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152

인천 밤바다_20170816

인천 참 오랜 만에 갔다.딱히 손 꼽아 갈 일이 없었음에도 갑자기 지인과 연락이 닿아, 마침 이튿날 건강 검진도 있고 해서 동인천까지 찾아 갔더랬다.건강 검진이라 저녁 식사 이후 금식에 금주, 이튿날 아침 이후론 물도 마시면 안 된다길래 해 지기 전 일찍 만나 동인천역 가까이 있는 신포시장을 찾아 갔다.내가 좋아하는 닭강정을 못 먹어 아쉽지만 신포순대로 만족해야지. 예전 서인천역이 아니었나 싶었던 인천역 옆 파라다이스 호텔은 올림포스 호텔로 바뀌었고 나머지 동네 풍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연세 많은 건물이라 곳곳에 티가 나는 반면 그래도 예전에 호텔이 아주 귀하던 시절 지은 만큼 위치나 전망은 굿!월미도가 인척임에도 밤이 되자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과 달리 이 일대는 항구에서 뿜어대는 둔탁한 기계음만 들리고..

일상_20161217

주말 늦은 밤에도 간단히 짐을 차려 가출한 건 빠듯한 시간에 운동이란 걸 하기 쉽지 않아 편한 주말 밤을 이용하게 된다. 더불어 야외에서 음악도 즐기고~ 반석산 둘레길은 야자매트로 정갈하게 닦여 있건만 가을을 지나면서 떨어진 낙엽에 초토화 되었다.밟을 때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겨울이 지날 수록 낙엽이 먼지로 변하면서 사그라드는데 경쾌한 발걸음을 도와주는 지라 은근 기분이 좋아부러. 오산천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동탄2신도시는 이제 암흑의 옷을 벗고 활기차고 화려한 문명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둘레길을 따라 쭈욱 걷다 보면 암흑 속에서 두터운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급작스레 들리며 무언가 빠르게 움직인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꿩과 고양이, 고라니 되시겠다.내가 흠칫 놀랄 정..

일상_20161204

부쩍 짧아진 낮에 부쩍 추워진 바람살이 영락 없이 겨울이다.11월이 되도록 가을 낙엽이 꽤 많이 붙어 있다고 좋아라 했는데 찬바람 앞에선 장사가 없나 보다. 초저녁임에도 밤이 되어 반석산 둘레길을 혼자 다니는 재미를 붙여서 한껏 음악을 틀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거닐다 만난 자전거를 타던 반가운 사람들.오후 5시 반인데도 깜깜해져 둘레길은 이미 텅 비었다.밤에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초점을 잘 잡지 못하는 구만. 쉴 새 없이 걷다 뜬금 없이 나비가 날아 다닌다.이 녀석만 있는게 아니라 종종 등불 주위를 맴도는 녀석들이 눈에 띄는데 낙엽 색깔과 거의 같아서 바닥에 앉아 쉬면 잘 표가 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입바람을 훅 불면 그제서야 '들꼈구나' 싶어 또 사정 없이 날아 다닌다. 노작박물관으로 ..

일상_20161129

시청 뒷편 소호정 괴기국은 딱 내 취향이긴 하나 여긴 한결 같이 불친절하다.원래 안동국시 전문점으로 알고 가끔 찾아 전 정도 추가하기도 했지만 국시만 먹다 지인의 권유로 국밥을 한 입 넣는 순간 삘은 통했는데 비싼 돈 싸들고 찾아가 내가 부탁하러 왔나 자괴감 든 적도 있었다. 식사 후 커피 한 사발 들고 거리를 채운 집회 인파 속에 잠시 서 있다 다시 돌아간 날.찾아오는 겨울이라 제법 춥게 느껴졌다.

반갑다, 첫 눈_20161126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첫 눈?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

일상_20160402

4월이 들어서 날은 많이 따스해 졌는데 대기는 미세 먼지로 홍역 앓이에 심각하다.이게 월매나 심각하냐믄 가까이 있는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에 공기 중에 텁텁한 스멜이 후각 세포가 지칠 틈도 주지 않는다.날 좋은 봄에 먼지로 황폐해진 대기라...겨울 동안 응어리진 기운을 봄 기운 처방으로 많이 이완시켜야 될 판에 이런 우중충한 늬우스들은 뛰어 오르려는 스프링을 어거지로 억누르는 형세다.그 와중에 주말이 왔는데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마냥 헤엄칠 내가 아닌 만큼 쿨하게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몸풀기에 들어 갔다. 영양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봄 기운을 받아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다.앞 전에 나온 새싹(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두 녀석은 끝내 씨앗의 딱딱한 껍..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일상_20151021

퇴근길에 부쩍 쌀쌀해진 바람살이 몸을 잔뜩 웅크리게 하여 몸이 찌뿌둥한가 했두마 날 자체가 추운게 맞구나. 가을이 금새 몸을 뺄려고 그러나? 때마침 내 전속 교통 수단인 광역버스에 내려 걸아가는데 이렇게 낙엽이 자욱하게 깔려 걸을때마다 폭신한 느낌에 쓸리는 소리가 살살거린다.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 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을 야경이 없는 아쉬움을 벗어 던지려고 카메라로 사진을 몇 장 남겼는데 저 가을 빛깔은 대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게 완전 틀리다.낮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밤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그 만의 색상이 또 다르군. 이건 사이 좋게 골고루 자리를 틀고 각양각색으로 누워 휴식을 취하는데 낙엽 하나만 보면 누런 것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경쾌하지도 않은 것이 별 볼 일 없는 것을 같이 모여 있으면..

가을이 오는 청풍호_20150913

여행의 끝은 늘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며 일상에 심취할 수 있어, 그래서 여행은 흥겨운 기다림이다. 영월 시내를 돌아 보고, 상동과 모운동까지 아우를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의 백미는 아마도 상동이 아닐까?등에 맨 가방이 무거우면 어깨가 힘든데 반해 가슴에 만족이 가득하면 도리어 걸음은 가벼워지더라. 영월 모운동과 상동을 다녀온 저녁, 여전히 암흑으로 세상이 바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큰 무리 빛은 국민연금공단 인재원이고 우측에 비봉사는 여전히 미세한 빛을 방출하며 존재감을 알려 준다.하단 불을 밝혀 놓은 청풍리조트의 청풍호와 접한 공원은 사진을 찍곤 바로 불이 꺼져 버렸다. 높디 높은 가을 아래 펼쳐진 청풍호의 전경.아주 속이 다 스원하구먼. 청풍랜드에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고함소리가 숙소까지 ..

일상_20150703

특히나 청명했던 날. 종종 찍는 달 사진이지만 이날은 몇 년만에 대기가 가장 깨끗한 날이라 달 사진이 더 선명하고 저 분화구 같은 꼼보의 입체감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유별나게 티나는 청명함이라 집안에서 망원과 광각을 번갈아 가며 교체해서 찍어 보았다.하늘 뿐만 아니라 평소 보이던 사물들의 윤곽이 더 선명하고 색상도 또렷하여 닭살이 파릇하게 돋아날 정도였다. 지도를 찾아 보니 여기가 오산이다.산 너머 아파트에 삼미마을이 선명한데 지도상 여긴 오산 세교신도시 남단 A7 블록의 16단지고 그 너머가 오산 시가지로 평소 여기를 보면 항상 흐릿하게 보이던걸 비교하면 무쟈게 또렸한 거다.특히나 건물의 색상까지 보일 정도라 블로깅 전 사진을 확대해 보니 여느 회사들처럼 큰 타이틀도 보이고 오래된 듯한 교회당의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