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4

거대한 호수의 위용_20180507

어릴적 바다를 거의 구경하지 못한 내 눈엔 이 호수가 바다와 같이 넓고 웅장했다. 경산에서 등하교를 하는 내 짝꿍이자 절친 집이 이 부근이라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시절, 야생의 남매지는 늘 그 규모가 위압적이었는데 친구 따라 낚시를 왔다 한 마리도 못잡고 허탕을 치자 돌아가는 길에 황소개구리 한 마리 사서 신기한 듯 쳐다본 적이 있다.그 이후 가끔 남매지를 보긴 했지만 고향 떠나 거의 올 일이 없어 참으로 오랫 동안의 추억을 깨고 남매지를 만나 한 바퀴 돌았다. 어릴 적에 바다처럼 커 보이던 남매지는 성인이 되어 다시 그 자리를 밟아보니 상상으로 남아 있던 규모보다는 작았다.하긴 워낙 거대한 바다라 간주 했으니까.이 호수 자체는 작은 게 아니라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의 호수는 맞지만 추억에 반추해 보면 작..

춘곤증엔 장사 없다_20180502

강의 이틀 째 되는 날, 점심 식후에 쏟아지는 춘곤증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 내 짝꿍은 꿈나라에 무아지경이다.아주 건강한 체질에 성격 호탕한 친군데 역시 춘곤증 앞에선 무기력 해져 사진을 찍어도 모른다.뒤돌아 강의실을 한 바퀴 둘러 보니 역시 춘곤증에 제압당한 학우들이 넘쳐 난다.장사도 쓰러 뜨리는 춘곤증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다시 돌아온 학업_20180501

한 주, 아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금새 다가온 학업. 전날 대구에 대려와 쉬고 정신 없이 강의를 듣는 사이 벌써 반나절이 지나 젊은 학우들과 점심 먹으로 간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학교 주변 식당들은 점심 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대신 밥값은 아주 저렴해서 요렇게 차려진 불고기 백반 하나가 5천원이란다.물론 회사 부근에도 5천원 짜리 백반 집이 있긴 하나 늘 어떤 재료로 탄생했는지 모를 맑은 국과 인스턴트 반찬 4가지 정도.거기 비하면 이건 호사라 하겠다.20대 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우들과 우르르 몰려 점심 해치우고 커피 한 사발씩 손에 든 채 캠퍼스로 걸어가다 보면 막연히 이 시간도 그리워 할 것만 같아 늘 현재에 충실 할려고 애쓰는데 한창 머리 복잡한..

밤비_20180423

가족들은 제주로 떠나고 난 대구로 떠났다. 가족들은 여행을, 난 학업을. 예정대로 학업 하루 전에 대구로 내려와 동대구역을 빠져 나오는데 봄비치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퇴근 후 바로 내려온 터라 우산은 가방에 뒀는데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 몰랐다.얼른 잡아 놓은 숙소로 가야 되는데 이 비가 처량하기 보단 정겨운 이유는 뭘까?일 주일에 이틀 학업이 힘들긴 하지만 마치 일상의 일탈도 되기 때문이려나?

해가 떠난 캠퍼스_20180410

한 나절 가까운 학업이 아직은 남아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야외로 나와 저녁 하늘을 바라 보자 남아 있던 땅거미를 보며 그제서야 하루를 실감한다. 아무리 해가 길어졌다 지만 8시가 훌쩍 넘어 하루 강의가 마무리 될 듯. 그리하야 하루 강의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운동장 너머 캠퍼스 본관을 찍어 봤다.여전히 불빛이 켜져 있는 건 도서관이겠지?정신 없던 하루 일과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술 한 잔 해요_20180403

밤이 깊어서야 강의가 끝나고 친구 둘이 시간 맞춰서 경북대학교 북문 부근으로 찾아 왔다.대구 왔응께 막창 뽀개야 스것지?서울에도 요즘은 막창이란 녀석이 제법 확산 되어 마음만 먹으면 막창 집을 찾을 수 있지만 여전히 차이가 나는 건 터무니 없는 가격과 함께 구운 막창을 찍어 먹는 소스 차이.대구에 비해 서울은 30~50%가 더 비싸고 곁들여 먹는 소스는 그저 쌈장 정도 인데 반해 대구는 저렴하면서 약간 묽지만 달달하고 쪽파를 듬뿍 썰어 넣은 특제 소스가 있다.물론 본질이 가장 중요하듯 소스보단 막창이지만 거의 비슷한 막창이 확산된 반면 소스는 아직 차이가 많다.서울에서 4명 기준 5~6인분 먹을 정도면 대구는 8인분 이상, 게다가 덩달아 나오는 싸비스 품목도 푸짐하다.이러니 대구에서 막창은 단골 손님일 ..

