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30723

사려울 2024. 1. 10. 03:26

장마에도 꽃은 피고, 물방울 열매는 맺는다.
그 계절의 작은 탄생들은 길 따라 해류처럼 흐르고, 어딘가에 고여 길의 형체도 덧씌워 생명을 이끈다.
아무리 견고하게 다진 길도 생명의 분절은 길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길을 만드는 건 실체를 짓누르는 중력이 아니라 유수처럼 흥겨운 흐름이 궁극이다.
비구름이 유유자적하는 길을 밟으며 어느새 길의 호흡에 자연의 혈관은 심장처럼 멈출 줄 모르고 약속처럼 의지를 추동하던 날이다.

우산 하나에 의지해 물에 젖을 각오로 길을 나서 습관처럼 오산천변 산책로의 나무 터널 아래로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자연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를 방증하듯 갈래갈래 폭포가 되어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는지 꽃은 세찬 장마에도 꼿꼿이 살아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울공원으로 걸으며 석우교를 지나던 중 반석산 기슭에 머물던 물안개 한 조각만 쓸쓸히 떠났다.

비가 내려 화사함과 영롱함이 서로 본질을 주고 받았다.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킨 수령님, 무사히 한 계절을 나이테에 새기느라 바쁘시겠지?

여울공원을 관통하여 수국이 만발한 생태습지로 향했다.

심술 궂은 비가 인적을 가로막았는지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그 짧은 분절은 더 풍성한 생명의 휴식이라 의미심장한 자연의 행보였다.

물에 홀라당 젖은 강아지.

여울공원에서 육교를 넘어 자라뫼공원으로 향했다.

새로 탄생한 공원은 이제 막 태동하는 녹음이 안개처럼 나지막이 깔려있었다.

장마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하루였지만 장마를 이길 수 없고 단지 즐기는 방법 뿐이라 이렇게 하루 습관처럼 도보 여행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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