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비 그친 오지를 떠나며_20210826

사려울 2023. 2. 3. 03:10

어여쁜 호랑나비의 날갯짓에 넋 잃고 그 뒤를 총총히 따라 밟는다.
어릴 적엔 곤충 표본으로 메탄올 주사를 놓아 즉사시켰다면 이제서야 그 생명의 고귀함을 알게 되었고, 그러기까지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도 나처럼 고결한 존재임을, 그래서 요즘 보기 힘든 곤충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깨닫는다. 

내가 미행하는 것을 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제 할 일과 제 몸짓에 충실하다.

가을 장마를 피해 구름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 연화봉과 지날 때마다 신기한 산능선나무숲.
백두대간을 지날 무렵 끝없이 펼쳐진 장벽 위에 망루처럼 솟아난 구조물이 소백산 천문대로 고교 졸업 후 친구들과 오르면서 개고생한 추억을 묻은 곳이다.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는 백두대간을 지나기 전, 무겁던 하늘이 가벼워지려 한다.

백두대간을 지나 단양에 오면 고속도로 상행 정면에 이런 뷰가 눈에 띄는데 실제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반토막 나버린 숲의 단면 같다.

그래서 여기를 지날 때면 시선은 항상 여기로 향한다.

신기해서 언젠가 산자락으로 올라 궁금증을 해소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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