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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마을을 떠나며_20200320

조금 늦잠을 잔 뒤 부스스 일어나 못다 한 미련이 남았는지 베란다로 나와 밖을 내다봤다. 떠나는 길에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듯 봄볕이 쏟아지는 한가로운 마을 모습이 온통 눈을 녹여준다. 왠지 모를 산수유 공원의 정감이란... 봄의 미련이려나? 구례를 떠나던 금요일은 반곡마을을 향해 줄 지어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고, 가던 길이 먼 나로선 자리를 내어 줄 차례였다. 아쉬운 대로 멋진 구례에서의 봄은 이렇게 마무리해야 스것다.

긴 하루의 끝, 산수유 마을_20200319

하루가 금세 흘러간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기나긴 시간이었다. 산수유마을-곡성-함허정-구례 사성암-곡성 두가헌-곡성 고달-구례 당골식당으로 이어진 경로를 볼 때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하며, 하루만큼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뿌듯한 가슴을 되짚어 이번 여정 또한 만족으로 인한 아쉬움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숙소 베란다로 나와 어둑한 산수유 마을을 내려다봤다. 낮에 넘쳐나던 노란 빛깔은 모두 잠에 빠져 들었고, 마을을 지켜주는 지리산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지리산은 든든한 품새로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궤적을 따라 수많은 별빛을 뱉어내고 있는, 구례 여정의 마지막 밤은 아름답기만 했다.

해 질 녘 곡성 도깨비_20200319

사성암에서 출발하여 다시 곡성으로 향했는데 오전에 섬진강변의 17번 국도를 경유했다면 이번엔 섬진강을 넘어 반대편의 한적한 도로를 경유했다. 첫 번째는 두가헌이라는 멋진 시골 카페를 이용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도깨비마을로 가기 위함이었다. 물론 두가헌의 멋진 정취에 빠져 오래 앉아 있는 사이 석양은 서산으로 완전히 기울어 더 이상의 멋진 절경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데다 하루 동안 동선을 감안하면 허기가 밀려올 만했다. 그래서 도깨비마을 방문은 패스하고 마을 입구까지만 가는 걸루~ 해질 무렵 음산한 도깨비 마을. 어릴 적 어둑한 암흑 속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도깨비는 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잊혔다고 안심했던 도깨비가 다시 눈앞에 떡!허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때마침 석..

구례와 지리산을 마주한 오산 사성암_20200319

지리산 노고단과 섬진강, 사람들의 터전인 구례를 마주한 오산은 무릇 다른 산들이 질투할 만한 천리안을 빙의시켜준다. 텅 빈 사성암의 위태로운 벼랑 위에 서서 한눈에 모든 걸 구겨 넣듯,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고, 여유와 여백을 멋들어지게 채워 넣은 구례 일대를 보는 사이 세찬 바람을 따라 시간도 금세 흘러가 버린다. 구례에 온 시기가 절묘했던 건 한동안 대기가 뿌옇게 흐리다 이날만큼은 대기가 깨끗하고 화창했다.-구례가 고향인 사우의 말에 의하면- 곡성 지인과 함께 구례로 다시 넘어와 사성암으로 안내한다. 구례에 오면 '고곳은 꼭 가봐야제'라며, 주말 휴일엔 산아래 셔틀버스만 이용 가능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때마침 평일이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사성암까지 차량으로 통행이 가능했다. 막상 사성..

섬진강도 쉬어 가는 곳, 함허정_20200319

지인이 안내한 곳은 지극히 평화로운 시골 마을 정취에 섬진강을 직면한 함허정이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원했고, 그 숨은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여 정말이지 지나는 인적이 거의 없어 흔히 지나칠 법한 그런 흔하디 흔한 시골이다. 그럼에도 섬진강을 끼고 약간 지대가 높은 언덕이 배후에 있는 고전적인 정자였다. 함허정(涵虛亭)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60호. 543년(중종 38) 심광형(沈光亨)이 만년에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세웠는데, 그 후 증손 청안현감(淸安縣監) 민각(民覺)이 쇠락한 정자를 옛터의 아래로 옮겨 새로 건립하였고, 다시 5대손인 세익(世益, 호는 浩然亭)이 중수하였다. 세익이 두 아우와 우애가 매우 돈독한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칭송하여 ‘호연정’이라 별칭을..

