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단아한 경주의 시간과 작별, 천년숲정원에서 영덕으로_20240116

사려울 2024. 2. 19. 00:03

천년숲 정원이란 타이틀에 낚여 지인과 함께 찾았지만 '천년'이란 떡밥에 살짝 현타가 온 곳.
오래된 숲이 아닌 천년 경주에 기댄 곳이라 고목이나 거목보다 마치 천년 전 서라벌 귀퉁이의 단아한 정원 같았다.
거창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이 소소한 정원 숲에서 단음의 현악에 취하듯 마음을 비우고 걷는다면 그 단순함 속에서 개운한 뒤끝을 음미할 수 있었다.
지인과 헤어지기 전, 불국사 인근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해 그 또한 무심한 가벼움을 여운으로 남기고 다음 행차, 영덕으로 향했다.

 

인사말 < 기관소개 < 산림환경연구원 < 산림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 소중한 산림이 지속적으로 보존 될 수 있도록 산림에 대한 연구와 임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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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숲 정원의 주차장에서 따사로운 햇살에 가여운 냥이를 만나 인사를 건네자 녀석은 몸을 부비며 힘겨운 삶을 이야기했다.
숲으로 가기 전, 녀석에게 츄르와 생수를 건네고, 돌아와 일광을 즐기는 녀석에게 다시 츄르를 건네며, 녀석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호의를 베풀었다.
녀석에게 있어 츄르 몇 개는 기나긴 굶주림에서 단 한순간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츄르 몇 개는 건조한 시간 속에서 지속되는 위로며 응원이기 때문이었다.

길에서 사는 생명인데 어떻게 사람한테 친화적일까?

차량에서 햇반 그릇을 가져와 츄르 2개를 짜주고, 생수를 부어 화답했다.

함께 갔던 지인도 평소 길에서 사는 냥이에게 무척 호의적이고, 실제 버림받은 녀석을 키우기도 했었다.

햇살이 좋은 날이라 녀석을 뒤로 하고 숲길로 향했다.

규모가 비교적 아담한데 주변 들판처럼 직선의 안정감을 살려 조성해 놓았고, 그 가운데엔 일반 차량이 통행하는 통일로라 지칭된 도로가 가로질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 눈에도 원근감이 도드라지며 작은 나무가 일렬로 늘어져 터널처럼 조성된 거울숲의 무궁화길이었다.

전체적으로 한적한 편인데 그나마 거울숲 일대가 가장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천년된 숲이라기 보단 경주를 대표하는 문양과 그 역사적 시간으로 천년숲이라 명명한 듯싶었다.

대화를 나누느라 정원을 대부분 누볐음에도 담은 사진은 거의 없었다.

거울숲 무궁화길과 목련길을 전부 거닐고 이어 서라벌정원으로 넘어와 버들못으로 향했다.

바람이 거의 없던 날이라 수면은 거울처럼 평온하여 생생한 반영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정원들을 다 둘러본 뒤 산림환경연구원 방면으로 넘어와 대숲 옆길로 걸어 남측 외부 통로까지 다녀왔고, 다시 왔던 출입구로 들어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을 따라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숲정원을 떠나기 위해 출발점인 주차장으로 돌아오자 녀석이 한가로이 일광 중이었다.

지나는 분들이 의외로 녀석에게 호의적인데 요즘 들어 냥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다.

나만 하더라도 적대적이던 생각이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결국 적대적이었던 생각들은 어릴 적부터 세뇌와도 같았던 편견이었단 걸 인지한 뒤 집사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많은 편견들과 무지가 해소되긴 했다.

떠나려는데 녀석이 계속 마음에 걸려 다시 다가가 츄르 2개를 더 먹였다.

지인은 손등에 츄르를 짜서 먹이며 녀석의 애처로운 모습에 동정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얼핏 봐도 1년이 안된 여아인데 사교성은 어찌나 좋은지, 그게 녀석의 가장 첫 번째 매력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을 어찌하리.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디디며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녀석을 뒤로하고 주차된 차량을 흔들어 깨웠다.

