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대중교통으로 봉화 가는 길_20221001

사려울 2023. 12. 5. 22:05

세상사 다가올 시간처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
유쾌한 기분이 아님에도 아주 작은 감동에 부정의 먼지를 털었고, 무거운 걸음에 주문을 걸었다.

하루 중 눈이 맑아지는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커피 한 잔으로 마음에 먼지도 털고 걸음에 날개도 달았다.
언젠가 맥북 충전 빵빵하게 해서 저 구석탱이에 앉아 넷플릭스 한 번 때려야 되겠다. 

가족 모임으로 퇴근해서 바로 청량리 열차를 탔다.

단양을 지날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영주에 진입하며 내릴 채비 중 가을 들판이 너무 이뻐 일어서기 전 사진으로 담았다.

가을이 물든 들판은 언제나 이뻤다.

영주역에 도착하여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한창 공사 중이었다.

 

영주 가는 길_20150626

영양을 목적지로 금요일 칼퇴근 후 청량리역에서 영주행 열차에 몸을 싣고 가던 중 한강 두물머리를 지나면서 강도, 하늘도 광활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북한강 위를 공중부양해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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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역_20180908

큰 누나를 뫼시러 영주역까지 왔다.얼마만 이지? 아마 2015년 청량리에서 영주역을 왔던 때가 희미하게 기억 난다.(영주 가는 길_20150626,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늘 여행의 첫길은 역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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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과 완연히 달라졌다.

7년 전에 기차 여행으로 영주역에 내려 가슴 부푼 기대를 추스른 기억이 신선한 곳이었는데 이제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봉화읍에서 픽업 오기로 했는데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 어차피 시간의 구애가 없어 느긋하게 가기로 하고, 봉화읍까지 운행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영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중앙로 하망동까지 이동하기 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영주역을 바라봤다.

영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도 안되어 하망동 중앙로의 '경북약국' 버스정류장에 도착.

비교적 도심인데 무척 조용했다.

아직 버스 시간이 좀 남아 있어 밖을 서성이는데 학생 한 명과 중년 여성 한 분이 버스 정류장에 들어섰다.

영주에서 쫄면으로 꽤 유명한 중앙분식이 도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여전히 줄지어 기다렸다.

추억은 있지만 내 입맛은 아닌 곳이라 별 감흥 없이 바라보다 다가온 버스를 탔다.

약 30분을 달려 봉화우체국 앞에 내렸고, 기대하지 않았던 화려한 불빛에 이끌려 내성천변으로 갔다.

축제가 있던 날이었는데 그래서 강변엔 온통 화려한 불빛 투성이었다.

픽업 오기 전까지 강변을 걸으며 어둠이 시작된 축제 현장을 기웃거렸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익숙하던 지역 축제가 금세 낯설어졌다.

때문에 축제 장터에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아 썰렁했는데 가뜩이나 경직된 실물 경제가 이렇게 체감이 되었고, 얼른 엔데믹으로 탈출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길 바랬다.

픽업을 위해 출발한 가족이 봉화우체국 인근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송이 축제현장을 떠나며, 마지막 익살스러운 빛의 유혹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7년 만의 청량리 기차 여행은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열차 편수가 많이 줄고 없던 KTX가 생기면서 속도에 잠식당했다.
또한 시간에 떠밀린 기차역에 추억은 그 밑으로 묻히고 시골 마을을 오가던 버스도 일찍 깊은 잠에 빠졌다.
어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충만하던 설렘도 퇴색된 풍선처럼 쪼글쪼글 위축되어 부질없던 허공도 그립기만 하던, 앞만 보고 달리던 인간의 사념은 마치 낡은 풍선 같았다.
불 꺼진 가을은 미처 냉기를 헤아리지 않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 마냥 공허가 습격했고, 애써 쫓기듯 심약한 불빛을 따라, 애써 초라함을 감추듯 잊으려 했다.
지역의 풍물축제 너머엔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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