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일상_20190106

휴일 점심에 채 가시지 않는 졸음에 상약 중에 상약은 바로 요 커피란 생퀴! 컬럼비아 수프리모와 케냐 AA를 마시다 간만에 유명 커피 브랜드 원두를 내려봤다.블랜딩이라 그런지, 아님 모처럼 미각의 기분 전환이라 그런지 겁나 맛있다.겨울 햇살이 강렬한 거실에서 따스하게 볕 쬐며 휴식을 음미하노라면 호강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들린 노작 공원은 호수만 꽁꽁 얼어 버린게 아니라 공원을 찾는 발걸음도 얼어 버렸다.

일상_20190105

겨울의 정점이라지만 작년 겨울에 비하면 아직은 포근한 편이다.그래서 주변 길을 걷노라면 내린 눈이 덩어리로 얼어 있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다 혹한을 대비해서 마련한 두툼한 패딩 재킷을 걸치는 일자가 거의 없다. 늘 그랬듯 노작마을에서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전망 데크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오산천과 그 너머 여울공원을 바라 본다.여울공원의 나이가 어려 아직은 앙상하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까지 쉼 없이 걷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라 앉히며 북녘을 바라보자 한 아파트 단지가 도드라져 보인다. 조금 더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용서고속도로의 시작점과 경부고속도로가 평행하게 북쪽으로 뻗어 있다.미세 먼지만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겨울의 청명한 대기 였을 터. 낙엽 무늬 전망 데크 초입의 이정표 앞이 트인..

새해 첫 나들이_20190101

아버지 제사로 가족들이 삼삼오오 한 데 모였다.늦게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일찍 온 매형, 조카와 반석산을 가는데 이 녀석 엉덩이가 커서 힘겹게 따라 온다.하긴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만만한 산책 코스보다 에너지 소모는 각오해야 되니까. 깊은 산중이나 나무가 빼곡한 숲에만 있을 줄 알았던 겨우살이가 반석산에도 있다.무심코 지나치던 자리에 겨우살이라니... 어릴적엔 그리도 잘 어울리던 조카 녀석들이 나이가 들어 이제 볼 시간도, 기회도 흔치 않아 이렇게 가끔 의미 있는 날에만 보게 된다.그래도 예전의 정겨움은 남았는지 수다스럽다.이렇게 잘 말린 북어로 협박도 하고.새해 첫 날 밤, 아버지 제사를 빙자한 가족들의 잉여로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첫 하루가 흘러갔다.

한 해의 마지막 산책_20181231

이번 여정이 너무 편했나?충주를 다녀온 여독이 과하지 않았는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밤 느지막이 집을 나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공원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반석산 둘레길로 방향을 다시 잡았아 겨울 바람에 공허히 퍼져가는 도시 불빛을 마주했다.작은 불빛이 모여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이루듯 작고 미약한 시간들이 퍼즐조각처럼 모여 한 해의 시간이 완성 되었다. 아쉬운 미련은 인내의 스승이 되고성취의 설렘은 자신감의 멘터가 되어, 새해엔 주먹 쥔 손에 힘과 온기가 공존하길~그토록 차갑던 도시 야경이 한 해의 마지막 끝자락에선 따스하게 느껴진다.

2018년 마지막 여정을 끝내며_20181231

비록 추위로, 경기 여파로 한산할지라도 매끈한 마트가 구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재래 시장에 있다.구입한 것들 중 엉터리 뒷통수 맞은 물건도 있고, 제대로 줍줍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장터는 여전히 정겹다.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아니 서울과 그 인근에서는 생소한 단위가 충주에 있다.예나 지금이나 충주는 물가가 저렴하다.특히나 음식과 소비재들. 시장에 가려진 뒷전은 충주천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오리 가족들이 물가에 있다 나를 보곤 기겁하고 피난간다.생퀴들이 내가 협박을 했냐! 오래된 구멍 가게의 흔적으로 나무 문틀과 출입문이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틀이 뒤틀리는지 쉽게 열리지 않고, 그렇다고 힘으로 무작정 열 수도 없다.나름 테크닉과 문제가 되는 ..

올해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 계명산_20181231

해가 뜨며 호수가 잠에서 깨자 절경도 덩달아 눈을 부비며 일어 난다.충주가 절경인 이유는 산과 호수와 평야의 다양한 세트가 함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또한 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지의 형태를 상수도 보호 구역 특성상 충주는 잘도 보존하고 있다.물론 산 언저리 곳곳이 개발의 홍역에 몸살을 앓는 중이지만 조금만 굽이치면 산과 호수는 그저 담담히 지켜 보고 보듬어 주는 아량이 변함 없다.그런 연유로 여주-원주-충주, 경기-강원-충청이라는 세 경계를 밥 줍줍하듯 드나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어제 못다한 산책을 나선다.충주호의 아침은 화창한 겨울이긴 해도 대기가 미세먼지로 약간 뿌옇다. 자연의 생존은 참 다양하다.햇살이 미치지 않는 바위 틈에 서릿발이 가지치기에 열중이다. 문명이 잠든..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고전 스타탄생의 재해석, A Star Is Born_20181230

늦은 고요한 밤에 홀로 헤드폰을 끼고 현대판 스타탄생을 관람했다.그리고 거의 환청에 가까운 중독에 빠져 며칠을 흥얼거렸다. 봄에 코코를, 여름에 맘마미아2를 보고 뮤직을 테마로 하는 영화들의 구성은 극과 극임을 확신하며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건 비교적 잘 만든 영화다.감독이 브래들리 쿠퍼?이 배우 행오버에서 양아치 교사 역으로 처음 알게 되고 이후 비교적 다작을 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단 건 인정하는데 감독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알콜 중독자 역으로 겁나 성공적이다.레이디 가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갈수록 그녀와 상반된 음악적 인생 그리고 교차될 무렵의 고뇌.마지막 극단적인 선택과 홀로 남겨진 그녀. 뮤직 테마 답게 멋진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락에서 팝으로,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

일상_20181229

전형적인 겨울살껴 입으면 둔해지고 간소하면 추위가 애워싸고얇은 두 겹의 옷으로 나름 무장을 한 뒤 걷자 이내 땀이 솟는다.여우바람이 잦아든 주말이라 텅빈 거리엔 북풍이 남기고 간 싸늘한 정적 뿐이다. 호수엔 겨울왕국이 펼쳐졌고, 길가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벤치가 고독을 떠받친다.여전한 겨울의 위세.연말은 이렇게 차디차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