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57

황금 한가위 셋째 날_20171002

연휴, 아니 그냥 연휴라면 섭하고 명절 황금 연휴 셋째 날, 집에서 뒹굴다 이 귀한 시간의 무료함이 싫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길을 달렸다.당초 계획은 전년도 연휴처럼 40여 킬로 정도를 질주하는 건데 공백이 길어 금새 지쳐 버린다.시간이 넉넉한 만큼 굳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회사 생활과 달리 언젠가 집으로 가는 두리뭉실한 목표를 잡았더니 주위에 보이는 것도 많고, 초가을 정취도 잘 보인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어차피 남는 건 파워라 앞만 보고 냅다 달려 금새 공원길의 끝인 기흥/동탄IC 부근에 도착했다.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수로에 민들레 하나가 만개 했고, 이미 그 유혹에 넘어간 벌 하나가 흠뻑 빠져 있다. 아직 여름색이 창연한데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면 올해 여름의 종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오산..

일상_20170325

봄이 되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낮이 길어 졌다.가끔, 아주 가끔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벌써 해는 서산으로 자취를 감추려 할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비슷한 시간임에도 해가 서산에게 붙잡혀 여전히 이글대는 자태를 보여 주는 것 보면 춘분을 기점으로 낮이 길긴 긴가 보다.평소엔 일상에 심취해 있는 고로 하루 1분씩 늘어 나는 낮을 체감할 방법은 없고 더군다나 깨닫는 건 더 어불성설이다. 룰루랄라 쉰나게 자전거를 타고 봄볕과 바람의 청량감을 느끼며 가고 있는데 문득 후미진 곳에 민들레가 활짝 웃고 있으시다.괜스레 업되는 기분을 추스르고 가던 길로 고고~ 오산에서 오산천 고수부지를 두바퀴 돌았음에도 여전히 가뿐한 체력을 체크하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탄2 산단지구 내 저류지 공원을 들렀다.주말 휴일이면 텅..

일상_20170219

바야흐로 봄이 오려는 것일까? 얼핏 들여다 보면 대지 곳곳은 여전히 겨울이 웅크리고 앉아 자리를 양보할 내색조차 없는데 엉뚱하게도 집 안 베란다 정원에서 그 봄의 소식을 귀띔 받게 된다. 솔영이와 솔양이는 윗단이 부쩍(?) 자라 이제 어엿한 소나무의 원형을 갖춰 나간다.(일상_20161120, 일상_20161030, 내 동생, 솔영이와 솔양이_20160915)작년의 파릇한 녹색을 벗어 던지고 짙고 채도가 떨어지는 녹색이긴 하지만 키는 확연히 컸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여타 화초들도 베란다 창의 온실 효과로 인해 힘 없던 줄기에 잔챙이 근육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지에 새순이 돋아 나려 한다.마침 구름에 하늘이 뒤덮여 흐리지만 어둡거나 찌뿌린 날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한다. 오산천을 따라 오산..

설 연휴, 둘째 날_20170128

아버지 제사를 끝내고 급격히 누적된 일상의 피로에 나도 모르게 오후가 저물 무렵까지 단잠에 빠졌다. 다른 식구들이 뒤늦게 도착해서 흩어진 잠을 간신히 떨치고 동탄 나들이를 가자는데 한 편으론 귀찮게 다 똑같은 도시를 구경할 게 뭔 심보!라면서 투덜 댔지만 일 년 중 몇 번 본다고 속에 있던 심술을 여과 없이 표현하겠는가 싶더라.워낙 산을 좋아하는 매형의 구색에 맞춰 줄 심산으로 동탄 인근에 있는 독산성으로 핸들을 돌려 유유히 찾아간 그 곳은 역시나 고도에 비해 사방으로 전망이 틔여 있어 별 기대 없었던 다른 가족들조차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사정 없이 두리번 거리기 일쑤다.(초여름의 신록, 오산 독산성 세마대를 가다, 야심한 밤에 찾은 보적사,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독산성 세마대_..

