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2

일상_20171025

늦은 퇴근이거나 말거나, 지치거나 말거나퇴근길에 광역버스 안에서 퍼질러 자다가 부랴부랴 일어나 밖을 쳐다 보니 동탄에 진입해서 좀 지난 상태.1차로 안심하고 야경을 둘러보는데 가을이 내려 앉은 거리 모습이 매혹적이다. 버스에서 내려 하루의 피로를 잊고 거리를 걸었다.나처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많은 건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쳤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가을 야경에 취해 한참을 걷다 서 있는 자리에서 사진도 담아 둔다. 내 눈에 이쁘다고 무턱대고 폰카 셔터를 눌러 버리면 실망하기 일쑤다.조도가 낮아 자글한 노이즈로 기분 망치기 싫어 가로등 불빛이 투과된 나무만 찍었다.아직 폰카의 한곈데 그걸 투정 부릴 수 없잖나.그냥 성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사용하자는 전혀 까칠하지 않은 내 논리. 며칠 사이 성..

일상_20171021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즐기고 터질 것만 같은 배를 달래기 위해 가까운 세교신도시로 넘어갔다. 세교에서 가장 널찍하고 익숙한 곳이 고인돌 공원이라 야심한 밤도 잊고 커피 한 잔 겸 바로 넘어갔다. 너른 잔디 광장과 가을 요맘 때면 지천에 널린 갈대가 볼만한 고인돌 공원은 처음 이 도시가 생길 당시에 종종 왔었다.(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이사 목적은 아니고 세마역이나 기분 전환이 맞겠다.언제나 성격이 밝고 유머 넘치는 매형이 움집 대문에서 익살스런 포즈.명절 이후 첫 저녁 식사라 많이도 포식 했고, 많이도 걸었던 날이었다.

일상_20171016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거리를 배회해 본다.아직은 가을 채색이 엷게 물들기 시작하는 단계지만 가볍게 걷기엔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 간소한 차림으로 다녀도 덥다거나 춥지 않다.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이파리가 숨기고 있던 청명한 신록의 빛깔이 덩달아 쏟아진다. 한산해진 거리와 달리 산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나무 터널을 걷는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눈에 띄인다.직선이 대부분인 도시 문명의 척박한 환경에 잠시나마 퇴보되어 가는 감성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이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세상도, 만물도 가을의 매력에 흠뻑 젖어 시간의 노래에 흥얼거리겠지?

일상_20171014

기나긴 연휴가 지나면 후폭풍도 거세다.오죽했으면 출퇴근도 벅차!그나마 주말이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정취가 강하긴 한데 들판은 여전히 여름 같다.가로수를 보면 점점 가을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해도 될 터인데 성급한 벚나무 정도만 제 풀에 못이겨 조금씩 이파리를 갈아 입는다. 자전거를 타고 오산으로 가면 오산천 고수부지에 자전거길이 있는데 사실 가장 끝은 행정구역 상 평택과 겹쳐 있다.늘 지나는 길로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무우 뿌리라도 절단내 봐야지? 해도 10km 조금 못 미친다.생각보다 가깝다는 말. 오산대학교 앞 고수부지가 나름 사람도 많고 넓직한 공원으로의 모습을 갖췄다.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매력인걸. 하늘은 이미 가을이다. 갈수록 자전거 활용도가 떨어져 조금만 타도 금새 지..

