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짧은 시간 정든 것들과의 이별_20191129

사려울 2020. 1. 5. 05:40

구례에서의 2박 3일, 아니 25일부터 29일에 이르는 올 들어 가장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떠나면서 새롭게 정을 맺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구례에 도착할 때부터 따라온 미세 먼지로 인한 뿌연 대기는 아쉽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의 멋진 전경과 생명들은 반가웠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인연일지라도 정이 깃들어 시원 섭섭한 여운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인가 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느긋하게 떠날 채비를 하며 그간 암흑과 추위를 피하며 편안하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 이 공간이 못내 아쉬워 밖을 나와 가까이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평화로운 전경과 그에 어울리지 않은 공사로 인한 소음은 짧지만 정이 들었다고 제법 익숙해졌다.

다만 숲속 수목가옥에 있는 동안 야생화 테마랜드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여운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합천 오도산 휴양림도 그런 의미에선 마찬가지로 오도산은 탐방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휴양림의 골짜기는 떠나는 날 잠시 둘러본 게 전부라 이번 여정에서 둥지 주변은 소홀했다.

숙소를 빠져 나와 차량 시동을 걸고 쉽게 떨치지 못하는 아쉬움에 뒤를 돌아봤다.

숲속 수목가옥 가장 깊은 내부, 높은 곳이라 간간히 들리던 공사 현장 소음도 그나마 약하게 들렸고, 테라스에 서면 산중에 떠 있는 착각도 들어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특히나 근래 들어 이용한  휴양림 숙소 중 거의 탑이었다.

외풍이 좀 있긴 하지만 채광이 좋은데다 난방 시설이 꽤 잘 되어 있어 어느 정도 상쇄가 되고, 테라스 창틀이 조금 뒤틀려져 양미닫이가 완전 결착 되지 않아 틈이 조금 벌어지는 바람에 우풍이 좀 더 심했다.

다행히 추운 날이 아니라 충분히 견딜만했지만 한겨울이 되면 문제가 다를 수 있겠다.

쉽게 내려가지 못하고 체크 아웃 하던 중 다시 묵었던 숙소를 올려다봤다.

경사가 비교적 심해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런 경사도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기존 휴양림에 비해 나무가 적다-은 거의 없는 숲속 수목가옥은 다음에 구례를 찾더라도 다시 이용할 예정이다.

평일 이틀 동안 깔끔하고 너른 시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경사도를 적극 활용한 구성도 좋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지리산의 산세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건 이번 여정에 있어 의도와 가장 적합한 만족이 아니었나 싶다.

멀리 산언저리를 관통하던 순천완주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야생화 테마랜드를 향해 힐끗 시선을 던졌고, 햇살 가득한 양지바른 자리에서 평화롭게 졸고 있었다.

이놈의 미련이란...

PS)

전날 초저녁에 야생화 테마랜드를 한 바퀴 둘러보곤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숙소에 도착한 뒤 가쁜 숨을 달래던 중 관리동 방면을 바라봤다.

군데군데 컬러 LED를 달아 휑하고 으스름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약해지고, 어딘가에 다른 사람들도 숙소를 이용하여 혼자란 두려움도 없었다.

야생화 테마랜드로 내려가 환한 랜턴을 밝힌 채 주변을 둘러보던 중 테마랜드 내 숲속 암흑을 뚫고 언뜻 비치던 길냥이 눈빛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자 쏜살 같이 도망치는 녀석을 제외한다면 밤에 인기척은 전혀 없었지만 곳곳에 쓸쓸히 빛을 뿌리던 컬러 불빛은 꽤나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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