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냥이_20240515

두 수컷이 자리 하나를 두고 폭풍전야와 같은 순간에 있었다.한정된 재화를 두고 결국은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게 국지적이든 광의적이든 주체가 되는 두 수컷은 심각했다.집사는 완력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큰 궁뎅이를 비집고 들어가 밀어내면 그만이었고, 녀석은 집착을 포기한 대신 집사 무릎 위에 냉큼 자리잡으면 그만이었다.늘 이랬던 것처럼 전쟁 직전에 화해 모드로 희극적 결말을 맺었다.

구름의 강이 흐르는 충주 수주팔봉_20240515

때마침 수도권은 대낮부터 장대비가 내려 야외 스포츠도 우천으로 중단되었던데 반해 충주는 거짓말처럼 대낮엔 화창하다 16시를 넘겨서부터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17시 전후부터 장대비가 내렸고, 이른 저녁식사 뒤에도 부쩍 길어진 낮이 아직은 건재하여 비교적 가까운 수주팔봉으로 향했다.역시나 장대비로 일찌감치 사람들은 떠나버렸고, 어차피 고속도로 상행선은 정체구간이 길어 천천히 둘러보며 남은 공휴일을 누렸다.바람과 비, 그리고 구름이 함께 머물다 떠나는 자리, 충주에서 큰 골짜기만큼 진폭이 큰 휴일이었다. 강, 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오작교, 수주팔봉_20210128오죽하면 강산이 고유명사처럼 사용 되었을까? 뗄 수 없는 인연의 골이 깊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또 다른 강이 함께 하자고 한다. 태생이 다른 ..

냥이와 제비의 열렬한 환영, 충주 홍두깨칼국수보쌈_20240515

내 이름은 만두.난 우측 뒷다리 하나가 없어.그래서 급할 때 다른 닝겐들처럼 민첩하게 뛰거나 피하지 못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집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게 미소를 날려주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대해줘.나도 사람들이 좋아.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도 어느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위협하지 않거든.난 늘 부족한 게 없어.밥도 적당히 채워져 있어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심심할 때엔 뒤뜰에 벌레며 가끔 사람들이 함께 놀아줘.그래서 난 누군가 맛 좋은 걸 주는 것보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나에 대한 삐딱한 편견만 없었으면 좋겠어.기생과 공생을 모르는 닝겐들이 아직 많더라구.집사는 내게 있어 세상이며, 나 또한 그들의 희열이거든.그럼 다음에 나를 보러 오게 된다면 나지막이 내 이름을 ..

호반에서의 유유자적, 충주 종댕이길 심항산_20240515

작년 늦여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동경의 돛단배를 타고 다시 찾은 종댕이길은 이제 막 젖어들기 시작하는 봄의 문턱을 넘어 여름의 짙은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온기가 종댕이길 일대에 뿌리를 내려 간과될 만한 작은 소품들이 길 위의 모든 존재들과 길가를 겉도는 무형의 흔적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단순히 이동의 발판이 되는 길의 의미를 넘어 혼탁한 현실을 재조명시켜 주는 치유가 되고, 노동의 걸음이 아닌 지혜의 걸음으로 재탄생한다.내륙 속의 작은 바다에서 말미암은 파동으로 굳어진 사유에 겹겹이 끼인 때는 어느새 바스러지고, 길가 스치듯 가까워졌다 멀어져 간 모든 순간들조차 기억과 추억에 가두고 싶은 곳, 애환을 실어 나르던 종댕이길은 이제 삶의 이완제로 다가온 혈관이 되어 버렸..

오산 오색시장까지 도보 여행_20240512

오산에서 동탄까지 왕복 2만보를 간신히 채웠음에도 보이는 봄의 전경들은 단조롭지 않고 이채로웠다.어느 하나 의식하지 않고 약속처럼 다가와 각양의 미모를 선보이는 봄꽃들, 그리고 들판에 홍수처럼 넘치는 봄기운에 뒤섞여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는 수많은 생명들의 조화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으면서 어색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제 역할에 충실했다.여기에서 획 하나 변형시켜 여름이라 해도 그 또한 어색하지 않은, 자연은 모서리 하나 없는 유연한 곡선이며, 끊김 없는 연속적인 이음에 틈틈이 향기를 숨겼다.거리 곳곳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화려한 꽃들로 치장되어 어느새 보는 사이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소유의 욕구, 그래서 이 아릿다움을 갈취하게 되면 범법자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폰카 속..

냥이_20240514

유난히 집사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든 밍기적 붙어 골아떨어진 녀석.얼마나 피곤했는지 입을 헤벌레 벌리고 잤는데 그 벌어진 주뎅이 사이로 핑크색 고무가 삐져 나왔다.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이렇게 누웠다.다시 벌떡 일어나 메롱~그러곤 다시 뻗었다.집사도, 녀석도 불편한 자세로 서로 기생했다.공존이냐, 기생이냐.고것이 문제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