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횡계, 아니 대관령면 알펜시아_20191101

사려울 2019. 12. 1. 03:57

주말을 이용해서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가을을 찾아 월정사 전나무숲길로 여정을 잡고 하루 전 먼저 진부를 들렀다.

가을 추위에 대한 예고가 있어서 인지 초저녁에 도착한 진부는 이미 해가 기울 무렵부터 금요일 답지 않게 조용했고, 간단하게 요기를 끝낸 뒤 비상 식량을 구입하여 주차한 터미널 부근으로 도착했을 즈음 거리는 유별나게 한적했다.

담벼락 너머 지켜본 터미널은 종종 버스가 들어오자 여러 승객들이 내렸지만 어디론가 총총한 걸음으로 흩어져 버렸고, 이내 원래 정적 그대로 썰렁한 분위기다.

19시 갓 넘긴 시각인데.



무척이나 설렘을 안고 버스에 몸을 싣고 도착한 승객들은 금새 사라지고, 그에 맞춰 불을 밝히고 있던 차량들도 그들을 싣고 이내 사라졌다.

잠깐 지켜본 사이 여느 시골 터미널처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않았지만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흡사한 분위기라 그 묘한 느낌이 싫지 않았던지 잠시 동안 발목이 묶여 있었다.




진부에서 횡계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 매끈하게 포장된 지방도를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알펜시아에 도착했고, 체크인을 끝낸 뒤 지정 숙소로 들어오자 깔끔하게 정돈된 화사한 객실이 방긋 미소 지으며 맞이했다.

2015년 봄에 방문했을 당시 알펜시아는 비교적 중급 이상의 리조트로 호텔과 함께 너른 부지에 있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동계올림픽 개최 영향으로 평창 일대에 엄청난 수의 숙박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가성비 높은 숙박 시설로 전락하여 실제 회사 복지 프로그램으로 부담 없이 예약할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호텔 또한 비슷한 수준의 단가였다.

(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

도리어 2015년 당시 예약했던 골드룸과 비교해 보면 이번 실버룸은 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 숙박에 대한 경비는 주말, 휴일이었음에도 겁나 착했다.

실내는 예나 지금이나 깔끔하고 관리도 잘 되어 몇 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색 되거나 흠집이 없었고, 청결 상태도 양호했다.

여러 사진을 찍지 않은 건 비교적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누적된 피로감으로 만사가 귀찮아 졌음이야.

게다가 누구 하나 후원 받지 않아서 굳이 없는 사실을 내가 미화 시키거나 광고해 줄 필요는 없잖아.

그러는 순간 블로그 관리에 압박감이 생겨 자칫 진솔한 이야기를 편하게 하지 못할까 우려 되고, 더 지나 운영을 팽개칠까 싶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청탁은 받지 않는다.-누가 물어 봤냐고?!-



모든 짐을 다 풀어 젖히고 거실 창을 열자 춥다는 느낌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의 찬바람이 실내로 밀어 닥쳤다.

잠시 동안 그 풋풋한 가을 내음이 좋아 창을 열어 놓은 채 밖을 응시하며 카메라를 거치시켜 외부 풍경을 살짝 담았다.

로비동이라 그런지 오고 가는 차들은 제법 눈에 띄였지만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고 텅빈 광장에 암흑을 밝히는 타워 조형물과 그 너머 스키 점핑 타워만이 빛을 뿜어 댔는데 워낙 깜깜한 밤이라 그 모습이 유독 돋보였다.

느긋하게 잡은 이번 여정에서 내일 하루는 오롯이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맞춘 만큼 여유있게 쉬다 떠나기로 했기에 깊은 밤 동안 맥북을 끼고, 지나온 시간들을 훑어 보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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