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61106

사려울 2017. 4. 17. 03:24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

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

그래서 짧아진건가?

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

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리어 더 참신하게 보인다.

가을 내음을 입은 강바람이 아무리 세찬들 유연한 갈대는 절대 꺾지 못하는 이치처럼 인간이 아무리 멋지게 꾸며 놓은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시켜 놓은 자연을 어찌 따라 갈 수 있으리.

게다가 자연은 겸허하기까지 하잖나!



끝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김 없이 남아 있는 가을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만추의 전형적인 풍경들이다.

바닥에 자욱히 깔려 있던 낙엽들은 시시때때로 부는 찬바람에 몸을 피해 군데군데 소복히 쌓여 있고 가지에 남아 있는 빛바랜 낙엽들도 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하겠다는 다짐처럼 소소히 지나는 바람을 타고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합류하기에 여념 없다.



난 근래 와서 여기를 자주 들러 잠깐 쉬면서 남아 있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곤 하는데 그 동기가 된 풍경이 바로 요 장면 때문이겠다.

비교적 바람의 파고를 잘 버텨낸 가을이 남아 있는 미련의 가려운 부분을 잘 알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추에 제법 흐린 날을 맞이하면 마치 떠나 보내는 가을을 슬퍼하는 하늘의 찌뿌린 표정 같다.

매년 마다 이 시기에 재현되는 흐린 하늘이 유별나게 왜곡되는 건 내 미련이 오버랩 되어서 일까?



동탄에서 살게 되면서 부터 매년 만추마다 여기에서 어설프더라도 꼭 사진 한 장은 담아서 간다.

가을 나무와 바닥에 두텁게 쌓인 낙엽, 요지 부동으로 늘 같은 자리에서 외로이 앉아 있는 단촐한 벤치.




뒤늦게 붉디 물든 단풍은 가로등 빛이 투과되면서 아름드리 비단 물결을 흐느적대는 춤과 함께 밤 깊은 줄 모르고 살포시 뿌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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