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한가위 연휴 다섯째 날

사려울 2014. 10. 26. 17:13

항상 늘어지는 길고 긴 황금 연휴이자 2014년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쉬는 날은 왜캐 잘 가는 거시여!!!



연휴의 마지막 날 답게 차분한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이 찾아 올 무렵의 남아 있는 여름처럼 공원 곳곳의 사람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면 어김 없이 녹색 잡초가 빼곡하고 가을 채비를 해야 될 나무들조차 아직은 조바심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한달음에 동탄국제고 뒤 탄요공원까지 내닫는 동안에도 가을의 소식은 뜸했다.

다만 하늘은 이미 가을 단장을 끝냈는지 높고 화창하다 못해 햇볕조차 전혀 방해 세력 없이 따갑게 내리 쬐고 있었다. 

이따금 지나거나 공원에서 정신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은 그런 계절의 감수성을 뛰어 넘어 그저 주어진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과 더불어 바람 조차 나처럼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그 풍경이 지나치게 평화로워 보인다.

커피 한 잔을 홀짝이다 보니 그윽하게 터져 나오는 커피향과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저항 세력을 설득시키듯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소리가 과한 평온에 파문을 일으키며 잔잔히 퍼져 나간다.




내가 찾던 가을의 응답은 실상 크고 거창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그마하게 눈에 띄지 않는 곳부터 울림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

매년마다 미세한 그 암시를 나는 애써 지나쳐 왔던 것임을 깨달았지만 이 가을이 지날 무렵이면 다시 망각하겠지?





쨍한 휴일이 끝나가듯 연휴 내내 강렬한 빛을 퍼트리던 태양도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언젠가 이 평온하던 일몰 같던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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