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
(사실 제장마을에서 무늬마을까지 질러가는 길도 있었는데,
왜 누렁이는 그 험한 산길을 돌고 돌아서 힘들게 무늬라는 개를 만나러 간 것일까?)
그 후, 이 애틋한 누렁이의 사랑이 설화로 남겨져 누렁이를 기념 하기 위해,
사람들이 그 개가 다니던 길을 옻나무'칠', 발'족', 고개'령'을 써서 칠족령이라 명명했다.
칠족령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강의 경치는 백이 중 최고다.
칠족령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기 좋은 트래킹 코스다.
(칠족령 등산 하면서 - 평창 출신 (엄기종)관광 해설사님 한테 들은 것을 옮겼음)
* 예전엔 무늬 - 현재는 문희로 명명 되었음
☞ 이상은 지역 정보 포털(http://www.oneclick.or.kr)에서 발췌 했지만, 띄어쓰기와 맞춤법 조금만 살짝 가미.
정선 여행을 떠나기 3주 전에 지도를 펼쳐 놓고 잔나비 이 뒤지듯 촘촘하게 탐색하다 찾은 동강과 하늘벽 유리다리 방면은 평창과 영월이 맞닿은 험한 지형을 갖고 있었다.
산이 높아서, 산이 많아서 라기 보단 고도 편차, 급격한 고도 차이, 강과 산이 뒤섞인 지형적 특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묘한 호기심을 자극 했다.
직접 오지 않으면 난 절대 내 모습을 공개할 수 없어!라고 머릿속에 이명 현상 같은게 들리는 듯 했으니까.
찾아간 날은 미세먼지가 강한 날이란다.
내 다짐이 중요하지 일기나 환경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 발걸음을 돌리지 않는다.
정선에서 평창으로 가는 매끈한 도로를 미탄에서 벗어나 동강으로 접어드는 길, 동강이 흐르는 협곡을 따라 길은 작은 길을 빌려 강을 뒤따라 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막상 도착해서 칠족령과 동강 길을 밟으면 생각보다 가파르고 오를 수록 낭떠러기를 빌려 산길을 가다 보니 한 발, 한 발 신중해지고 극도로 몰입하게 된다.
이런 몰입을 통해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것들은 망각의 지우개가 쓸어 버린다.
또한 수 많은 노이즈에도 단련된다.
가쁜 숨과 천근 같은 다리에도 결국 전망대애 도착했고, 이마에 송골히 맺히는 땀을 훔치며 첩첩한 자연의 요새에 잠시 기대어 본다.
미탄에서 칠족령으로 들어서는 길은 산과 산 사이 험한 지형을 거쳐 가게 되어 강이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을 빌려 도로를 깔아 놓았다.
처음 가는 길이라 여기까지 앞만 보고 달렸는데 가는 길들은 사실 근래 보기 드문 절경이기도 했다.
동강 상류 방면.
문희마을에 도착하면 백룡동굴 매표소 주차장에 주차 후 도보를 이용하면 된다.
다음 지도를 보며 칠족령으로 향하는데 백운산 쪽으로 진행하다 지도에 표시된 우측으로 빠지면 된다.
뭐지?
지도에 표시된 길로 접어 들려는데 민가 길인가?
게다가 댕댕이가 있어 갈 수 없다.
사실은 지도에 표시된 길이 아니라 위성 지도 상 콘크리트 길로 가는게 맞다.
하는 수 없이 백룡동굴 매표소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그 길로 접어 들었다.
다시 접어든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든 건 그 때 막 칠족령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분들과 간단히 주고 받은 인사에서 재차 확인 했으니까.
처음엔 완만한 길로 부담 없이 걷다 산허리에 접어 들자 경사가 급해지고 길도 한 사람이 지날 만큼 폭이 좁아진다.
오르는 초입부터 쉽지 않아 어설픈 마음 가짐으로는 '엄두도 내지 말거라' 경고 같다.
산으로 향한 오르막길을 힘겹게 걷다 보면 서서히 산 아래 풍경들이 눈에 들어 찬다.
그렇다고 한눈을 팔 수 없는게 급경사 길이 완만해 지더라도 길 한 쪽은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처럼 경사가 무척이나 급한데다 길도 낙엽이 소복히 쌓여 잘못 헛디디면 넘어지거나 옆으로 발이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완만한 길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쉬거나 잠시 서서 쉼호흡할 수 있고, 주위를 둘러 보면 서서히 절경이 펼쳐질 거란 짐작도 가능하다.
