 화려했음을 넋두리하는 마지막 안간힘 뿐... 원래 ..

어떤 이는 길을 득도라 하였고어떤 이는 순례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예술이요어떤 이는 이동의 발자취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고난과 인생이라 하였고어떤 이는 해법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어떤 이들은 행복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고독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해탈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나락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희망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절망의 길을 거닐며어떤 이들은 여행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삶의 길을 거닙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모든 길을 함께, 아니면 한 번씩은 거닐지도 모릅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길이랍니다.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길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사람들의 추억은 항상 길에 서려 있다고들 합니다.세상의 변화는 길의 네트워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