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맞추기 힘든 사우들과 함께 1박 2일로 여정을 떠나기로 하고, 봉화로 가기 전 영주에서 집결하여 점심으로 쫄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영주에 도착했고, 훨씬 먼저 도착한 몇몇 일행들은 영주 무섬마을 구경 중이란다.
최종 목적지가 영주에서 한참 더 가야 되는 관계로 독촉하여 쫄면집에서 제때 만나 어렵게 주차를 한 뒤 식당에서 만났다.
6년 전 왔던 영주에서 가장 이름난 쫄면집인데 내 기준에서는 맛집은 아니고 다만 추억의 쫄면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
12시 30분 오픈 시간 동안 팬데믹으로 매장 시식은 어렵고 포장만 가능하단다.
일행의 쫄면 호기심에 몇 군데 중 여기로 집결했는데 일찍 줄을 섰음에도 23번째 대기에 주변에 꽤 많은 분들이 쫄면을 기다린다.
분식에 포함되는 쫄면 하나가 6천원이라 결코 분식값이 아닌데도 이렇게 줄을 쓴 거 보면 맛집의 영향력이란...
게다가 여긴 주변에 차량도 많은데 대부분 쫄면을 맛보러 온 분들이었다.
간장쫄면은 여기 트레이드마크라는데 난 그냥 양념쫄면이 좋은 뿐이고, 사우들은 간장쫄면이 입맛에 맞단다.
포장한 쫄면을 가지고 적당히 먹을 만한 곳을 찾다 봉화로 가는 길에 신암리에서 옆으로 살짝 빠져 적당히 그늘진 곳을 찾아 자리를 깔고 쫄면을 흡입했는데 나중에 떠날 즈음 알게 된 사실, 맛나게 쫄면을 먹은 장소가 사실은 정화조 위였다, 젭알!
먹을 때는 모르는 게 약이고 함께 해서 맛나게 먹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쫄면을 폭풍흡입한 후 안내한 첫번째 명소는 범바위고개로 절경을 잘 접하지 못한 사우도 있고, 종종 접하는 사우도 있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여행을 오게 된 설렘을 모두 누리고 있었다.
범바위고개에 서면 발 아래 굽이치는 낙동강의 까마득한 절경에 모두들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욱한 여름 잔해가 안개처럼 대기를 품고 있던 것과 달리 절벽을 힘차게 솟아오르는 바람 속에선 가을 내음이 잠시 잊었던 코끝 달콤한 신경을 깨웠다.
용이 기지개를 펴고 하늘로 솟구치듯,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이 굶주린 육신의 허물을 탈피하고자 크게 굽어 단숨에 먹이로 돌진하듯 깊은 백두대간을 뚫고 달려온 강은 바다로 용솟음쳤다.
함께 여정을 떠난 사람들과 맞이하는 설익은 가을 절경은 의지를 독려한 자에게 있어 크나큰 선물이었다.
범바위고개에 이어 명호이나리출렁다리를 들러 여러 산을 비집고 달려온 낙동강과 운곡천의 합류를 접한 뒤 다시 물길 따라 선유교로 이동했다.
아무도 없는 선유교에 도착한 뒤 급하게 달려온 잰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함께 절경을 느긋하게 즐겼는데 동행한 사우들은 아이처럼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마냥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물이 시간의 조각칼로 정교한 절경을 만들었다.
얼핏 강과 산은 기름과 물 같지만 기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다.
도가적 족적이 선명한 걸 잊더라도 강이 만든 절경 위에 서서 멈춘 시간처럼 잔잔한 강과 시간을 아로새긴 풍경에 심취하는 것도 꽤나 멋진 경험이다.
절경을 벗삼아 출렁이는 다리를 밟고 깡총거리는 토끼 마냥 신나는 놀이에 빠진 사이 문명의 먼지가 잔뜩 쌓인 어깨는 시나브로 날개가 돋았다.
먼 길 달려온 피로조차 이 멋진 장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이 어느새 피로는 필연의 삶을 반추시킨다.
아찔한 강과 출렁다리에서의 위험은 완전히 잊은 채 공중부양과 온갖 포효를 하면서 쫓아다니던 선유교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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