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

오래된 곤드래밥집, 동박골_20190217

정선에 오면 곤드레밥을 줍줍해야 되지 않겠어?정선으로 들어오던 중 자동차 전용 도로가 생겨 얼떨결에 그걸 타고 정선을 지나쳐 버렸다.다시 돌아서 정선으로 들어오던 길은 처음 차로 정선을 들어오던 평창에서 정선으로 진입하는 길이었다.15년 전 아무런 지식도, 네비도 없이 퇴근 후 늦은 밤에 정선으로 첫발을 들였던 날, 평창 지나 이길로 오는 과정은 힘들었다.9시 좀 넘어 연당으로 빠져 불티 하나 없는 밤길을 운전하는데 이게 맞는 길인가?앞에 거시기한 뭐시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이러다 산사람 되는 거 아닌가?안개 같은 의심을 뚫고 가리왕산을 굽이치는 이 자리에서 정갈하게 켜져 있던 가로등을 보고 월매나 반갑고 안도 했던가!다시 이 자리에 수 없이 많이 지나쳤지만 급작스레 튀어 나오는 회상을 어찌 막으랴.대기..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어나 매끈하게 뻗어있는 59번 국도를 따라 밤길을 달리는 동안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정선 푯말을 따라 나아갔다.정선이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도로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고, 과거 2015년 늦봄 무렵 정선에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정선을 벗어나 두타산으로 향하던 중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곳이 바로 파크로쉬 였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지극히 일상적이어야만 하는 여유가 기근 현상으로 점점 메말라 가는게 정말 시간이 없..

대미를 장식한 드래곤 길들이기3_20190215

올 겨울에 잠잠한 눈 소식이라 내리는 눈을 반가워 해야 하나?내일 강원도 가는 길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게 내리는 눈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단다. 한남대교를 지나는 길 동탄 CGV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 위로 눈이 앉았다. 영산홍 위에 피다가 만 눈꽃. 자세히 보면 싸락눈이 내렸던 거다.마치 고운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작은 알갱이 입자가 원형 그대로 쌓여 있다. 최애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 길들이기는 판타지적 요소에 어드밴처까지 가미된 작품으로 뻔한 신파극이라 할지라도 몰입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갖췄다.특히나 아바타와 같은 해 개봉한 1편은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갖춰 드림웍스 시리즈 작품 중 흥행에 비해 든든한 자리를 꿰찬 명작이기도 하다.신적이거나 괴수 ..

일상_20190213

시간은 골짜기의 세찬 강물처럼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등을 떠밀어 벌써 19년의 한 달과 보름 정도를 집어 삼켜 버렸다.다만 소리가 전혀 없다.그 기운찬 시간의 물결을 보다 보면 산을 깎고 바위를 도려 내듯 얼굴에 자글한 주름을 패고, 머릿칼에 검은 색소를 시나브로 현혹시킨다.약속처럼 언젠가 기다림에 익숙해 지리라 단언했건만 자취 없이 할퀴는 촉수의 야속함에 익숙해졌던 초연마저 상실되는 시간의 흐름.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아 번번히 서운함을 잊게 된다. 석양 빛이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눈부시다. 이번 겨울은 혹한이 거의 없었지만 반석산에서 흐르는 여울은 여전히 얼어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겨울이 짙다.

일상_20190209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혼잡할 명절 연휴를 지나 주말에 오마니 뫼시고 만의사를 간다.오마니께선 종교적인 이유로, 나는 도심 일탈을 목적으로 손 쉽게 찾는 만의사는 도심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어 문명에 대한 종속의 흔적이 쉽게 눈에 띈다.내가 길들여진 문명을 탓할 수 없어 아쉬움으로만 남겨 놓을 수 밖에...사찰에 오면 가족들과 달리 산책을 하며 곳곳을 둘러 본다. 오랜 대수술을 거쳐 오솔길이 이렇게 변모 되었다.봄이면 장미를 비롯, 각종 야생화도 소복이 피는 길인데 이제는 그 소담스런 길을 볼 수 없게 되었구먼. 그러곤 이런 불상도 들어섰다. 아마도 절에서 키우는 백구 몇 마리 중 하나 같다.한 쪽에 쌓여 있는 벽돌과 기왓장은 전부 돈이다. 무봉산자락에 기댄 만의사. 불상의 후광.아쉽게도 석양은 늘 성급하게..

일상_20190202

비록 음력이지만...새해의 시간은 지상으로 자리를 틀고저무는 기억은 추억으로 서린다.변한 게 없는 시간이지만유별난 의미 부여로 세상 모든 게 새로이 재탄생 된다. 얼어 붙은 호수에 나리는 석양의 황금빛 파동.이 주말 휴일이 지나면 이내 설날이고 음력의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얼마 전 봤던 겨우살이는 절기와 지나는 시간을 잊은 듯 같은 모습, 같은 자리에 그대로다.

동탄 호수 야경_20190201

얼마 전까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던 호수가 말끔히 단장하고 애타게 사람들을 기다린다.얼마만에 갔는지 모를, 그저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나 싶다. 수문 가까이 차를 세워 놓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산책을 하는데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특히나 느긋하게 둘러 보았다.호수 반영 사진이 멋지긴 한데 카메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아이폰 특성상 자글한 노이즈가 거슬리잖아. 거의 한 바퀴를 채운 시점에서 테라스하우스 앞 선착장처럼 생긴 자리에서 한창 불을 밝히는 도심을 향해 바라 보자 해가 지날 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불빛들이 빼곡해져 간다. 비교적 잔잔한 대기에 호수는 거울 같지만 겨울이라 서리의 결정체가 벌써 반짝인다.힘들것만 같던 한 바퀴 산책이 이야기 나눈 사이 금새 당도하여 친숙한 운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