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57

일상_20160820

초여름 설악산을 다녀 온 이후로 여름 내내 사는 곳에서 멀리 벗어난 여행은 일절 없이 대부분 자전거로 주위를 쏘다니며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계절이 아닌가 싶다.처음엔 더위가 무척 싫어 숨쉬기 운동만 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래도 매년 누리는 하나의 계절이고 낮 길이가 짧아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지 않겠는가.자전거와 봄에 새로 영입한 베오플레이 A1, 그리고 텀블러에 채워 놓은 커피 한 사발만 챙겨 돌아 다닐 수 있다는게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범주 안에 집어 넣어도 좋을 만큼 내 의지로 충실히 즐기는 것 중 하나니까.그러다 보니 지루할 것만 같던 여름도 금새 지나 8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부터 곳곳에 가을을 암시하는 흔적의 싹들이 영글어 가기 시작했다.이 해 여름은 엄청나게 더운 여..

일상_20160507

흐린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이내 화사한 봄 햇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휴일, 여전히 특별한 여행보단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에 의지해 둘러 본다.활동에 딱! 좋은 계절인 만큼 평소보단 거리를 늘려 잡았는데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큰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당초 계획을 가뿐히 통과 했단다.오산천을 따라 갈 수 있는 최남단을 돌아 다시 올라 오는 길에 만난 반가운 친구가 있어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어릴 적에 많지 않은 주전부리 중 하나로 우리는 삐삐라고 했었는데 표준말은 뭐당가? 여물지 않은 꽃대(?)를 살짝 쪼개면 솜털이 익기 전의 달콤한 맛이 축축히 베어 있어 요맘때 산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곤 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어 보는 순간 반가움에 사진부터 찍어 댔다.이런 가공된 고수 부지에 있을 줄..

일상_20160403

휴일이 되면 의례히 퍼질러 지게 자는데 예외는 아니었고, 뒤늦게 가벼운 차림에 가방을 메고 오산으로 공간 이동하다 시피 신속하게 넘어 갔다.산수유, 매화가 피고 나면 진달래, 개나리, 벚꽃 형제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출현해서 사람들 혼을 빼 놓는데 이날 만큼은 화사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벚꽃이 주인공 되시것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임에도 고수부지나 공원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걸 보면 이날도 어김 없이 미세 먼지가 허공을 초토화 시켰던 날이 아니었나 싶다.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가 끼인 것처럼 우중충할 만큼 흐린 날 저리 가라할 정도.오산대학교를 지나 육교 위에 잠시 한숨을 돌리며 내려다 보이는 벚나무는 유별나게 덩치가 더 크고 화사하다.이 부근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으로 사진에..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오는 계절을 기다리듯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은 변명하지 않더라도 늘 남기 마련이다.순리에 따르는 자연을 내가 좋다고 붙잡은 들 길들여진 내 충동이 늘 감동 받을 순 없는 노릇인걸, 소중한 건 가까이 있던 일상의 모두가 잠시 떨어져 있을 때 깨닫는 만큼 욕심으로 저울질 하는 건 얄팍한 잣대일 뿐이며 우매한 타협에 채찍질만 하는 것. 겨울의 미련 같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겨울이라는 편견으로 봄의 흔적을 갈망하면서도 제대로 찾지 않는다.그러나 어딘가에 분명 봄은 와 있을 거다. 그러다 촉촉히 내린 비에 봄을 마냥 기다린 사람처럼 우산에 의지해 행여 소식을 좀 더 일찍 들을 새라 비 내음을 더듬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영양에서 부터 동행한 솔방울의 씨앗이 잊고 있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어느새 보드라운 흙이불을..

병신년 설날 연휴의 셋째 날_20160208

설날 아침에 후다닥 제사를 지내고 잠깐의 여가를 이용하여 자전거를 타고 아주 짧은 여행을 떠났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까?예년에 비해 공원길은 적막이 짓누르고 있어 마음껏 활보하기 수월했는데 때마침 반석산 밑을 지날 무렵 오산천을 바라보고 있는 전망데스크 생각에 고개를 들자 바로 밑이었다.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밑에서는 앙상한 겨울 산임에도 데스크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나마 나뭇잎 전망 데스크에 비해선 가까운 덕에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찍고 나서 지금 봐도 을씨년스럽단 생각 뿐.퇴색된 나뭇잎만 뒹구는 황막한 겨울에 텅빈 공원의 산책로라...돌아 다닐 당시엔 그런 생각보단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렸던 기억만 있는데 사진과는 달리 그리 나쁘지 않았다.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탄 자전거길을 왕..