친근한 정취들, 곡성_20200319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라 곡성역 주변을 둘러보며 친근한 자취를 만났다. 편한 위치에 주차를 한 뒤 기차마을과 연결된 다리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곡성역으로 이끌리듯 따라갔는데 분지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곡성의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분지 내부는 탁 트인 평야로 그 한가운데 곡성역이 있어 어느 정도 높이를 맞춰 설계된 플랫폼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기차마을로 이어진 철길 다리가 다분히 증기 기관차를 재현시켜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작지만 어여쁜 봄꽃이 무더기로 모여 따스한 봄볕을 쬐고 있다. 곡성천변 도로가에 군락지로 형성되어 이 작은 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꽤 많은 꽃들이 모여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기..

곡성 가는 길에 섬진강 봄_20200319

구례에서 곡성으로 가는 길은 크게 2가지. 섬진강변 도로와 산중 텅 빈 도로로 어느 길로 가든 봄 풍경에 기분이 좋아져 허투루한 음악 소리에도 선율을 타고 어깨를 들썩인다. 이번엔 섬진강변을 따라 양갈래 산이 끊임없이 이어진 협곡 같은 길로 건너편은 행정구역상 구례며 한적한 반면 곡성 17번 국도는 매끈하게 포장되어 실제 곡성까지 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곡성으로 가는 섬진강변길엔 봄의 화사한 초록을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는데 태동하는 초록의 화사하고 싱그러운 빛깔이 섬진강을 따라 곡성까지 이어졌다. 더불어 아침부터 대기를 뿌옇게 짓누르던 연무가 조금씩 걷히며 여정의 즐거움을 증폭시켜 줬다.

언덕에 이은 노란 들판,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_20200319

문화관 앞 도로를 건너 주차장과 옆 산수유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산수유 군락지가 언덕이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평면적인 들판에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시각적으로는 노란 꽃이 빼곡하게 보였고, 그 노란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은 마치 파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산수유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타워는 3층 정도 높이에 직접 오를 수 있어 노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갑판과 같았다. 이따금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노란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들판에서 꼭 한 번 오르게 되는 정규 코스 같은 곳이다. 내 기억에 산수유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키와 둘레가 지금껏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이즈라 확실히 산수유마을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단지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고 해서 산수유마을..

노란 향기가 파도치는 구례 산수유 사랑공원_20200319

듬성듬성 자란 노란 점들이 모여 세찬 바람을 타고 하나의 파도 마냥 출렁이던 산수유 마을의 정취가 함축된 사랑공원은 호텔에서 인척 거리에 작은 언덕을 꾸며 놓은 공원이다. 봄철이면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미세 먼지도, 태풍을 방불케 하는 강한 바람도, 한창 분주한 평일 오전도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북적이던 마을은 그랬던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무척 한산했다.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바로 이곳을 찾은 뒤 곡성으로 넘어가기 전, 호텔 바로 앞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산수유꽃의 노란 손짓에 이끌려 잠시 찾은 세상은 그림에서나 볼 법한 무릉도원과도 같은 전경이었고,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은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유혹이었다. 구례는 봄꽃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으로 산수유꽃, 매화, 벚꽃의 향연을..

하루를 시작하는 구례 산수유 마을_20200319

먼 길 달려온 피로는 설레는 기분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 이른 새벽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떴고, 침대 바로 옆 창문을 제치자 빛깔 고운 새벽하늘 여명에 잠시 잠을 털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왔다. 구례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바로 옆 지리산의 위용은 가히 압권인데 때마침 동녘에 위치한 노고단 하늘로 떠오르는 하루를 감안한다면 베란다로 나오는 순간 습관처럼 그쪽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어두 깜깜한 밤이나 마찬가지지만 거대한 노고단 형체가 드러난 미려한 선은 역시나 압권이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다시 들고 나와 여명을 담으며, 더불어 미세한 바람결에 실린 봄내음은 덤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봄의 향그러운 향과 시골 어디선가 장작 지피는 내음이 겹쳐 가뜩이나 설레는 구례 여정을 앞두고 그 설렘은 더욱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