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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전령사들의 관문, 구례_20200318

세상만사 긍정의 이면에 부정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모략과 거짓 정보를 포장한 집단이 있겠지만 이런 때 그런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는 더욱 창궐하여 사람들의 심리에 공포의 싹을 틔운다. 가뜩이나 힘든데 그런 부정적인 쓰레기에 내 관심과 에너지를 난도질 당하기 싫어 난 긍정의 감동과 자부심에만 관심 가질련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 전세계가 초토화된 마당에 그런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저력, 더불어 어느 누구보다 힘들어 할 대구/경북 시민들이 이런 혼란을 극복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시적인 건 없고 해서 우선 마스크 구매를 하지 않았다. 나도 없다면 그건 가식이겠지만 이 사태를 대비해 미리 구매해 놓은 마스크가 있었고, 더불어 가까운 은사와 가족들께 소정의 선물로..

냥이_20200225

가족이 된 지 한 달이 넘어 받은 선물이 많은데 유독 털이 잔뜩 달라붙은 찍찍이 테잎 뭉치만 선택하고 뻔질나게 앞발 페인트 모션 축구를 즐기는 이유가 뭘까? 한참을 그렇게 정신 없이 놀다 아무 데나 배를 깔고 누워 잠깐 자는가 싶다가도 사람이 지나다니면 벌떡 일어나 '어이, 집사! 그냥 가지 말고 내 목덜미 스담 해 주시지~'라고 눈빛으로 말한다. 물론 모른척 하고 있으면 다가와 껌딱지가 되지만.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잠시 쉬는 중, 스담 해 달라는 눈빛이다. 피로를 푼다고 잠시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는데 왜 이리 눈꺼풀이 무겁냥~ 자리를 가리지 않고 벌러덩 드러누워 혼자서 열심히 논다. 호박색 눈빛이 꽤나 아름다워 특히나 이 사진에 애착이 간다. 느낌 사는데~

마중 나온 함박눈, 가리왕산 휴양림_20200225

가리왕산 휴양림은 평면지도 상 다닥다닥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 자리에서 살펴보면 고도차가 있어 그 부담스러운 거리 사이에 장벽 역할을 한다. 가리왕산을 출발할 무렵, 밤새 내린 비가 진눈개비로 바뀌었고, 휴양림은 텅 빈 채 다시 찾아올 사람들을 기다리며 또다시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공허를 채우기 위해 그토록 가냘픈 빗방울이 못내 아쉬워 함박눈으로 옷을 갈아 입고 나들이 나왔을까? 잔치가 끝나면 남은 건 공허의 잡동사니들. 그래도 늘 이 자리를 지켜주던 숲이 공허가 아닌 휴식으로 다독이겠다.

절경과 절벽의 경계에서, 칠족령과 하늘벽 구름다리_20200224

가끔 이럴 때가 있다.멀쩡하던 몸이 휴일을 맞아 탈수기에 쥐어 짤 듯 쑤시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월요일이 되면 거짓말처럼 멀쩡해진다.뭔 말인고 허니, 긴장감이 작은 느낌을 극대화시켜주고, 공포가 잠자고 있던 초인적인 능력과 집중력을 흔들어 깨울 때가 있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서 최애 절경을 간직한 동강에 매년마다 최소 한 번 정도 여행하며 극도의 몰입감을 즐긴다.(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칠족령의 마법_20190329)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

가리왕산 휴양림_20200223

21시 무렵 가리왕산 휴양림에 도착하여 살림을 후딱 옮기곤 바로 카메라를 메고 숙소 일대를 돌아다녔다. 밤하늘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쉽게도 은하수는 보이지 않고 그저 별빛만 싸늘하게 반짝였다. 희안하지? 밤에 찍은 사진 몇 장만 사라졌는데 다른 SNS에는 그 사진들이 있다. 애석하게도 원본은 증발하고 그나마 SNS에 사진이 남아 다행이다. 은하수는 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깊은 오지의 밤하늘은 매력적이다. 가끔 정적과 암흑이 무서울 때, 이런 익숙한 소리가 위안이 되는데 이 자리에서 그걸 실감한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휴양림 직원과 마주쳤는데 밤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이민 행태가 이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가리왕산 지도는 휴양림 내 숲속의 집이 모여 있던 초입에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

떠 있는 한반도를 찾아서, 초평호_20200211

금강과 그 지류를 통틀어 무주와 함께 가장 멋진 절경을 품을 수 있는 곳이 다음 여행지인 진천에 있었다. 아산에서 수월하게 이동하여 이곳 초평호에 도착하자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정취가 물씬 풍겼다. 아산과 함께 한국 교민들을 포용으로 보듬어 안은 곳, 진천은 과거 제약 회사에 근무할 당시 음성 금왕과 인척이라 여기를 떠오르는 순간부터 흥겹던 시절을 회상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고, 더불어 가는 길 내내 강렬하게 사방을 가득 채우던 락음악이 더해져 풍선 마냥 한없이 가슴 벅차기만 했다. 초평호 인근 전망대 초입의 붕어마을에 도착하면 너른 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주차를 한 뒤 초평호 반대 방향 산등성이를 째려보면 이렇게 아득한 위치에 전망대가 보이긴 하지만 가는 길이..

충무공의 영혼, 현충사_20200211

곡교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금세 도착한 현충사는 따가운 햇살 충만한 풍경에 마치 활기찬 봄의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다녀왔던 기억은 이미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 위대한 업적은 어찌 잊을까. 무게감보다 진중함에 압도당하는 현충사. 이 자리에 서자 나도 모르게 향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으로 조심스레 자리를 벗어났다. 현충사가 아우르는 곳에 아산이 있고, 아산은 현충사를 품고 있다. 현충사를 수놓는 나무는 감탄사를 늘어 놓아도 모자람 없는, 하나같이 범상한 굴곡이 있다. 현충사를 빠져 나올 무렵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장면이 아름다운 동행의 상형문자 같다.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역사의 큰 획과 같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깊게 새겨진 곳, ..

멋진 겨울 작품,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00211

사실 아산은 현충사와 온양온천 외엔 남아 있는 지식이 없었다. 코로나19로 한국 교민들에 대해 관용을 베푼 아산과 진천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니 만큼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불현 듯 스친 영상 하나. 인공으로 조성된 가장 긴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아산에 있었다는 사실은 여행 전문 유튜버 킴스트레블님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아산 도심과 인접한 곡교천으로 향했다.(킴스트레블 - https://youtu.be/h6X4NuenhIY) 다음으로 현충사도 반드시 들러야 했는데 때마침 엎어지면 코? 이마! 닿을만큼 지척이라 이동으로 소소하게 소비되는 시간은 아낄 수 있었고, 겨울이라 어느 정도 접근할 무렵부터 '옮다구나!' 한눈에 띄었다. 왠만한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여기에 명함을 내밀기 ..

망경대산 휴양림에서 맞이하는 밤눈_20200204

송창식의 밤눈이 생각나는 강원도 오지의 눈. 서울에서 눈이 온다고 길 조심하라는 말에 믿기 힘들다는 듯 커튼을 열어젖히자 눈 올 기미조차 없더니 거짓말처럼 전화 끊고 이내 세찬 바람에 실린 눈발이 날린다. 호랭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밤눈은 양반 되기 글렀다. 아주 짧지만 강렬한 눈발이 날린 뒤 갈길 바쁜 나그네인 양 이내 그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