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아쉬운 불발, 영월관광센터와 청령포_20231120

사려울 2024. 1. 18. 22:05

단종의 슬픔으로 점철된 청령포는 무거운 초겨울 공기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육지 속의 섬이 아닌 땅의 기운이 근육처럼 불거진 그 배후의 지세가 특이한 명승지였다.
월요일 아침부터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분주하게 강을 횡단하며 뜀박질하는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이 작은 세상엔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 은폐 중이다.
모노톤의 딱딱한 벽엔 인간에게 친숙한 생명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크게 굽이치는 서강의 온화한 물결엔 바다로 향한 서슬 퍼런 집념이 웅크리고 있었다.
조선 초기엔 한이 서린 유형지로, 현재는 한강이 되기 전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지리적 부표, 청령포에서 작은 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다음 만날 곳으로 떠났다.

청령포라는 지명은 1763년(영조 39년)에 세워진 단종유지비에 영조가 직접 ‘단묘재본부시유지(端廟在本府時遺址)’라는 글씨를 써서 내렸고, 이것을 화강석 비좌 위에 올려진 비신에 새겼다. 비(碑)의 뒷면에는 1763년 9월에 원주감영으로 하여금 비를 세우게 하였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고, 지명을 청령포라고 썼다. 이로 보아 청령포라는 지명은 유래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남쪽은 기암절벽으로 막혀 있고 동 · 북 · 서쪽은 남한강 상류의 지류인 서강(西江)이 곡류하고 있어 배로 강을 건너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특수한 지형이다. 또한 이곳은 1457년(세조 3) 세조(世祖)에 의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된 단종의 유배지로, 그 해 여름 홍수로 서강이 범람하여 처소를 영월 객사인 관풍헌(觀風軒)으로 옮기기 전까지 단종이 머물던 곳이다.
[출처] 청령포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청령포(淸泠浦)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하송리 은행나무에서 곧장 달려와 찾은 곳.

관광센터는 거대하고 멋진 폼에 걸맞지 않게 굳게 문이 닫힌 채 침묵이었다.
멀리 보이는 서강 청령포엔 뱃머리가 분주하게 오고 가며, 귀여움과 무게감을 동시에 아우른 능말 도깨비는 멋진 자태 뽐내는데 그 기묘한 호기심을 쫓아 들어서던 차량들은 줄지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관광센터는 월요일이 휴무였다. 아까비!

입구에 거대한 도깨비는 적당히 익살맞은 매력적인 캐릭이었다.

언덕에 내려앉은 센터는 뒤편까지 꽤 규모가 큰 곳으로 외형 또한 나름 신선했지만 보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만한 게 이질적인 색깔과 지나치게 현대적인 조형이 전체적인 지형에 비해 어색할 법했다.

난 괜춘한데~

다만 지역의 소중한 세금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대표격인 만큼 외형보다 내실이, 현재보단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겠다.

아쉬운대로 주차장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청령포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서강을 건너 청령포로 향하는 여객선 매표소와 전망대가 보였다.

그래서 관광센터에 그대로 차량을 주차시켜 놓고 걸어서 청령포전망대로 향했다.

바로 앞이라 걷기 좋은 날이기도 했고.

주차장에서 내려와 전망대로 향하는 첫 교차로에 일련의 멋진 소나무가 서강의 멋진 절경을 품고 있었다.

매표소 위 전망대에서 청령포는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볼 수 있었는데 여객선이 선착장을 천천히 출발하여 청령포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내려 총총히 청령포의 숲 속으로 향했고, 그 숲에서 나온 사람들은 반대로 총총히 걸어 여객선으로 향했다.

육지 속의 섬, 한이 서린 유형지, 비운과 비극으로 점철된 청령포는 굽이치는 서강에 막히고, 깎아지른 절벽에 막힌 특이한 지형 속의 작은 반도였다.

청령포 일대는 영월에서 조성한 거대 저류지 수변공원으로 지도상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 눈앞에서 보면 더욱 방대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주차장과 연결된 카페로 가는 길에 야외 화장실이 있었는데 벽에 댕냥이들이 힐끗 쳐다봤다.

단조로운 벽에 이런 익살과 손길은 박수 쳐줄만했고, 특히나 생명들 각각의 특징을 무척 잘 살렸다.

녀석들은 실제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을 수 없겠지만 마치 그렇게 보였고, 숨어서 빼꼼히 쳐다보는 냥이들 눈빛에는 경계와 호기심이 교차했다.

다시 돌아오는 길, 가던 길에 봤던 솔숲을 무의미하게 휘리릭 둘러본 뒤 영월을 떠나야만 했다.

다음 여정인 정선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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