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 앞 도로를 건너 주차장과 옆 산수유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산수유 군락지가 언덕이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평면적인 들판에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시각적으로는 노란 꽃이 빼곡하게 보였고, 그 노란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은 마치 파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산수유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타워는 3층 정도 높이에 직접 오를 수 있어 노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갑판과 같았다.
이따금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노란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들판에서 꼭 한 번 오르게 되는 정규 코스 같은 곳이다.
내 기억에 산수유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키와 둘레가 지금껏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이즈라 확실히 산수유마을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단지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고 해서 산수유마을이 아니라 마치 태초에 산수유 원산지가 아닌가 싶을 만큼 공원을 비롯하여 동네 곳곳을 둘러보면 나무의 연식이 줄곧 잡아도 백 년 넘었을 나무 투성이었다.
공원길을 제외한다면 나무는 가지가 서로 뒤섞일 만큼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고, 어느 가지에서 뻗어 나온 건지 모를 정도로 꽃도 빼곡했다.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타워 위에 올라봐야지.
생각보다 시야가 넓어지고, 산수유 마을 자체가 노고단 방면으로 완만한 오름세라 산과 가까운 공원은 자연적 마을에 비해 지대가 높아 마을이 두루두루 보일 정도다.
공원 한 켠에 철로 된 조형물이 빨간 하트를 날린다.
공원은 일정 테마를 갖고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얼마나 산수유꽃이 만발했으면 직접 걷지 않는 이상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사라져 버린다.
이따금 찾는 사람들도 나처럼 노란 물결에 휩쓸려 정처 없이 걷는다.
지리산 노고단 방면의 높은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 하루 종일 찌뿌둥한 날씨가 되지 않을까 살짝 아쉬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가리던 무거운 구름은 모두 걷히고 화사한 대기가 기다렸다.
언제나 봐도 지리산의 위엄은 그 자체로도 멋진 볼거리가 된다.
타워 중간 쯤 내려왔을 때 이 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리산 노고단 반대 방향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타워 높이에선 마을이 한눈에 보이지만 중간쯤 높이는 마을이 노란 파도에 보일락 말락 하면서 노란 수평선에 걸쳐져 있는 고깃배 같다.
그 노란 수평선에 우뚝 솟은 나무가 함께 조합된 이 장면이 아마도 공원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닐까 싶다.
약속 시간이 그리 빠듯하지 않지만 곡성으로 가는 길이 초행이라 어떤 가슴 설레는 봄 풍경이 눈에 띌까 몰라 공원에서 떠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걷던 길에 다다르자 왜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유별난 행진이 펼쳐졌는지 공감되었다.
전형적인 시골 인가의 골목길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돌담 사이로 난 길은 산수유 가지가 위를 뒤덮고 있는 산수유터널이라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로 인해 산수유꽃이 지나는 객을 환영하는 손짓과 같았다.
코로나19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잔뜩 움츠린 이 시기에 마음마저 자칫 위축될 수 있어 암흑 속에서 노려 보는 공포가 꽤 무거웠는데 이 순간, 구례에서 여정을 즐기는 동안은 그 위압감을 떨칠 수 있었고, 더불어 무겁던 마음의 짐도 한껏 털어낼 수 있었다.
다음 여정인 곡성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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