봄은 남에서 북으로_20180403

서울을 비롯한 동탄은 여전히 벚꽃 봉오리가 터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대구는 벌써 만개해서 캠퍼스 하늘을 뒤덮었다. 4월 첫째 주 강의 참석차 여전히 퇴근 후 서울역에서 동대구역을 거쳐 전날 도착하여 푹 쉬고 캠퍼스로 왔다.따사로운 봄볕에 나풀거리는 벚꽃을 보면 같은 나라일까 싶을 만큼 중부지방과 만개일자가 꽤 차이 난다. 오전 등교 시간이 넉넉하여 캠퍼스를 둘러 보는데 어찌나 벚나무가 많고, 그런 만큼 꽃의 화사함에 눈이 매캐해 지는지... 절정을 지나 서서히 꽃잎을 떨구는 대구에서 중부지방 사람들이 그토록 동경하던 봄소식을 빨리 접하고 호사를 누리며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다.근데 확실히 대구는 벌써 봄의 정점에 다다른 듯 등짝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이 만개하는 봄은 이후 북쪽으로 옮겨 가며 닫혀 있던..

봄이 찾아드는 영진전문대_20180328

역시 남쪽 지방 봄은 빨리 찾아 온다.서울은 아직 종무소식인데도 대구는 봄 전령사들의 전성시대다.이미 지난 주 만개한 백합을 구경할 수 있었고, 이번 교육으로 와서 보니 개나리와 벚꽃이 보기 좋게 만개 했으니까 남쪽으로 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봄이 대구까지 올라와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반증이다.꽃을 보며 화려한 시를 짓는다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낭만파가 아니지만, 그래도 삭막한 겨울 풍경 사이에 이런 꽃을 보게 된다면 깡총거리고픈 낭만이 솟구치는 건 나만 국한된 본능이 아닐게다. 영진전문대는 설립된 지 비교적 오래된 학교로 알고 있는데 도심에 갖혀 낡은 콘크리트 담벼락 너머, 그리고 학교 인근 오래된 주공 아파트 울타리로 이런 개나리가 빼곡했고, 꽃이 펴서야 개나리로 알게 될 만큼 적당히 운치도..

야식, 대구 병천 순대국밥_20180327

이른 아침에 대구를 가는 길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교육이 있으면 항상 전날 내려 가게 된다.도착하면 늦은 밤이긴 하지만 거리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없어서 한층 수월하다.물론 동탄역에서 동대구역까지 SRT를 타게 되면 소요시간이 1시간 30분 남짓이라 액면상으로 본다면 별 거 없지만, 아침에 운행하는 열차는 출근 손님으로 만원에 이미 오래 전 부터 열차표가 매진되어 버렸다.이 쾌속 열차를 전적으로 믿었다가 만의 하나라도 매진 사태가 벌어지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수원 터미널을 이용한다면 고속버스 경우 3시간 30분은 족히 걸리고, 집에서 수원 터미널까지 시간을 고려한다면 4시간 반 정도 여유를 둬야 되는데 그러면 첫차를 타야 된다는 거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교육이 끝나는 날까지 이른 아침 잠을 완벽히 통제할..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_20180321

한 주에 해당되는 이틀 교육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밤에 끝나는 교육이라 마치 강행군 같은데 그나마 교육 시간을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잦은 등하교보단 이렇게 몰아서 하는게 나처럼 원거리 학생(?)에겐 훨 낫다.아침에 시작해서 9시 무렵 끝나 동대구역에 부랴부랴 도착하면 동탄행 SRT는 시간대가 어중간하다.아예 학우들과 인사도 배제한 채 택시를 타고 바로 온다면 모를까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을 거 같아 다음 열차를 예매하는데 그 텀이 1시간이 넘는다.택시비는 어차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슬하게 열차를 예매했다 놓치는 불쌍사가 생길까 싶어 모험보단 안전빵을 택하다 보니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사치스런 여유가 주어지는데 희안하게 교육으로 대구 오는 날 하루 정도는 잦은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하염 없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