이럴 때 보면 사람도 위대하다.
이런 첩첩하고 험준한 지형에 자연과 타협한 길을 만들었으니까.
길 중간중간 나무 벤치가 설치되어 쉴 수 있지만 길 한 쪽은 대부분 이런 급경사 낭떠러지 길이라 조금 긴장 된다.
발치에 서슬 퍼런 동강이 보이거든.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과 완만하길 반복하지만 한 쪽은 계속해서 낭떠러지다.
비록 낭떠러지에 나무가 빼곡히 서 있어 조금 위안은 되지만 만만한 건 아니다.
어느 순간 길목에 돌탑이 있고 그 돌탑을 지나면 벤치도 있다.
언뜻 보기에 나그네의 무사를 기원하는 돌탑 같다.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달래기 위해 이런 벤치에 앉게 되면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적당한 감탄사가 뿜어져 나오는 건 거의 본능에 가깝다.
설사 이 길이 낭떠러지에 매달려 갈지라도 긴장을 잠시 풀기 위해 벤치에 앉아 마음을 쓸어 내리면 눈 앞에 동강이 만들어 놓은 절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위험한 만큼, 깎아지른 만큼 평소에 보기 힘든 절경은 묘한 상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요건 내 족발!
용기를 내어 낭떠러지 가까이 발을 뻗어 봤다.
이 길이 낭떠러지를 끼고 있어서 위험도 하지만 길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다져진 길이 아니라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길 특성상 표면이 무척 무른 탓에 얼었다 녹으면서 가던 중 곳곳에 유실된 흔적도 보여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나무 가이드까지 설치된 곳도 많았다.
특히나 한 곳은 낙엽이 소복히 쌓여 의심을 갖고 조심스레 밟았는데 발이 밑으로 푹 꺼지는 아찔한 위험도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어느 누구의 깊이 패인 발자국도 보였다.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조심 해야겠다.
낙엽이 잔뜩 쌓인 곳도 많아 가뜩이나 이렇게 길은 경사가 급한 지형을 아찔한 길로 가는데 더욱 위험에 노출된 곳도 많다.
한 동안 이 길이 맞나 싶을 즈음 제대로 찾아 왔다는 안도를 확신 시켜 주는 이정표가 있다.
벤치는 참으로 시기 적절한 자리에 있다.
긴장을 잠시 내려 놓고 긴 한숨도 필요한 위치거든.
낙엽과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곳은 특히나 위험하다.
이 길은 낙엽 밑에 돌뿌리가 많은 곳이라 아무 생각 없이 내디딜 경우 휘청거려 하마터면 입에 개거품 물 수 있다.
근데 이렇게 눈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만큼 발걸음에 밟힌 횟수가 적다는 의미 아닌가?
오지 답다.
지속적인 오르막길이 완만해지고 전망대와 하늘벽 유리다리는 여기서 부터 지속적인 내리막길이다.
관련 글에 따라 하늘벽 유리다리와 구름다리로 각각 표기된 곳이 있는데 지자체에서 설정한 구름다리라는 표현을 써야 겠구만.
전망대에 오르자 전세를 낸, 산악인을 가장한 취객 무리들이 있었다.
전망대에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만 여전히 흥겨운 음악에 얼마 남지 않은 술잔 술 버리고 다시 채워 '마시고 뒤지자!'
이런 전망 좋은 곳에서 죽으면 천당과 천국 갈 수 있기야 하겠다만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어찌하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야 되는 산 중의 공공장소에서 불륜 행각은 좀 피해 줬으면 좋겠다.
전망대 바로 위 이정표.
칠족령 전망대에 도착하자 동강이 억겁 동안 깎아 놓은 거대하고 견고한 절경에 한 동안 말을 잃고 그 앞에 마주섰다.
오늘의 목적지인 칠족령과 하늘벽 구름다리의 첫 구간을 무사히 도착하여 비록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습격한 날이긴 했지만, 문명의 이기에 대한 댓가일 뿐, 숨겨 왔던 절경을 아낌 없이 보여준 대자연에게 감사를 드리며 흥겨운 감상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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