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여주 남한강 하늘_20190201

이른 퇴근 후 집에서 잠시 기다렸다 범군과 함께 여주 남한강으로 곧장 내달렸다.2년 조금 넘는 동안 처음 보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 감상에 젖을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으나 막상 강변에 도착하자 세찬 겨울 강바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다만 잠깐 머무르며 하늘을 보자 거대한 들판에 떠 있던 세상이 장엄하게 보인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겨울의 냉혹한 바람에 더더욱 조용했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동안 추위에 찌들었던지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이 무척 감미롭고 포근했다.통 유리 너머 평온해 보이는 세상과 달리 여전히 강바람은 남한강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하는 수 없이 동탄으로 서둘러 넘어 올 수 밖에.

일상_20180129

홍천과 김제를 다녀온 후 차에 주인을 원망하듯 뽀얀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다.새차를 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에 나질 않아 마침 햇살 좋은 오후에 자동 세차 한 판 땡기고 물을 훔치고자 부근을 돌아 다니던 중 고속도로에 치여 존재 조차 모르고 있던 아주 자그마한 유적지 겸 공원에 들렀다.행정 구역상 오산이긴 하지만 동탄 옆이라 걸어서 가더라도 금새 당도할 만한 거리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에 휑한 바람 뿐이라 잠시 둘러 보며 시간의 흔적들을 자근히 유추해 본다. 북오산 나들목 옆 토끼굴을 지나면 뜬금 없는 장소에 크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공원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때론 적막이 필요할 때 들리면 되겠구먼.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 가끔 지나치는 차량은 있어도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이 공원의 주인..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하얼빈역_20190125

문학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곧장 하얼빈역으로 걸어 갔다.하얼빈역 광장은 제법 널찍하게 트여 있고, 역사 내부도 당시 경관을 충실하게 꾸미기 보단 역사적 사실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하얼빈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매끈하게 뻗어 도중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문학마을과 조금 거리가 있는 건 한반도와 만주의 거리감을 표현한 걸까? 하얼빈역에 도착. 역사 내부와 당시 분위기를 재현해 놓았다. 이번 관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 이런 걸 명장면이라고 하지. 하얼빈역사 내 2층의 텅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잠시 쉰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해 놓았고, 조정래 작가의 작품들도 있다.또한 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기행도 있어 정독해 봄직 하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위인들 누구 하나 잊을 수..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_20190125

김제 지인집을 나서자 기분 좋은 햇살이 눈부시게 퍼붓는다.어느 국밥 집에 들러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아 지도를 보며 미리 계획했던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하는데 우리 나라 최대 곡창지대라고 배웠던 평야를 바라 보자 실감이 날 만큼 끝도 없이 펼쳐진 김제 평야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다독인다.처음에 문학마을이라는 텍스트만 봤을 때 마치 아리랑류의 고전 문학 박물관 같은 느낌이 강했으나 막상 도착하여 찬찬히 둘러 보자 일제 침략기의 치욕적인 역사가 문학에 베어 있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집대성 시켜 놓았다.침략과 그에 대한 저항이 작은 마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작품과 작가의 연대도 놓치지 않았다. 일제 침략기 당시 재현된 건물들이 초입에 들어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김제 까마귀떼_20190124

홍천에서 익산으로 내려와 잠시 시간 보내고 김제로 넘어왔다. 익산 카페에 들어가 맥북을 켜는 찰나 전원 먹통이다. SMC 초기화를 했음에도 아예 전원이 들어 오지 않아 조금은 속상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휴대폰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럴 수 있단다. 정품 충전기를 연결해서 다시 SMC 초기화를 하면 원래 대로 부팅 되니까. 지인 집들이겸 모처럼 반가운 얼굴로, 거의 휴일 없이 보내는 녀석이라 그나마 내가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 쉬엄쉬엄 차를 몰고 내려 왔는데 퇴근 시간에 맞춰 잠시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는 사이 하늘에 어마무시한 까마귀떼가 하늘을 지난다. 난생 처음 초대형 까마귀떼를 눈 앞에서 목격한 거라 ㅎㄷㄷ했다. 한편으로 따지면 지는 석양을 배후에 두고 까마귀떼가 흐느..

미알레 펜션_20190124

최소 4명 인원이 모여 스키를 타고 숙소는 미알레 펜션으로 선택했다.3주 전에 미리 예약했던 곳으로 몇 년 전 회사 사우의 추천에 의하면 한적 하면서 비발디파크와 가깝고, 다른 세대 간섭을 거의 안 받으면서 몇 세대가 있어 무섭지 않다는 것.게다가 밤에는 몰랐는데 아침 해가 밝아 밖을 둘러 보니 지대가 높은데다 인접한 건물이 없어 전망도 나쁘지 않고, 시설도 몇 년 전에 사우가 갔었던 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잘 설계된 펜션이었다.물론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 있지만. 너른 마당은 잔디로 깔려 있고, 건물 정면의 사진 찍느라 서 있는 등 뒤는 낮은 산이, 건물 너머엔 지형이 낮아지며 홍천강 지류가 흘렀다.밤새 술 한 사발 뽀개면서 들락날락 거렸음에도 평일이라 주위가 한적했던 부분도 호감도를 올렸겠지..

설원에서 스키를 타다_20190123

가는 길에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이런 길도 있었나 싶은 생소한 고갯길로 안내하는 네비를 반신반의한 상태로 따라 갔고, 출발 3시간이 넘어 겨우 비발디에 도착했다.작년 학우들을 만나 처음에 좀 귀찮던 스키가 어느새 시간 잡아 먹는 하마가 될 줄이야. 하얀 설원의 세상에서 야간 3시간만 타겠다던 애초의 무리한 계획은 턱도 없이 모자란 4시간이 되었고, 마무리 술자리에 전부 무너졌다.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학우 중 한 명이 이곳 스키 강사라 상세한 레슨을 받고 실력이 꽤(?) 늘었다. 한적한 야간 시간대라 리프트도 아주 여유 있게 타면서 중간에 헛된 시간 없이 알차게 보냈는데 역시나 강원도 산바람은 서울보다 추워서 겁나 열정적으로 타고 잠시 한숨 돌릴 때면 한기가 무쟈게 밀려 들어 코 끝이 빨개졌다.리프트..

일상_20190120

휴일의 일몰은 색이 더 깊다.그래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석양은 휴일이 되면 자극적인 유혹을 던진다.어김 없이 시선을 빼앗겼고, 덩달아 휴일 저녁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유리잔에 담긴 커피와 그 커피에 빠진 중천의 햇님. 휴일에 맞춰 반석산 둘레길을 걷다 성급한 달과 마주쳤다. 일몰 하루 해가 지자 낮 동안 쉬고 있던 등불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 난다.그렇게 휴일 시간이 흘러갔다.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