병신년 설날 연휴의 둘째 날_20160207

이른 제사 준비와 제수용품 감량(?)으로 올해는 여느해 보다 상당히 프리하다.내일이 설날이라 전날은 오전에 미리 쟁여 놓을 수 없는 생물들-나물과 떡 같은-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이용해 배낭을 채우곤 잠시 허용되는 틈에 동네 여행에 여념 없으련만 이번 설날은 어제 미리 준비가 완료되어 부담 없이 싸돌아 다닐 수 있었다.특별하거나 뜻 깊은 여행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물 건너 갔으니까 꿩 대신 알이랍시고 큰 걸 기대하기 보단 소소하게 동네 여행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서리 이왕이면 좀 이채롭게 욕구를 채우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낮엔 자전거, 밤엔 반석산 둘레길을 결정, 벌처럼 신속하고 절도 있게 준비해서 가출 단행했다. 앞만 보고 무조건 고고씽 하던 사이 벌써 오산천변 자전거길의 최북단인 기흥동탄IC로 ..

일상_20151206

몰아서 폭풍잠을 자고 일어나자 이미 정오를 지나 있었고 방바닥 헤엄을 떨치고 자전거 타러 오산천으로 고고씽~ 올 봄부터 새로운 자전거 코스로 잡은 오산 시내를 관통하는 오산천 고수부지(참조:오산으로 자전거 첫 출정_20150509)는 이제 자전거 핸들이 습관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더 이상 새롭다거나 사진으로 남겨둘 만큼 이채롭지는 않다.그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편안한 곳일 뿐. 돌아 오는 길에 남은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쉼터가 있는데 대략 산척저수지를 연결해 주는 송방천이 큰 강의 오산천과 만나는 곳이다.한적하면서도 사방이 트여 있고 그러면서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귀로점과 같은데라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 놓더라도 누구 하나 방해 되지 않아 그 잠깐의 여유에 커피도 한 모금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켜주..

일상_20151122

그 동안 등안시 했기에 모처럼 감행한 대청소는 어찌나 지난한지.부쩍 짧아진 낮시간으로 뒤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해는 뉘엇뉘엇 넘어갈 채비로 조바심이 생겨 커피도 못챙기고 급히 자전거를 몰고 집을 나섰다.날씨도 겨울이 오려는 길목이라 전형적인 우중충한 분위긴데 앞만 보고 오산천으로 달렸더니 날씨에 동화될 겨를조차 없었다. 한창을 달리다 문득 오산 맑음터 공원이란 단어가 떠올라 시간의 여유가 넉넉치 않지만 외도를 해봤다. 자작나무가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재잘거리는 듯 부는 바람에 남아 있는 이파리들이 살랑거린다.겨울이 오면서 가지조차 마치 벌거벗은 듯 뽀얀 속살을 드러내곤 허허로운 찬바람에도 미동 않고 서 있는 모습이 곧 다가올 눈발 날리는 겨울을 암시하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정취를 여기서 보게 되는구먼.어릴..

주말 나들이_20151114

근래 주말이면 장거리 여행에 비가 내리거나 해서 자전거를 거의 타질 못했고 어제도 꽤 오랫 동안 비가 추적추적 내려 오늘 글렀구나 싶었다. 오후에 베란다 너머 도로가 자전거 타기에 무리 없는 것 같아 앗싸 가오리를 외치며 일단 가출. 가던 길에 보이는 만추다운 풍경으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님에도 계절의 약속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렇듯 자욱한 낙엽을 바닥에 떨구어 놓았다.온 몸을 던지면 폭신할 거 같은데 막상 뛰어 들면 눈에 회오리 일겠지만서리...활동하기도 무난한 날씨라 굳이 두꺼운 옷을 껴입지 않아도 잠시 싸돌아 다니면 적당한 땀이 날 만큼 비가 내린 11월 치곤 포근하다.이른 시간이 아니지만 의외로 날이 좋아 밟은 김에 좀 더 과감하게 오산까지 가기로 했다. 오산천 고수부지를 따라 자전거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