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31

생긴 건 꼬락서니, 맛은 마약_20200905

선유도 석양을 뒤로하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따라 고군산군도를 벗어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비응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자 밀려든 허기에 보이는 건 전부 음식처럼 보일 정도. 게다가 음식 하면 전주, 군산에, 칼국수 하면 바지락 아니것소잉! 군산에 와서 바지락칼국수 하나만 먹기엔 억울할 것만 같아, 눈에 헛것이 보일 정도라 해물전도 같이 시켰더니 비쥬얼이 무성의 그 자체다. 전을 부치다 세상 귀찮아 이리저리 굴리며 학대당한 불쌍한 모습이지만 한 조각 떼서 입에 넣는 순간 동생 녀석과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 눈을 맞히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억울한 상판대기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먹은 전, 빈대떡 중 최고를 군산에서 만났다. 부안에 명물, 바지..

무선의 진수, 에어팟 프로_20200716

음악에 대한 집착, 주구장창 음악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분석하거나 야트막한 지식으로 평하고 싶지도 않아 있는 그대로 즐길 뿐이다. 월정액으로 곡을 구입하면서 리필되는 일자를 손꼽아 기다려 음원을 구입하고 나면 허무하게도 허벌나게 듣던 곡들을 무심코 재생해 버린다. 그럼에도 아이폰에 곡을 넣는 순간이 행복하다. 더불어 오롯이 음악 리스닝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싶어 노이즈 캔슬러가 적용된 에어팟프로를 뒤늦게 질렀고, 과도한 저음을 좋아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아이폰의 플랫하고 단단한 음색에 길들여져 에어팟의 편안한 소리에 벗어나기 힘든 시기다. 이러다 아주 가끔 가속도가 붙은 심박에 맞춰 아토믹 플로이드를 통해 락을 듣노라면 가슴에서 미세한 전율이 느껴진다. 사실 프로는 건너뛰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진..

냥털 잡는 로봇청소기_20200715

냥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 청소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하는 수 없이 로봇 청소기도 들였는데 낯선 괴물이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니자 더 이상 텃세를 부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가족한테 달라붙어 눈빛으로 한 마디 한다. "저 검둥 벌레는 누규?" 예전부터 로봇 청소기에 대한 불만, 바로 흡입력인데 이 녀석 또한 다이슨 무선 청소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고, 다만 만충 시 비교적 긴 사용 시간과 약한 흡입력을 만회하기 위한 양날 브러쉬가 있어 그나마 사용할 만하다. 가끔 화장대처럼 밑에 좁은 공간이 있는 장소는 들어가긴 해도 나오지 못해 울어대는 경우가 있고, 방에서 나갈 땐 문턱을 넘었다가 들어오지 못할 때도 있지만 수시로 청소를 할 수 있어 내구력만 좋다면 쓸만하겠다. 회전 브러쉬가 돌 때 냥이가 호..

골짜기 작은 갤러리, 컨츄리 블랙 펍_20200709

한이와 같이 감곡에서 만나 여주 행님과 감곡 형을 찾아뵙는다. 여주 행님은 어차피 은사와 같은 분이라 언제든지 찾아뵙게 되지만 감곡 형은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렇다고 먼 곳에 사는 것도, 연락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유체이탈한 것처럼 바쁘지도 않건만 거의 1년 만에 뵙는다. 늘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끈한 어투, 진정한 삶은 곧 끊임없는 변화와 능동적 대처이기에 늘 발로 뛰는 형인만큼 감곡, 장호원에서는 마당발이다. 그런 형을 여주 행님과 고향 친구와 함께 찾아갔으니 지극 정성에 멋진 자리로 안내했다. 작긴 해도 산 중턱이라 사람들이 오려나 싶었지만 입소문이 그래서 무서운지 저녁 시간이 되자 알흠알흠 주차장에 차가 들어서 금세 너른 주차장에 반 이상 들어찬다. 거의 1년 만에 만나 뵙는 반가움이 무색하게 ..

