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사려울 2019. 8. 11. 23:26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

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

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4km 이정표를 지났으니 금방 가지 않겠냐고, 나도 거기로 처음 가보는 길인데 산길 감안하면 조금 힘 내시라고 했던 분이 얼마 가지 않아 되돌아 오며 도저히 길도 험하고 꽤나 많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보일 기미가 없어 포기 하신단다.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그걸 포기한다고? 아까비!

허나 지금까지의 길은 그저 장난이자 평탄한 길이었다, 앞으로 갈 길에 비하면...

벼랑과 낭떠러지 사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소로를 따라 비교적 멀게 느껴지는 거리를 걸어야 한다.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방에 펼쳐진 절경을 마주하는 기분이란 일상에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고, 한치 앞도 모르던 이 길은 잡다디한 일상의 잡념을 절벽 아래로 떨구어 버렸다.



동강이 빚어 놓은 절경과 그 강 옆 마을이 설화에 나왔던 제장마을이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강변 촬영지라고 하지만 난 티비를 멀리 해서 패쑤.



어느 정도 걷다 절경에 눈이 멀어 사방을 둘러 보다 다시 진행하자 최종 목적지 하늘벽 구름다리가 0.4km 남았단다.

떡밥에 걸려든 기분이 드는 건 갈수록 더 확신으로 바뀌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오솔길 바로 옆은 이렇게 완전 절벽이다.

이러니 내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오들거리겠지?



가던 길에 그 자리에 잠시 멈춰 다시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바로 절벽이다.



앉아서 잠시 쉬던 이곳은 특히나 칼날 같은 절벽과 낭떠러지 사이를 걷던 곳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들었다.

한 쪽은 나무가 자라던 가파른 곳, 다른 한 쪽은 완전 바위 절벽이다.




절벽에 의지하고 사는 소나무의 자태가 남다르다.

모르지, 이 소나무도 무서워 바람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공포에 떨고 있는지도...

사진 중간 쯤에 개미 만한 사람의 움직임이 포착 된다.



55mm로 당기자 사람이 맞다.



저 멀리 차를 세워 두고 출발했던 문희마을이 보인다.

산 언저리를 따라 꽤나 많이 이동 했나 보다.



위태로운 절벽 위를 걷는 동안 내내 절경이 끊임 없이 따라 온다.




동강과 접해 있는 절벽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진들.

구름다리로 가는 내내 이런 수직의 절벽은 늘 위협적이고 고압적이다.

허나 동강과 그 강을 따라 칼 같이 날카롭게 늘어선 절벽 또한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흐린 대기가 못내 아쉽긴 하지만 이것 또한 내 선택인 걸.



구름다리에 드뎌 도착하여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구름다리에 의지해 떨리는 다리를 감수하고 절벽에 감탄한다.

실제 유리다리란 기대감에 실망은 좀 했던 건 바닥의 유리가 먼지로 지저분하다기 보단 흠집으로 흐려 보였기 때문이다.



구름다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다만 서로 떨어져 있는 절벽을 잇는 유리다리라 밑을 보면 긴장감은 고조된다.

구름다리를 건너 처음으로 긴장의 끈을 놓자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사방에 펼쳐진 절경과 성취감이 풍만해 졌다.




한 쪽이 절경인 만큼 나머지 한 쪽 또한 절경이 아닐 수 없다.

저 산 너머 어딘가에 동강이 굽이쳐 흐를 테고 여기를 크게 휘몰아친 동강이 저기로 지나며 또한 바위 절벽을 만들어 놨다.



하늘벽 구름다리에 대한 설명을 보면 정선군이 2009년에 설치 했단다.

거의 10년이 되었던 걸 감안하면 역시 정선이다 싶은 게 도처에 이런 숨겨진 보배를 잘 발굴해 놓았다.

또한 국내 최초로 유리 재질의 평교란다.

구전에 의한 전설이긴 하지만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이 절경에 깃들어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은 영혼과 생명이 없는 자연에 역동적인 인격을 불어 넣어 주는 것만 같아 이 자리에 서는 순간 그저 밟고 있는 절벽이 아니라 의지하고 있는 생명 같다.

15시 가까운 시각이라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떠나는 아쉬움도 이제는 즐겨야 될 하나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처음으로 만난 숨겨진 절경에 무사히, 그리고 눈이 내리지 않아 수월하게 올 수 있었음에 감사 드리며 왔던 길을 더듬어 출발한다.



구름다리로 오는 길에 가파른 길은 이렇게 밧줄이 동여 매어져 조금은 수월하다.



지나는 길은 이렇게 좁고 가파른 언저리에 있어 온갖 최대한 주의를 하며 걸어야 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스텝이 꼬인 적도 있다.

추운 산중이지만 한 번 그러고 나서 한숨을 쓸어 내리는데 등판에 땀이 촉촉해졌다.



이런 절경에 아쉬움이라면 산악회를 알리는 문구가 참 많기도 하고 방치 시켜 놓고 빛 바랜 것도 많다.

소재도 대부분 비닐에 아주 가끔 이런 종이도 있는데 그런 걸 떠나 진정한 산악인들은 자연에 반하는 거라면 절대 버리지도 흔적을 남기지도 않는단다.

이 자연 덕분에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 하기 때문 이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씁쓸하다.

돌아 오는 길은 전망대까지 대부분 오르막이라 다시 한 번 힘을 써야만 하고, 거기를 지나면 오를 때와 다르게 발걸음에 신경 쓴다면 크게 힘든 건 없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일말의 아쉬움도 있지만 그걸 잊게 해 주는 성취.


여전히 숨겨진 장관이 많다는 걸 알지만 기대치 못한, 기대를 상회하는 결과는 늘 벅차다.

겨울이 냉혹과 시련이면서 동시에 숨겨진 세상을 보다 넓고 멀리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계절임을 확인 시켜 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이 차려준 계절은 어느 하나 허투루하거나 뒤쳐지는 건 없고, 모든 세상에 공정하고 화평했듯 여전히 그렇게 순환할거다.

아른다운 건 화려한 채색으로 도배하는 것만 전부가 아니고, 감동은 짜여진 각본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듯 주위 도처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건 한 켠에 가지런히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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