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일상_20200127

꽁무니를 쫓아 다닐 때가 있다. 정말 보고 싶어서 그러거나 아니면 배가 고프고, 심심하고, 간식이 땡길 때가 보통 그렇다. 이렇게 심술 궂은 표정은 평소 녀석의 몽타주로 졸립거나 심술이 났거나 간절한 무언가가 있단 것. 자다 깨면 한참 눈을 맞추고 있다 또 잔다. 더 빨리 재우는 방법은 품에 안고 스담해 주면 수면제보다 직방으로 잠든다. 퇴근해서 방으로 들어오면 어디선가 쳐다보는 기분에 섬뜩(?)하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무심코 발을 뻗어선 안 되는 습관이 생긴 건 바로 요 꼬물이가 꽁무니를 쫓아 다니기 때문이다. 앉아 있으면 보통 이렇게 닿아야 된다. 다리나 팔을 뻗어 한 쪽에 걸치고 드러누워 버리면 불편한 자세가 안스러워 무릎 위를 내어 주기 마련인데 어찌보면 여우 저리가라다. 지금까지 이렇게 철저..

일상_20200126

명절 연휴 셋째 날. 녀석의 여전한 인기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 없이 스담스담 당하기 일쑤다. 반면 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편한 대로 행동하고, 간식을 하나 더 주거나 더 스담해 주는 사람에게 달라 붙는다. 아무 자리나 벌러덩 드러누워 잔다. 이렇게 보니 조만간 녀석의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중성화 수술도 고려해야 되겠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배를 보여 주는데 이 모습은 너무 많이 봐서 굳이 안보여 줘도 되지만 녀석은 자꾸만 자기 배를 보여준다. 옆에서 떠들어도 잠을 막을 순 없지. 그러다 참고 있던 스담을 하면 그제서야 부시시 눈을 뜨고 가만히 스담을 받고 있다. 냥이가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며 좀 더 마음을 얻으려 간식 세례를 퍼붓는다. 생각보다 냥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 사진이나 영상..

일상_20200125

명절 연휴 둘째 날. 다른 손님들도 여전히 난리 났다. 사진과 실물은 천지차이란다. 다만 녀석이 이상한 건 폐쇄된 공간을 극도로 싫어해서 꽤 고급진 집을 사줬건만 여긴 극도로 싫어하고, 주로 오픈된 공간인 쇼파나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한다. 길들이기 나름이겠거니 해서 캣닢을 조금 뿌려주자 이렇게 잠시 들어가 있기만 할 뿐 금새 뛰쳐 나와 쇼파 위를 차지한다.

일상_20200124

명절 연휴 첫 날. 오는 사람들마다 난리다. 덕분에 이 녀석이 가장 풍성한 명절을 보냈고, 선물도 잔뜩 받았다. 낯가림 없이 아무한테나 덥석 안기는 넉살과 한 인물하는 면상이라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녀석이 주인공으로 자연스레 캐스팅 되어 버렸다. 고관절과 왼쪽 다리 골절 흔적으로 인해 걸을 때 절룩거리지만 장난감으로 사냥놀이 즐길 때는 냥이의 본모습이 나와 무척 날렵해진다. 안충과 귀에 득실 대던 진드기, 여타 다른 질병은 이제 거의 다잡았는데 글로불린과 백혈구 수치가 특히 높게 나와서 그 추이를 지켜보잔다. 잠시 외출하려고 옷을 끄집어 내어 한눈 판 사이 옷을 점거해 버렸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외출도 이제 눈치를 봐야 한다. 노작마을을 지나 오산천 산책로를 걷는데 공원이 텅 비어 무척 을씨년스..

일상_20200123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녀석이 졸졸 따라 붙는다. 이제 새로운 가족으로써 인연을 맺게 된걸 알고 있나보다. 발치에 달라붙어 나름 반갑다는 표현도 한다. 댕댕이들처럼 살갑지 않지만 냥이식 살가운 표현이다. 보통 이렇게 가족들한테 붙어 있으려 한다. 앉아 있으면 어딘가 꼭 접촉한 상태로 드러 눕거나 하는데 일 주일 동안 병원을 뻔질나게 들락날락 거리며 끔찍하게 가기 싫어하지만 다녀오고 나면 제 집으로 알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처음 병원에서 검진 때 몸무게가 3.2kg. 가족이 된 이후 왕성한 식욕과 잠꾸러기가 되어 푸석하던 털도 이제 윤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일상_20200121

허구헌날 잠만 자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길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건 마음의 안정이 선행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 안식처로 생각하고 있나보다. 모든 가족들이 잠자리를 청할 때 녀석도 졸졸 따라오고 달라 붙는게 그래서 도리어 고맙고 다행이다. 이런 녀석들을 지금까지 미워했고 하찮게 여겼다는 생각이 들자 세상 모든 냥이들한테 송구스럽기까지 했다. 늘 키우던 댕댕이와 마찬가지로 녀석들도 고귀한 생명인걸.

일상_20200119

녀석 이름은 코코. 왠지 간단하고 부르기 쉬워야 녀석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은데다 때마침 코 옆으로 코 흘리는 무늬라 ‘코’에서 ‘코’를 흘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오전에 후딱 병원을 데리고 가서 충분히 마취를 깨운 뒤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멍한 듯 두리번 거리는 걸 보면 바뀐 환경에 아직 적응을 못한데다 난생 처음 병원이라는 비호감 가득한 공간에 있다 와서 아직 정신이 얼얼하겠다. 다행이 큰 병은 없고, 체질적으로 건강한 아메리카 숏헤어 품종에 온순한 숫컷이라 금새 적응 할 것 같다. 벌써 아무 가족에게나 품으로 파고 들어 골골거리는 것보면 녀석도 적극적으로 정 붙이려 하는, 일종의 천성이겠지? 추측하건데-보호소장의 추측-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생이별한 뒤 사람 손에 길러지다 병원비가 부담스..

여주에서 맺은 또 하나의 인연_20200118

작당을 꾸민 건 반 년 전부터. 원래 고양이를 싫어했었다. 그도 그럴께 어릴 적 어른들로 부터 쇄뇌 당하다시피 들었던, 고양이는 간사하고, 주인이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주인을 버리고, 귀신을 부르고, 혼자 지내는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으로 자리 잡았고, 그게 왜곡되었단 것조차 몰랐던데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어릴 적 시골에서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키웠지만 곡식과 사료의 주범인 쥐를 잡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이 고양이 이상은 없고, 그런 쥐잡이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인간과 동격화 시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는 고양이한테 린치를 가한다거나 죽여야 되는 대상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 그저 눈에 띄이는 고양이한테 힘껏 발을 굴러 저리가라는 위협 정도만 했..

적막 가득한 부론에서_20200117

부론에 도착한건 자정이 가까워진 꽤 늦은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일찍 찾아오는 시골 밤에 더해 부론 외곽에 있는 한강변은 말끔한 산책로의 모습과 달리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데 이 늦은 시각이면 사람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도 반가울 지경이다. 흥원창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쳐 카메라를 작동 시켰지만 무엇보다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래 전부터 힐링하는 나만의 은밀한 몰취향인데 오랜만에 온 반가움이 배가 되어 겨울 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3개의 강이 이 부근에서 만나는데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이란 의미만으로도, 또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한적하면서도 시야가 탁 트인 전망을 생각하면 이 자리를 동경하는 건 이제 습성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여주를 찾은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