장실에 은근 재밌는 계도 문구가 있었다.
손만 씻어주세요.
발 씻기 금지!
의외로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선이 불분명한 걸 체감할 때가 있는데 이런 걸 보면 그런 방증 아닐까?
조만간 수영금지, 목욕금지, 세차금지로 바뀌지 않길 바랄 뿐.

지인과 작별 시간이 가까워져 점심 대접받은 응수로 커피 한 잔 대접해 드려야 되는데 마침 전날 감포 오고 가는 길에 길목에 있던 불국사 인근 투썸플레이스가 눈에 띄어 그 방향으로 출발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도로를 타고 가다 도중에 엄청나게 저렴한 유가를 확인하곤 주유를 한 뒤 찾아간 곳은 불국사 아래 숙박 시설과 아파트가 들어선 곳으로 소위 수학여행의 메카와 같은 곳이었다.

전날 감포로 오고 가던 길에 잘 정비된 택지 개발 흔적과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던 감포와 연결된 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흘러 보았지만 알고 보니 수학여행에서 꼭 필요한 유스호스텔이 모인 곳이었고, 닭장 같은 당시 풍경을 반추해 보면 이렇게 잘 정비되었던가 싶었는데 불국사로 좀 더 진행하면 오래된 시설들이 들어서 영업 중이거나 문 닫은 곳들이 즐비했다.

전날 감포를 오고 가는 길에 이 교차로를 통과했었다.

우측 현수막 방면에서 오면 바로 우회전한 뒤 첫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어야 되는데 초행길이라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좌회전 타이밍을 놓쳐 유턴한 뒤 감포 가는 자동차 도로에 진입했더랬다.

카페 쥔장께서 조각 케잌을 드리는 시간대라 싸비스로 한 조각 주셨는데 진한 투썸 커피 한 잔에 꽤나 잘 어울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작별 전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향을 노래했다.

향이 지성을 달래듯 석양 노을은 감성을 달랬다.

해가 지기 전에 지인을 경주에 모셔 드리고, 바로 다음 미리 숙박을 예약한 영덕으로 향했다.

영덕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뻗은 형산강변 도로를 따라가다 14번-7번 국도에 합류하기 전, 천북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들러 오렌지주스와 캔 맥주를 구매한 뒤 다시 가던 방향으로 진행, 14번-7번-28번 국도를 타고 포항을 지나 성곡IC에서 다시 7번 국도로 갈아탄 뒤 곧장 부경항 인근 힐링턴 콘도미니엄에 도착했다.

 

첫 영덕 여정에 만난 청량한 밤바다_20220314

망망대해 포부를 품은 시야는 거침없었다. 나른한 봄이 무색하게 싸늘한 꽃샘추위 일갈은 꽤나 섬뜩한 칼날을 휘두르지만 이미 여유 넘친 봄기운을 이길 수 없고, 허공을 낙서로 일갈한 미세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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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졸고 있는 영덕 해안마을_20220315

동해 해안도로 따라 여정길에 만난 한적한 어촌마을이 한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쬐며 갈매기와 함께 했다. 겨울이 떠나고 봄을 맞아 한창 분주한 시간 조각을 끼워 맞추는지 인적의 흔적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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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짐을 풀고 바다로 향한 창을 연 시각이 대략 19:36 정도.

22년 초봄에 해파랑길 여정에 맞춰 처음 힐링턴과 연을 맺었는데 숙소 내부에 들어서면 바다 방면에 일절 가리는 게 없이 완전 통유리창과 발치가 바다란 점에 매료되어 이번에 두 번째 연을 맺게 되었고, 회사 제휴 프로그램에 따라 엄청나게 저렴이로 예약할 수 있었다.

이 적막 또한 너무 알싸했다.

잔잔한 밤바다와 그렇지 않은 곳과의 경계에 간헐적으로 늘어선 불빛들, 그리고 평화로운 어촌마을

수평선에 떠다니는 불빛 자취의 끝자락이 호미반도로 창을 열자 겨울바람이 수다스러웠다.

그래도 추위 너머 어촌의 포근함이 서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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