일상_20161127

전날 내린 첫 눈은 그리 춥지 않은 날씨로 인해 대부분 바로 녹아 비가 내린 양 온통 축축히 젖어 있었건만 자전거 타러 나간 오산천 고수 부지 조차 고인 물을 피해 다니느라 쉽지 않았다.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휘둘리던 갈대마저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털이 폭삭 달라 붙었다.계절이 다가 올 때 기온차는 익숙치 않은 상태라 가장 혹독하기 마련인지 고수 부지는 썰렁하기만 했다.애시당초 쉰나게 한 바퀴 돌려고 했던 계획도 도중에 접어버리고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찾아 가져간 빵과 커피만 비우고 온 휴일이었다.

일상_20161112

미친 듯이 가을을 털어 내는 찬겨울의 강바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까?바람이 부는 대로 가냘픈 몸을 흔들어 대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다.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동력이 어느 정도 따라 주는 고로 한 자리에서의 식상함에 젖을 겨를이 없다.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꺾이거나 뽑히지 않고 조롱하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너희들의 부드러움을 난 얼마나 경탄했던가! 부는 바람과 남은 가을 정경에 아이들이 신나서 사진 찍어달라고 보챈다.너른 고수 부지의 잔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보기 좋구먼. 갈대 너머에서 강렬하게 웃어대는 햇살 가을이 만들어 놓은 나무 터널이 작별을 예고하는 추풍낙엽.이 터널이 보기 좋아 자전거를 타..

일상_20161106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그래서 짧아진건가?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

바람 부는 가을엔 오산천으로 가자?_20161003

개천절이 월욜이라 주말, 휴일과 짝짜꿍 하는 덕분에 한가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콤달콤한 연휴를 안겨 줬다.그 연휴 동안 뭘 했지?기억에 남는 건 역시 찍어 놓은 사진 덕분에 마지막 셋째 날, 개천절.시월이 시작하는 가을이라 내리 쬐이는 햇살도 따스해, 겁나 불어 오는 바람의 향기도 좋아, 뭐 하나 불만이 있을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기 전, 손수 내리는 드립 커피는 이미 입으로 털어 넣기 전인데도 향기에 도치되어 마시기를 기다리는 설렘은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도 같다. 오산천 고수 부지 끝자락엔 인가가 거의 없어 사람도 적어 쉬기엔 안성맞춤이렷다.때 마침 고수 부지 한 켠에 화사한 개망초가 바람결에 날리는데 그 꽃잎을 붙잡고 일광에 빠진 나비들이 제 물을 만난 물고기..

일상_20160918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환상적인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적당히 흐린 날과 더불어 기분 좋은 바람에 이끌려 자전거를 타고 오산천을 따라 남쪽을 바라고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무렵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가을 바람이 흔들어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모여 조잘대는 풍경이었다.여름의 신록이 점점 빛깔을 잃어감과 동시에 성급한 것들은 이렇게 배 째라! 오산천 고수 부지를 따라 끝까지 가면 이렇게 인가가 드문 들판이 펼쳐지는데 전방에 꺾기는 길을 지나면 유턴하듯 다시 북쪽으로 고수 부지를 따라 가게 되어 있다.솔직히 연휴 마지막 날의 침울함을 극복하고 얼마나 사진 찍을 마음이 생기겠는가?하여 이 사진을 끝으로 사정 없이 집으로 페달을 저어가 그냥 음악이나 들으며 푹 쉬어 버렸다.긴 한가위 연휴야, ..

일상_20160827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만 같던 여름은 어떻든 때가 되면 떠나긴 하나보다.딱 잘라 정의 하자면 여름이 싫다, 허나 역동적인 느낌과 긴 낮-물론 하루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과 가벼운 옷차림에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깨닫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8월의 막바지에 접어 들자 한층 시원해진 공기와 더불어 서슬 파랗던 신록이 부쩍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코구녕 앞까지 왔다는 거겠지? 오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산업단지에서 동탄을 바라 보자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드높은 퍼런 하늘을 뒤덮은 양떼 구름이 대규모로 방목 중이다.하늘도 거의 전체를 뒤덮은 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면 양떼 소년이 여유가 넘쳐 유유자적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