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27

구수레? 수구레! 창녕 이방식당_20201119

창녕 우포 여행에서 식후경을 지키기 위해 들렀던, 나름 이 지역에서 유명한 국밥집이란다. 수구레? 국밥이라는데 동네 하나로마트에 들르게 되면 꼭 소고기 한 팩이나 하다못해 국거리사태나 양지라도 사면서 내가 흔히 알고 있는 기름덩어리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약간 질긴 듯 쫄깃한 식감에 비계 비슷한 느끼함도 살짝 가미되어 있지만 확실히 기름덩어리는 아닌 맛이다. 선지가 들어가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데? 국물이 살짝 밸런스가 맞지 않아 좋은 재료들이 각기 화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유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 식감을 폄하하긴 아깝긴 하다. 다행인 건 코로나 잠잠할 때, 때마침 내리는 비로 손님이 없어 수월하게 배를 채웠다. 수구레와 선지가 들어간 소고기 국밥인데 사실 내가 선호하는 소고기 국밥은 아니었..

베이스캠프는 담양_20201117

담양을 가면 꼭 들리는 국숫집은 집에서 만사가 귀찮을 때 육수에 사리만 넣어 먹는 초간편 방식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다. 영산강변에 많은 국숫집이 즐비하지만 습관처럼 찾는 집, 시골 저녁은 일찍 찾아와 18시 정도에 찾았음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고,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거리를 두는 덕분에 몇 안 되는 손님들도 널찍이 거리를 두고 앉아 거기에 동참했다. 오후 들어 지루한 비가 내려 야외 테이블은 앉을 수 없었으나 때마침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이 국숫집에 들리면 요리는 국수와 삶은 계란 뿐, 허나 계란은 꼭 먹어야 된다. 다 같은 계란이겠거니 하지만 여기 계란은 정말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마지막에 서로 웃으면서 대하자는 건 정말 공감. 늦은 밤이 아닌데도 담양은 벌써 한밤 중, 창 너머 ..

여정의 단골 메뉴, 영월 순대국밥_20201006

정선 사북으로 가던 중 출출한 속을 채우기 위해 영월로 빠져 저녁을 때웠다. 서부시장 순대국밥집에 들어가자 퇴근 후 간단히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로 인해 식욕은 배가 되었다. 전체적인 양은 적은데 속고기는 푸짐한 영월 순대국밥집이다. 오후 6시반이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속은 채워야 스것지?

생긴 건 꼬락서니, 맛은 마약_20200905

선유도 석양을 뒤로하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따라 고군산군도를 벗어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비응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자 밀려든 허기에 보이는 건 전부 음식처럼 보일 정도. 게다가 음식 하면 전주, 군산에, 칼국수 하면 바지락 아니것소잉! 군산에 와서 바지락칼국수 하나만 먹기엔 억울할 것만 같아, 눈에 헛것이 보일 정도라 해물전도 같이 시켰더니 비쥬얼이 무성의 그 자체다. 전을 부치다 세상 귀찮아 이리저리 굴리며 학대당한 불쌍한 모습이지만 한 조각 떼서 입에 넣는 순간 동생 녀석과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 눈을 맞히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억울한 상판대기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먹은 전, 빈대떡 중 최고를 군산에서 만났다. 부안에 명물, 바지..

무선의 진수, 에어팟 프로_20200716

음악에 대한 집착, 주구장창 음악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분석하거나 야트막한 지식으로 평하고 싶지도 않아 있는 그대로 즐길 뿐이다. 월정액으로 곡을 구입하면서 리필되는 일자를 손꼽아 기다려 음원을 구입하고 나면 허무하게도 허벌나게 듣던 곡들을 무심코 재생해 버린다. 그럼에도 아이폰에 곡을 넣는 순간이 행복하다. 더불어 오롯이 음악 리스닝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싶어 노이즈 캔슬러가 적용된 에어팟프로를 뒤늦게 질렀고, 과도한 저음을 좋아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아이폰의 플랫하고 단단한 음색에 길들여져 에어팟의 편안한 소리에 벗어나기 힘든 시기다. 이러다 아주 가끔 가속도가 붙은 심박에 맞춰 아토믹 플로이드를 통해 락을 듣노라면 가슴에서 미세한 전율이 느껴진다. 사실 프로는 건너뛰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진..

냥털 잡는 로봇청소기_20200715

냥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 청소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하는 수 없이 로봇 청소기도 들였는데 낯선 괴물이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니자 더 이상 텃세를 부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가족한테 달라붙어 눈빛으로 한 마디 한다. "저 검둥 벌레는 누규?" 예전부터 로봇 청소기에 대한 불만, 바로 흡입력인데 이 녀석 또한 다이슨 무선 청소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고, 다만 만충 시 비교적 긴 사용 시간과 약한 흡입력을 만회하기 위한 양날 브러쉬가 있어 그나마 사용할 만하다. 가끔 화장대처럼 밑에 좁은 공간이 있는 장소는 들어가긴 해도 나오지 못해 울어대는 경우가 있고, 방에서 나갈 땐 문턱을 넘었다가 들어오지 못할 때도 있지만 수시로 청소를 할 수 있어 내구력만 좋다면 쓸만하겠다. 회전 브러쉬가 돌 때 냥이가 호..

골짜기 작은 갤러리, 컨츄리 블랙 펍_20200709

한이와 같이 감곡에서 만나 여주 행님과 감곡 형을 찾아뵙는다. 여주 행님은 어차피 은사와 같은 분이라 언제든지 찾아뵙게 되지만 감곡 형은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렇다고 먼 곳에 사는 것도, 연락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유체이탈한 것처럼 바쁘지도 않건만 거의 1년 만에 뵙는다. 늘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끈한 어투, 진정한 삶은 곧 끊임없는 변화와 능동적 대처이기에 늘 발로 뛰는 형인만큼 감곡, 장호원에서는 마당발이다. 그런 형을 여주 행님과 고향 친구와 함께 찾아갔으니 지극 정성에 멋진 자리로 안내했다. 작긴 해도 산 중턱이라 사람들이 오려나 싶었지만 입소문이 그래서 무서운지 저녁 시간이 되자 알흠알흠 주차장에 차가 들어서 금세 너른 주차장에 반 이상 들어찬다. 거의 1년 만에 만나 뵙는 반가움이 무색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