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140927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려는 나. 허나 지나고 나서 보니 평범했다 ㅠㅠ 가을 약방의 감초이자 때론 굳은 일도 도맡아 얼굴마담 역도 능수능란하게 소화시키는 갈대와 가만히 수직으로 뻗어 있는 갈대는 너무 어색할까 싶어 옆으로 살짝 제껴 주시는 바람 덕분에 누가 봐도 가을로 보이는 전경들이다.노작 공원을 지나 앞마당처럼 드나드는 산책로의 가을 풍경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 처음 사진을 담았던 주위를 맴돌며 몇 장을 찍는 사이 어느새 하루를 환하게 비추던 태양도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 궁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태양을 쫓아 어거지로 잡아 보채듯 마지막 포즈를 취하게 했더니 싫은 기색 없이 `짜잔' 해가 완전히 기울고 나서 밤이라 가을의 정취가 있을까 싶어 이리저리 배회해 봤고 시시때때로 ..

20140920_가을을 잡으러 가자

불현듯 가을을 가지고 싶다는 무모한 욕심이 생겼고 마치 그 욕구를 실현한 착각에 빠져들자 한술 더 떠서 어떤 가을, 어디 가을을 가질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질 무렵 어차피 내가 가질 가을이라면 철저히 고립되어 가공이 덜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뺏기지 않는 멀고 접근성이 불편한 곳을 선택해야 겠다는 내 나름의 용의주도한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울진. 바다에도 가을볕이 들까?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듯 죽변 후정해수욕장으로 계획도 없던 발걸음을 돌렸더니 강렬한 햇살에 사람들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고 오로지 혼자 전세 내어 놓은 사람 마냥 모든걸 다 가진 기분. 동해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심연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이종교배하여 더 깊은 파랑의 수평선이 너무도 선명하..

일상_20140922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허나 가을 하늘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경이롭다. 잘 거르는 아침을 만회하겠노라고 커피 한잔에 파니니.근데 맛나는 구먼.커피와 모짜렐라 치즈 가득한 파니니의 조합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흑 ㅠㅠ 양떼가 우르르 이동하듯 양떼구름이 정갈하게 어디론가 총총히 흘러 간다.그 틈 사이로 힐끗 모습을 드러내는 가을 하늘은 양과 양치기를 부럽게 만든다. 저녁에 친한 형님께서 인덕원으로 초대하셨다.밖에서 가을과 함께 즐기기 안성맞춤인데 단속이 심해 외부 테이블은 이용을 못하게 한단다.평소 꾸준하게 하시든가...그래도 두 형님과 닭발에 소주, 2차로 치맥을 곁들이던 중 내리던 비조차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을 한껏 끌어 올려 왠지 이태백의 싯구가 이해될 만한 경지에 오른다.물론 집으로 오는 길에 차가..

익어가는 가을 하늘

익숙한 일상의 한 소품 같은 단어이면서도 늘 기다리고 아쉬워하게 되는 가을.하늘 조차 매혹적이기만 하다. 코스모스 파도 일렁이는 그 길은 언제나 설렌다.가을이 오는 길목에서의 설렘이란 마치 주말과 휴일의 맞이하는 금요일 저녁, 찰나의 꿈 같다. 그 빛깔조차 예사롭지 않건만 인간의 이기에 비웃듯 사진으로 그 흥분은 허락치 않는다. 아무렇게나 그어 놓듯 구름을 흩뿌려 놓아도 감히 어떤 말로 그 광경과 느낌을 대신할 수 있으려나.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즐길 준비 뿐.

숨가쁘게 달려가는 시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약속이지만 마치 앞만 보며 질주하는 차에 탄 사람인 양 앞만 유심하게 보다 보면 간과해 왔던 나머지 부분이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어느새 내 눈엔 여름보다 가을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한가위 연휴를 숨가쁘게 달리고 잠시 숨을 고르듯 연휴 이후 첫 주말은 그간 먼 거리에 대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도시 전체가 조용하다 못해 서산의 일몰조차 미세한 소리가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그 소리의 아름다운 선율을 먹고 자란 이 들판은 곧 가을 옷을 갈아 입겠지? 서편하늘을 기웃거리던 해도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낮이 짧아 지자 덩달아 주말도 짧아진 느낌이다. 철새처럼 약속 장소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는 구름들은 유독 휴일의 여유라는 렌즈로 인해 ..

한가위 연휴 다섯째 날

항상 늘어지는 길고 긴 황금 연휴이자 2014년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쉬는 날은 왜캐 잘 가는 거시여!!! 연휴의 마지막 날 답게 차분한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가을이 찾아 올 무렵의 남아 있는 여름처럼 공원 곳곳의 사람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면 어김 없이 녹색 잡초가 빼곡하고 가을 채비를 해야 될 나무들조차 아직은 조바심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한달음에 동탄국제고 뒤 탄요공원까지 내닫는 동안에도 가을의 소식은 뜸했다.다만 하늘은 이미 가을 단장을 끝냈는지 높고 화창하다 못해 햇볕조차 전혀 방해 세력 없이 따갑게 내리 쬐고 있었다. 이따금 지나거나 공원에서 정신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은 그런 계절의 감수성을 뛰어 넘어 그저 주어진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한가위 연휴 셋째 날

제사를 지낸 한가위는 여전히 나른하다. 과식해서 식곤증으로 나른하고 한 거 없이 아침부터 부지런 떨어서도 나른하다.빵빵해진 배가 부담스러워 점심이 지나 밀려오는 졸음도 떨칠 겸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다녔는데 그나마 연휴가 시작되기 전, 한 동안 세워 놓은 자전거 뒷바퀴 타이어를 교체하기 망정이었지.이마저의 기동력이 없었다면 워째스까잉~ 지나가는 길에 무궁화가 매캐할 만큼 화사해서 시선을 잡아 끌기에 몇 송이 중 가장 잘 난 녀석을 골라서 보니 한 마리 여치도 나처럼 화사함에 현혹되었나 보다.접사를 찍는답시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 밀어도 도망갈 기색이 전혀 없는 거 보면 내 방해조차도 대수롭지 않나 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석양이 드리울 무렵 어디서 가장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서동탄역으로 급히 재촉했..

한가위 연휴 둘째 날의 텅빈 산책로

작년처럼(조용한 한가위 연휴 첫 날) 연휴 중 한가위 바로 전날 오산천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며 텅빈 동탄을 홀로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미리 구입할 수 없는 제수용품들을 마련하러 가는 길인데 틈만 나면 난 땡땡이를 피운다네~목적지는 석우동 이마트라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간 후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허벅지 근육을 열라 혹사 시키다 보면 인생의 허무가 느껴질 즈음해서 이마트가 나온다. 남쪽편 노작마을 부근에서 여정(?)을 시작한 고로 새들이 지내는 산책로부터 접어 들었다.갈수록 아이폰 카메라 화질의 발전도 실감할 수 있다. 텅 비어 있는 산책로와 달리 초여름 날씨처럼 불볕더위로 햇빛은 강렬 하다.산책로와 오산천 사이엔 칡넝쿨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어릴 적 꽤나 깊이 땅을 파서 칡뿌리를 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