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가 각인한 강변 기암절벽에서 가을 내음 한껏 실은 바람과 만났다.북녘에서 불어온 바람은 철새처럼 사뿐히 날아와 녹음의 둥지를 깨우고, 그 맹약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우린 집으로 향했다.얼마 남지 않은 삶을 한탄할 바에 숙명에 순종하는 꿀벌은 잠시도 쉴 겨를 없이 꽃잎의 매혹적인 향취를 나누고 다듬으며 우울한 가을을 애써 떨쳐내는 날갯짓으로 참을 수 없는 조바심에 맹렬히 경련했다.무명 배우처럼 이름 없는 기암절벽은 오늘도 숨죽인 채 남은 한 해를 다듬었다.이튿날 가족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식사를 끝내고 간단히 소일거리로 청소, 정리를 분담했다.아무래도 산골이라 수도권에 비해 가을이 일찍 물들기 시작했는데 땅에 붙어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의 경우 마지막 불꽃 대신 화려한 꽃망울을 활짝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