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 그리고 노을_20220828

사려울 2023. 12. 3. 20:46

'집사, 요상한 물 언제 다 마시냥? 얼른 털어 넣으면 안되냥?'
커피 마시는 자리 옆에 붙어 계속 째려보는 녀석은 사실 잠깐 일어난 사이에 자리를 점거해 버리곤 눈총을 주다 커피가 바닥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돌아 앉아 '참을 인'을 되뇌이고 있었다.
사실 커피 다 마신 뒤에 일부러 빈컵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을 했던건데 녀석은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커피 마시면서 흑미식빵도 곁들이라는 걸까?

마치 어린 바다표범 같았다.

'아직 마시냥? 얼른 완샷으로 털어 넣으면 안되냥?'

빈컵을 연신 입으로 갖다대며 마시는 척하자 녀석이 아예 돌아섰다.

'내가 저 꼴은 못보겠다옹!'

민무늬 달팽이의 펑퍼짐한 골반이 보였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예전 같지 않은지 쾌청한 날이 많아 덩달아 하늘에 찍어 그린 그림에 심도가 꽤 깊었다.
신명난 하늘 붓이 구름을 찍어 힘차게 내젖자 지나는 석양이 응원의 노을 붓을 덧대었다.
이 순간 만큼은 창 너머 풍경이 아니라 창틀이 액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하늘이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두 개의 창과 석양, 구름이 상호작용하여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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