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27

고행과 안심의 교착점, 1차 백신_20210426

지난 겨울에 독감 백신, 이번 봄에 코 백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주위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까이꺼~ 간호사 스킬이 워낙 좋아서 거의 무통증에 가까웠다. 백신 접종 후 기저질환 판단을 위해 잠시 대기 중. 백신 접종 후 하루 동안 오한이 찾아와 몇 년 동안 손도 대지 않던 타이레놀과 친하게 지냈다. 지나고 나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감염되고, 감염시키는 고행에 비하면 이까이꺼~ 물론 48시간 지난 시점에선 완전 멀쩡해졌지만, 아픈 사람치고 태연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 약해진 상태에선 체온계 수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12시간 정도 지나 37.7도가 나왔다. 몇 년 동안 이런 수치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서 몸살의 통증보다 이 어색한 불편함이 더 이질적이다. 38도를 넘어선 순간,..

산골짜기 작은 마을, 파크로쉬_20210303

여행의 끝이 다가와 마지막 밤이 되어 숙소 주변의 텅 빈 공간을 차분히 둘러보며 풀어놓은 기대의 봇짐을 다시 추스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와 권한이 부여되지만 정신없이 돌아다닌 덕에 무척이나 짧고 누수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시간은 매정히 지나가 버린다. 집 떠나 밤공기를 가르며 숙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무중력 상태인 양 홀가분한 마음이 온몸의 자이로스코프를 마비시켰고, 늦은 시간에도 밤거리를 홀로 유영했다. 먼 거리를 달려왔다는 피로감은 사실 전혀 없는 게 아니라 인지부조화로 인해 잊어버려 밤새 온종일 걷더라도 지치지 않을 만큼 사기는 충천하여 헛된 시간을 경계했지만 결국 모든 걸 배제하고 즐기면 되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어느 순간 인적 없는 오지로 여행을 다니던 게 이제는 제 ..

그래서 올 수 밖에 없는 파크로쉬_20210302

다음 숙소로 옮겨 봇짐을 풀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운행의 걸림돌이자 멋진 동반자 였던 눈길에서의 긴장 또한 훌훌 털어낸다.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이 속속들이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발길이 뒤섞이지 않고 익숙하게 찾아낸다.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 고압적인 풍채의 가리왕산을 보는 게 이곳의 뷰포인트로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거대한 데다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고도가 한눈에 보여 누구든 매료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리왕산 반대편 백석봉은 가리왕산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나 특이하면서 독특한 산줄기를 보노라면 그 매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고, 다만 미려한 산결을 어느새 시선으로 붙잡아 미로를 그리듯 눈길을 뗄 수 없다. 한바탕 퍼붓다 그친 눈보라는 대기의 잡티를 모..

낡고 썩어버린 낭만, 고한 메이힐즈_20210301

겨울이 봄에게, 추위가 따스함에, 응축된 대지가 푸른 새싹에게 애증과 더불어 그간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시기. 때마침 내리는 비소리와 기차 경적이 그리운 태백선이 교차하는 풍경과 더불어 묘하게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태백에서 고한으로 넘어오는 길에 해발 1,000m가 넘는 거대한 두문동재를 만난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일직선 도로로 닦고, 금대봉 아래 긴 터널을 뚫었다지만 여전히 거대한 고갯길은 일기가 좋은 날에도 숨을 허덕이게 만들 만큼 차량 엔진소리는 꽤 오래 둔탁하다. 그런데 오후 들어 폭설 수준의 눈발이 날리자 가뜩이나 힘겨운 고갯길에 꼬리를 잡아끄는 심술이 동반되었고, 운 좋게 제설차량을 만나 몇 번의 슬립이 있은 후 그나마 수월하게 고갯길을 넘어 무사히 숙소에 다다랐다. 밤새 자욱한 눈발은 ..

정갈한 카페, 태백 투썸_20210301

아침부터 일기예보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비가 내려 서둘러 태백으로 넘어왔건만 고도가 높은 도시라 점차적으로 내리던 비는 동글동글한 얼음 알갱이로 바뀌기 시작했다. 원두, 드립퍼까지 모두 챙겨 왔음에도 아뿔싸! 그라인더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와서 하는 수 없이 태백에 얼마 전 오픈한 투썸플레이스를 찾아 얼마나 단비 같은지. 투썸 일대에서 황지공원까지가 태백의 핫플레이스라 주차할 곳이 마땅찮은데 때마침 가까운 노상 공영주차장에 차량 한 대가 빠지는 타이밍에 맞춰 주차를 하고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진한 커피향과 함께 아주 깔끔하고 화사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이완되며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았다. 더불어 오아시스 같은 카페에서 만난 직원들의 친절이 왜캐 고맙던지. 네이버 지도엔 있고, 카카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