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97

일상_20190309

미세 먼지로 맑음에도 찌뿌둥하던 나날들이 모처럼 안개 걷히듯 화사해진 대기가 반갑다.하늘이 되찾은 제 본연의 빛깔이 반가워 꽃샘 추위도 덩달아 반갑던 주말, 귀한 손님 맞이하러 가는 기분으로 나선다.더불어 연지곤지 찍은 고장의 새색시 마냥 봄기운 젖어든 계절이 향그롭다. 오산천 너머 잿빛 미세 먼지로 본래의 색을 빼앗겼던 하늘이 예의 그 고유한 빛을 되찾았다. 벚꽃 눈망울이 곧 찾아올 절정의 봄을 위해 꽃잎 향연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빛바랜 갈대는 남아 있지만 신록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다 때가 되면 고스란히 새로운 갈대를 위해 양보하겠지? 한결 같을 거란 하늘이 문명의 이기로 난색을 표하는 날이 빈번해지고 있다.봄이 오는 이 시기에 불청객 같던 꽃샘 추위가 이제는 효자인 양 미세 먼지가 장..

일상_20190106

휴일 점심에 채 가시지 않는 졸음에 상약 중에 상약은 바로 요 커피란 생퀴! 컬럼비아 수프리모와 케냐 AA를 마시다 간만에 유명 커피 브랜드 원두를 내려봤다.블랜딩이라 그런지, 아님 모처럼 미각의 기분 전환이라 그런지 겁나 맛있다.겨울 햇살이 강렬한 거실에서 따스하게 볕 쬐며 휴식을 음미하노라면 호강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들린 노작 공원은 호수만 꽁꽁 얼어 버린게 아니라 공원을 찾는 발걸음도 얼어 버렸다.

일상_20190105

겨울의 정점이라지만 작년 겨울에 비하면 아직은 포근한 편이다.그래서 주변 길을 걷노라면 내린 눈이 덩어리로 얼어 있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다 혹한을 대비해서 마련한 두툼한 패딩 재킷을 걸치는 일자가 거의 없다. 늘 그랬듯 노작마을에서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전망 데크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오산천과 그 너머 여울공원을 바라 본다.여울공원의 나이가 어려 아직은 앙상하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까지 쉼 없이 걷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라 앉히며 북녘을 바라보자 한 아파트 단지가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더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서고속도로의 시작점과 경부고속도로가 평행하게 북쪽으로 뻗어 있다.미세 먼지만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겨울의 청명한 대기 였을 터. 낙엽 무늬 전망 데크 초입의 이정표 앞이 트인..

새해 첫 나들이_20190101

아버지 제사로 가족들이 삼삼오오 한 데 모였다.늦게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일찍 온 매형, 조카와 반석산을 가는데 이 녀석 엉덩이가 커서 힘겹게 따라 온다.하긴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만한 산책 코스보다 에너지 소모는 각오해야 되니까. 깊은 산중이나 나무가 빼곡한 숲에만 있을 줄 알았던 겨우살이가 반석산에도 있다.무심코 지나치던 자리에 겨우살이라니... 어릴적엔 그리도 잘 어울리던 조카 녀석들이 나이가 들어 이제 볼 시간도, 기회도 흔치 않아 이렇게 가끔 의미 있는 날에만 보게 된다.그래도 예전의 정겨움은 남았는지 수다스럽다.이렇게 잘 말린 북어로 협박도 하고.새해 첫 날 밤, 아버지 제사를 빙자한 가족들의 잉여로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첫 하루가 흘러갔다.

한 해의 마지막 산책_20181231

이번 여정이 너무 편했나?충주를 다녀온 여독이 과하지 않았는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밤 느지막이 집을 나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공원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반석산 둘레길로 방향을 다시 잡았아 겨울 바람에 공허히 퍼져가는 도시 불빛을 마주했다.작은 불빛이 모여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이루듯 작고 미약한 시간들이 퍼즐조각처럼 모여 한 해의 시간이 완성 되었다. 아쉬운 미련은 인내의 스승이 되고성취의 설렘은 자신감의 멘터가 되어, 새해엔 주먹 쥔 손에 힘과 온기가 공존하길~그토록 차갑던 도시 야경이 한 해의 마지막 끝자락에선 따스하게 느껴진다.

올해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 계명산_20181231

해가 뜨며 호수가 잠에서 깨자 절경도 덩달아 눈을 부비며 일어 난다.충주가 절경인 이유는 산과 호수와 평야의 다양한 세트가 함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또한 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지의 형태를 상수도 보호 구역 특성상 충주는 잘도 보존하고 있다.물론 산 언저리 곳곳이 개발의 홍역에 몸살을 앓는 중이지만 조금만 굽이치면 산과 호수는 그저 담담히 지켜 보고 보듬어 주는 아량이 변함 없다.그런 연유로 여주-원주-충주, 경기-강원-충청이라는 세 경계를 밥 줍줍하듯 드나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어제 못다한 산책을 나선다.충주호의 아침은 화창한 겨울이긴 해도 대기가 미세먼지로 약간 뿌옇다. 자연의 생존은 참 다양하다.햇살이 미치지 않는 바위 틈에 서릿발이 가지치기에 열중이다. 문명이 잠든..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마지막 저녁_20181122

하루 학습이 모두 끝나고 사우들과 캠퍼스 시절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간단히 갖고 헤어지기로 한다.거대한 은행 나무가 낭만처럼 멋드러 졌는데 그마저 은행잎이 모두 떨어지고 깊은 동면에 들어가 버렸다. 여기도 참 많은 추억들이 도로 밑에 묻혀 있는 곳이다.그 추억들이 잘 묻혀 있겠지? 문득 학교 안은 어떻게 바뀌었나 싶어 들어서 텅빈 벤치에 잠시 앉아 주위를 둘러 봤지만 남아 있는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 않다.어디까지나 놀았던 기억만 선하다. 마지막 저녁 식사 자리에 학우들 몇 명과 함께 저녁에 반주 몇 사발 나누며 아쉬움을 달랜다.대전에서도 이 멤버들과 시험 전날 저녁을 함께 나눴었는데...소중한 건 당장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라 두고두고 시간이 지나 신중한 고찰에 의해 결정되는 거다.모든 인연과 시간들이 ..

셋째 주 캠퍼스 특강_20181122

특강이지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오늘은 강의는 없고 강의실만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내일만 강의가 있는데 강의실에 한데 모여 공부를 하기로 하고, 시각은 점심 이후로 잡았다.그간 밀린 잠을 잔답시고 정오 가까이 퍼질러 자고 일어나 커튼을 열어 젖히자 눈과 머리가 시원해지는 금호강과 그 너머 전경이 깨끗한 대기로 인해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점심은 복현동 캠퍼스 부근 너른 냉면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이용해 출발. 식곤증이 쏟아질까 싶어 점심은 냉면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캠퍼스로 걸어가 커피 한 잔에 학우들과 잠깐 머리를 식힌다.가을이 선명할 때 특강을 시작하여 낙엽이 지고 가을색이 빠질 무렵 특강이 끝난다. 가을이 선명하던 나무들도 한 주 차이로 급격히 사라져 이제는 겨울을 기다린다. 하루 종일 따사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