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240530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봄이 떠날 채비를 끝냈고, 여름이 고개 문턱을 넘었단다.연두빛 파랑이 찰랑이다 이제는 짙은 녹음 넘실거리며 그 생명의 활기를 만난 사이 등골에 땀이 맺혔다.장미가 탐스럽게 익은 걸 보면 확실히 여름 빛깔들이 물들기 시작한 거라 새로운 계절을 즐길 일만 남았다.한 달에 한 번 있는 머리 벌초하는 날.퇴근길에 동탄역 방면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전 정류장에 내려 치동천변을 따라 걷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걷는 게 약 40분 가량이라 이제는 벌초를 위해 걷던 게 어느새 걷는 김에 벌초를 하는,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버렸다.도심 한가운데 꽃밭도 넓고 습지도 푸르다.같은 동탄인데 2신도시는 뭐든 간에 규모가 몇 곱절 거대했다.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냥이_20240528

집사 짬밥으로 생긴 요령, 무릎 위에 메모리폼 쿠션을 놓고 녀석을 거기로 올리자 서로 편해졌다.녀석은 좀 더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좋았고, 집사는 석고상처럼 무릎을 고정할 필요 없어 좋았다.이로써 집사는 조금 더 자유를 찾게 되어 종종 녀석과 함께 락이나 헤비메탈을 들었다.근데 냥이를 속성을 이해하면서 점점 녀석처럼 변하는 부작용(?)도 있다.아무나 한테 눈을 가늘게 뜨며 눈인사하는 습관으로 이러다 잠 들기 전, 자고 나서 그루밍까지 하는 게 아닐까?함께 락을 들었는데 그러다 눈이 무거워진 녀석은 아주 자연스럽게 잠들었고, 집사는 보듬어줬다.

냥이_20240527

집사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녀석의 분리불안이 도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발라당~ 한바퀴 데굴~ 그대로 철퍼덕~극도로 밝은 청력 덕분에 집사가 현관을 열기 전부터 녀석은 준비하고 있다 눈이 마주치면 발라당 배를 보여준다.발라당 후 집사도 반가움을 표현해 주면 녀석은 신난다.준비하시고... 뒤집기 한 판~그러곤 집사가 스담해줄 때꺼정 철퍼덕 자세로 굳어 있다.

냥이_20240526

다른 집냥이에 비해 잠이 조금 적은 녀석은 대낮 동안 사람들을 쫓아다니다 집사가 퇴근할 무렵엔 흐드러지게 잔다.그런 모습을 보면 흔들어서 잠을 깨우며 괴롭히고 싶은데 막상 일어나면 유독 나한테 냥냥거리며 꽁무니 쫓아다니는 게 무서워 참게 되었다.집사와 컴퓨터 간 애틋한 사랑을 유별나게 질투하는 녀석은 초저녁잠으로 충전한 체력을 집사 괴롭히는데 쏟는 걸 보면 아마도 우린 전생에 외나무 다리 인연이었나 보다.그래서 집사는 집에서 발뻗고 편하게 나뒹굴 수 없다.귀가하여 완전 뻗은 녀석에게 손꼬락을 내밀어도 귀찮아 눈만 삐죽 뜨곤 이내 잠충이 되었다.그러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곤 집사 의자를 점거했다.하는 수없이 녀석을 안고 자리에 앉자 혼자 장난을 치다 다시 뻗었다.녀석도 불편했고, 나도 ..

냥이_20240525

학교 갔다 귀가해서 집에 들어오자 모두들 분주한데 녀석만 늘어져 해삼이 되었다.옆에 앉아 인사 받으려 깨워도 그냥 누룽지 마냥 늘어붙어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인사 한 번 받자고 치사뽕한 집사도 못할 노릇이라 그냥 두었더니 밤 늦도록 홀로 이리 누워 있다 제 쿠션에 스멀스멀 기어 들어갔다. 한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요지부동, 물론 자세는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는데 도저히 일어날 기미가 없이 새근새근 잠에 허덕였다.처음엔 덜컥 겁이 나 깨우긴 했지만 즉시 수면 모드.

학업_20240525

경계가 분명하고 사회적인 약속이 있는 게 아니지만 어느덧 여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하교길에 잔디광장 한 켠 너른 토끼풀 군락지가 있어 잠깐 사진을 찍으며 감상하는 사이 등골을 간지럽히는 땀방울에도 견딜 수 있었던 한 가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인생 최고의 날인데 하찮은 여름으로 인해 그 최고를 날릴 수 없잖아!그럼에도 사지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렸다.잔디광장 한 켠의 너른 토깡이풀 군락지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은 채 여기를 담느라, 그리고 감상하느라 개썅마이웨이로 몰입했다.여기에도 꿀벌들이 자기 할 일에 열중했다.냥이 집사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개나 소나 벌이나 할 것 없이 습관적으로 손꼬락을 내밀게 되는데 때마침 바쁜 꿀벌들한테도 손꼬락을 내밀었더니 개무시하고 열일 하느라 녀석은 바로 앞에..

냥이_20240522

녀석의 털갈이가 한창이라 하루에 청소기 두 번을 돌려도 노력한 보람이 없었다.삼복더위가 오기 전 미용을 해야 되겠지만 저렇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털은 빗어도 끝이 없었다.이른 더위로 인해 녀석도 더위를 타 일 년에 단 한 번 미용을 하게 되면 확실히 더위를 덜 탔다.잠시 산책을 한다는 게 2시간 가량을 걸었고, 결국 탄요공원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턴했다.이건 강변에 서식하는 도둑가시 따로 없다.슴가 만져줘, 스담해줘, 자는데 옆에 있어줘, 자다 일어나 같이 티비보다 앞족발 걸치게 가까이와줘, 잠자리 들기 전에 가슴팍에 파고 들어 골골송 들어줘...정말 피곤한 녀석이긴 하나 나도 어릴 적에 이러지 않았을까 싶어 참았다.아무 집사한테나 다가가서 몸을 걸치고 누워 스담해달란 뜻.집사는 그 뜻을 알고 인지 기관..

냥이_20240519

신발이 필요해서 고민하던 차에 녀석이 발치에 자리잡았다.뭔가 요구 사항이 있다는 건데.내 신발이라면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구글링을 하다 가까운 매장을 찾았다.칭얼대는 녀석에게 미안하지만 후딱 처리해야 될 일을 먼저 해야 스것다.매장에 도착해서 신발을 둘러보던 중 파리 하나가 어떻게 알고 매장에 들어와 신발을 붙잡고 쉬고 있었다.녀석도 어떤 신발이 좋은 줄 아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