일상_20171011

퇴근길 단풍이 반긴다.이미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홍단풍과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청단풍.허나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늦게까지 잎사귀를 부여 잡고 그제서야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더욱 곱디고운 단풍의 빛깔을 보여주는 게 바로 청단풍이다.경쾌한 퇴근길에 이 모습을 보면 환영해 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황금 한가위 넷째 날_20171003

반가운 늦잠,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 부시시 일어나 제수용품 마련하는 사이 정겨운 햇님이 서녘의 집으로 돌아간다.연휴 넷째 날은 전날에 비해 하늘이 투명하고 서려있던 구름이 물러난 쾌청한 날이었다. 추분이 지나 낮이 부쩍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밤이 길어져 활동량이 줄어 들었다.저물어 가는 하루를 보내기 아쉬워 외출 준비를 해서 문밖으로 발을 내딛었다.무조건 밀린 잠을 잔다고 연휴는 아닌데다 잠에 취해 버리면 시간은 시간대로, 후유증은 더 깊어질수 밖에 없다. 그리 어렵지 않게 도착한 텅빈 호수공원엔 불빛만 가득하다.상영관이 있는 쇼핑몰은 미어 터져 주차장 출입구는 차들이 기나긴 줄을 서 있었던 것과 상반되게 외곽에 있는 공원들은 한결 같이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수준이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 ..

황금 한가위 셋째 날_20171002

연휴, 아니 그냥 연휴라면 섭하고 명절 황금 연휴 셋째 날, 집에서 뒹굴다 이 귀한 시간의 무료함이 싫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길을 달렸다.당초 계획은 전년도 연휴처럼 40여 킬로 정도를 질주하는 건데 공백이 길어 금새 지쳐 버린다.시간이 넉넉한 만큼 굳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회사 생활과 달리 언젠가 집으로 가는 두리뭉실한 목표를 잡았더니 주위에 보이는 것도 많고, 초가을 정취도 잘 보인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어차피 남는 건 파워라 앞만 보고 냅다 달려 금새 공원길의 끝인 기흥/동탄IC 부근에 도착했다.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수로에 민들레 하나가 만개 했고, 이미 그 유혹에 넘어간 벌 하나가 흠뻑 빠져 있다. 아직 여름색이 창연한데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면 올해 여름의 종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오산..

가을이 오는 소리_20171001

가을비 내리는 늦은 밤에 레인코트 한 벌에 의지하여 오는 가을을 맞이하러 간다.황금 연휴의 시작이라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했지만 이미 5월 이전에 대부분 항공편은 동이 났고, 삯은 천정부지, 지랄 옆차기 단가를 불러도 없어서 못 구한단다.정말루, 정말루 아쉽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니까 사정은 마찬가지.하긴 나보다 앞서 결정한 분들이 무쟈게 많을 터이니 별반 차이 있겠냐구.덕분에 도시는 모두가 떠나 텅 비어 있는 랴퓨타 같다.그래도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은 전혀 없는 게 가을이 오기 시작하는 징후 덕분에 사람들이 떠난 분위기를 대체해 주는 기분이랄까? 이 시기면 아직은 여름색이 짙다.여전히 짧은 셔츠 차림이거나 여름 신록이 여전하거나.다른 건 말로써 완전히 규정할 수 없는 가을 내음 정도? 모두가 떠나 버린 근..

오늘도 비가 주룩_20170819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며칠을 비가 내렸던가?비가 내릴 때 특유의 착 가라앉은 센치함도 좋고, 여름이 떠나가는 마당에 시원해서 좋다만 맛있는 음식도 편식을 하게 되면 물리는 벱이지.가족들과 곤드레밥집에서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사이 잠시 그쳤던 빗방울이 굵어져 대충 찍은 사진에도 짧은 직선을 그리고 있다.오늘 식사를 했던 곤드레밥집은 간소하지만 풍성한 밑반찬에 단촐한 메뉴가 마음에 들었다.가장 중요한 맛은 딱! 내 입맛으로 과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아 양념장이나 된장을 기호에 맞게 비벼 먹을 경우 곤드레 향을 많이 해치지 않으면서도 있어야 될 미각의 즐거움은 놓치지 않았다.비비는 양념의 가지 수가 많다면 좋긴 한데 어설픈 맛과 향이라면 차라리 이 집처럼 간장과 된장이 주가 된 양념이 낫다.게다가 밑반찬으로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