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바람 부는 가을엔 오산천으로 가자?_20161003

사려울 2017. 3. 7. 23:59

개천절이 월욜이라 주말, 휴일과 짝짜꿍 하는 덕분에 한가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콤달콤한 연휴를 안겨 줬다.

그 연휴 동안 뭘 했지?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찍어 놓은 사진 덕분에 마지막 셋째 날, 개천절.

시월이 시작하는 가을이라 내리 쬐이는 햇살도 따스해, 겁나 불어 오는 바람의 향기도 좋아, 뭐 하나 불만이 있을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기 전, 손수 내리는 드립 커피는 이미 입으로 털어 넣기 전인데도 향기에 도치되어 마시기를 기다리는 설렘은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도 같다.



오산천 고수 부지 끝자락엔 인가가 거의 없어 사람도 적어 쉬기엔 안성맞춤이렷다.

때 마침 고수 부지 한 켠에 화사한 개망초가 바람결에 날리는데 그 꽃잎을 붙잡고 일광에 빠진 나비들이 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자욱하게도 날아 다닌다.



가을의 대표 주자 갈대는 여름에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들을 한껏 뽐내는데 햇살에 투과된 갈대는 내리 꽂히는 빛을 파도처럼 여울지게 흔들어 놓는다.

빛이 강해서 눈부신게 아니라 화사해서 눈부신 가을 갈대밭은 하늘을 향해서 키 재기에 열중이시다.



멀리 허공을 가르는 새 한 마리가 점처럼 표시 되었지만 확대해 보면 영락 없이 한가로이 날개짓하는 새 맞다.




오산 고수 부지의 끝, 반환점엔 특히나 갈대가 많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오산 시내 방면으로 가던 중 뒤돌아서 나풀거리는 갈대도 한 번 담아 보고.




세찬 가을 강바람을 가르는 잠자리 하나... 찍으려고 수동 초점으로 셔터를 몇 번이나 눌러 댔다.




아무리 세찬 바람인 들 갈대는 절대 꺾이지 않고 자존심 강한 바람을 조롱하듯 몸만 흔들어 대는데 가을 외출이 지치지 않도록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가을을 찾는 수 만가지 이유 중 하나가 찌들었던 여름 더위를 먼지 털듯 뽀송한 바람 세례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여름 한 철에 지쳐 있던 만물에 역동감을 준다.

그래서 같은 갈대라도 가을에 쳐다 보는 갈대가 봄 햇살 만큼 화사하게 보이지 않나.



가을로 접어 들어 부쩍 짧아진 낮의 아쉬움은 내일 다시 찾아올 낮을 기다리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이 설레임으로 바뀌고 조바심이 흥겨움으로 변모하는 가을, 그래서 누구나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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