작지만 단단한 울림, 원더붐2_20200703

여행에서 꼭 챙기는 것 중 하나가 항상 음악을 들려주는 블루투스 스피커다. 허나 1kg에 육박하는 녀석 두 개를 끼고 다니는 고행이 만만찮지만 그럼에도 '소리' 하나 때문에 고행=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알고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 맛이란 게 힘든 것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라면 주저 없이 긁어 주는 맛에 우선적으로 손을 들어줬고, 그렇게 사용한 메가붐은 5년이 넘는 시점이 되어 이제는 카메라와 더해진 백팩의 무게는 기동력을 끌어당기는 질곡과 같아 무게감을 줄이고 그 힘으로 발디딤에 신경 쓰기로 한 뒤 고민 끝에 원더붐으로 갈아탔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 특유의 시원하고 짱짱한 음색 유전자는 있지만 아무래도 타격감이 확연히 줄어드는 고로 무게와 타협하며 귀가 익숙해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6년 ..

에어컨필터 자가 교체_20200702

에어컨필터 교체가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르노 차량에 도전, 20여 분 정도의 요가 자세를 통해 이번에도 무사히 성공했다. 5개월 조금 넘는 기간을 사용하며 지난번에 비해 양호한데 그런 만큼 차량 내부 공기에 도움 되지 않을까? 좋은 필터를 직접 구입해서 수시로 자가 교체해서 에어컨과 차량 내부 공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쉬운 일은 아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신경 써야지. 허나 매번 후회막급이다. 뭐 이리 이따위로 어렵게 만든 건지. 3M 필터는 그냥 믿고 쓰는 게 건강에 좋겠다. 새제품과 기존 장착된 제품을 이렇게 함께 놓고 비교하면 확연히 대조된다. 뒷면은 활성탄으로 도배되어 있고, 헤파 정전필터란다. 5개월 정도 사용한 녀석은 자욱한 먼지로 인해 변색이 되었지만 지난번과 달리 벌레가 휴양 중은 ..

싼티 나고 조악한 키작 선풍기_20200625

오랜 직장 생활을 접고 구의동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마련한 친구의 선물로 쥐콩만한 선풍기를 사서 룰루랄라 가는 날. 다른 친구들도 제시간에 찾아와 허기진 배를 달랜다. 작은 크기에 비해 소음은 강한 고주파음처럼 무시할 수준이 아닌데 생긴 모양새로 봐선 책상 아래 발치에 두고 사용하면 좋을 거 같다. 친구 녀석도 주방에서 발치나 허리 높이 정도에 두고 사용하면 알맞긴 하나 막상 선풍기를 꺼내서 틀자 생각보다 바람도 약해서 다음부턴 이런 중국산 싼티 나는 제품은 선물 용도에 적합하지 않겠다. 저렴한 맛에, 서브용으로 발치에 두면 딱 맞을 녀석이다.

깔끔한 멸치육수, 진우네집 국수_20200624

흡사 타운하우스를 닮은 모습, 비교적 들어선지 오래된 축에 비하면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그래도 메타세쿼이아길과 인척이라는 점. 근래 여행 중 어떤 곳과 비교해도 가벼운 부담에 비해 공간이 너른 점. 일대가 펜션 단지라 이질적인 감정 이입에 소모하지 않아도 외형적인 특별함이 부여된다는 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하는 공공장소, 특히 맛집 탐방은 주변을 서성이며 이용객이 적은 지 눈치 아닌 눈치를 봤던 걸 감안했을 경우 여기는 마치 내집처럼 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가정적이다. 초여름이라 담양에 있던 시간 동안 여행객이 적어 심적 부담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타운하우스 정원 같다. 다만 앞에 저 까칠한 표정의 동상 덕분으로 밤에 ..

커피 공장, 서플라이_20200623

어떤 이에겐 추억의 향수가, 또 다른 어떤 이에겐 이색적인 체험일 수 있는 공장 카페는 근래 들어 꽤나 많이 탄생했고, 건물 특성상 너른 규모에 높은 천장을 무기로 기존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어필한다. 테이블과 체어도 과거 공장의 분위기에 일조할 수 있도록 낡고 조악한 것들을 활용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잠재된 엔틱을 극대화시켰다. 커피맛은 그저 그렇더라도 감성에 대한 투자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지인과 저녁 식사 후 한눈에 들어온 공장형 카페로 간판도 엔틱하다. 모든 소품들은 하나 같이 재탄생하며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의자는 어디서 구했을까? 이런 형태의 카페에 발길이 붙잡히면 기어이 꼭 앉아봐야 된다. 출입문은 아니지만 카페 외관에서 4번 타자 격이다. 내부는 공장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