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한가위 연휴 둘째 날의 텅빈 산책로

사려울 2014. 9. 29. 02:56

작년처럼(조용한 한가위 연휴 첫 날) 연휴 중 한가위 바로 전날 오산천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며 텅빈 동탄을 홀로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미리 구입할 수 없는 제수용품들을 마련하러 가는 길인데 틈만 나면 난 땡땡이를 피운다네~

목적지는 석우동 이마트라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간 후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허벅지 근육을 열라 혹사 시키다 보면 인생의 허무가 느껴질 즈음해서 이마트가 나온다.



남쪽편 노작마을 부근에서 여정(?)을 시작한 고로 새들이 지내는 산책로부터 접어 들었다.

갈수록 아이폰 카메라 화질의 발전도 실감할 수 있다.



텅 비어 있는 산책로와 달리 초여름 날씨처럼 불볕더위로 햇빛은 강렬 하다.

산책로와 오산천 사이엔 칡넝쿨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어릴 적 꽤나 깊이 땅을 파서 칡뿌리를 캐내어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 먹는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귀!찮!어!



동탄 유일의 폭포엔 사시사철 이렇게 풍부한(?) 수량이 흐르며 지나는 길에 물 흐르는 소리로 시선을 잠시 잡아 끈다.

나 쪼까 보고 갈랑가?하는 듯.



잠깐 진행 속도를 늦추긴 했으나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해 본다.

여전히 길은 텅 비어 있고 햇빛만이 가득하다.



이제 인공 하천을 만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선택하여 목적지로 향한다.

길 양쪽엔 풀이 제법 무성하여 보이는 곳 끄트머리 쯤엔 풀들로 인해 폭이 반 정도로 좁혀진다.

지금은 그 풀들이 대부분 잘려 나간 상태라 무성한 풀들과 함께 뻗은 도로가 정겹기까지 하다.



한참을 달려도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작년보단 조금 나은게 어쩌다 간혹 지나는 사람이 눈에 띄이긴 한다.



재봉산 부근에 접근해서도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햇빛은 여전하다.

대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지라 하늘은 가을 같지만 지상은 영락 없이 초여름이다.



지나는 사람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아이폰을 꺼내면 쏜살 같이 지나가 버린다.

라이딩 중에 있는 사람들이라 생초보 아마추어인 나 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데다 아이폰 꺼내는 속도 또한 얼마 전 아이폰을 낙하시켜 무지막지한 생돈이 나간 공포로 인해 바지 주머니를 자크로 채우다 보니 느려서일게다.



어느새 산책로의 최북단인 동탄나들목이 보이는데 사진으론 사람이 전멸하다 시피 할 만큼 한가위 전날은 이렇게 조용하다.



작년처럼 도로 최북단의 끝에 서서 남쪽으로 한 컷.

일 년 전 사진과 비교해 보면 하늘이 청명하고 구름이 보인다.

사진으론 나아 보이지만 작년에 비해 확실히 덥다.

이 사진을 찍곤 바로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용무+스타벅스의 스원한 아메리까~노 한 사발 해치우고 다시 이 길로 들어섰다.


반남 박씨 제실과 재봉산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도 여전히 텅빈 길과 강한 햇살 뿐이다.



노작공원이 가까워질 무렵 좌측 벤치를 보니 길처럼 지독한 고독만 보일 뿐이지만 곧 가을 맞이 채비하듯 갈대밭이 바람에 찰랑거린다.



자전거 도로의 남쪽 끝이 보이도록 어느 누구하나 사진에서 떠나 버렸다.

아치형 다리에서 이 길은 도보 산책로와 만나 오산천과 반석산 사이를 지나간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 동안 텅 비어 있는 산책로와 달리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온갖 곤충들은 많은 편이었다.

이 곳은 산책로 가장자리의 잡풀들이 베어져 나간 상태라 더 공허하게 보인다.



오산천과 반석산 사이를 관통하는 길 답게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만큼 공기가 확실히 시원하고 은은한 솔향은 보너스다.

들고 간 카메라와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어 가자니 진행 속도는 비교적 더딘데다 마트에 들러야 되는 사명감(?)으로 인해 텅빈 산책로에 비한다면 촘촘한 여유는 없었으나 조용한 도시의 일면을 감상하기 쉽지 않은 기회였다.

그런만큼 이 시간, 이 연휴가 짜릿한 설레임처럼 기다려짐은 부인할 수 없는 터, 다음 설에 다시 이 길 위에서 이런 여유를 맛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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