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무렵 거창에 도착하여 푸짐한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거창 읍내를 둘러 보다 마땅한 눈요기 거리가 없어 최종 목적지인 오도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처음 체크인을 하러 관리실에 도착하자 방이 하나만 예약이 되어 있어 우리가 아닌 줄 알았단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관리실과 가까우면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너른 공터를 중심으로 다섯 세대가 동그랗게 모여 있고, 그 중심엔 나무 한 그루, 가로등 하나 덩그러니 놓여 스산한 겨울 길목에서 그나마 조금은 작은 불씨처럼 따스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날카로운 초겨울 칼바람 속에 텅빈 공간을 홀로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이 굶주린 어린 길냥이 한 마리가 야생의 경계심을 놓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곤 가만히 앉아 있어 때마침 가방에 챙긴 츄르 3개를 끄집어 내어 하나를 주자 신중하게 접근하여 츄르를 통째 물고 몇 발자국 떨어진 구석에서 게걸스럽게 먹었다.
하나를 다시 내밀자 이번엔 좀 더 경계심을 허물고 짜주는 츄르를 먹길래 나머지 하나도 내밀자 처음보다 경계심을 많이 누르고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
그럴 거면 처음에 왜 통째 가져갔니, 불쌍한 것.
양파 스낵을 가져와 두툼히 쌓아 주자 이번엔 그것마저 다 먹고 다 먹은 츄르 봉지를 버린 재활용 박스 부근을 맴돌았다.
이런 추위에 떨고 있던 작은 생명이 불쌍하게 느껴지면서 희안하게 가방에 챙긴 츄르가 인연이 된 날이었다.
더불어 오도산 휴양림의 통나무집은 여느 휴양림 통나무집처럼 우풍이 강했지만 방과 침구는 비교적 포근했고, 밤새 지나가는 바람이 요란하게 조잘거리던 밤이자 5일 여행의 가장 설레는 첫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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