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평온에 심술이 난 물안개 사이로 금세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여울틈 사이로 숨어 있던 생명들이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양 다가와 툭툭 입을 맞혔다.
하늘이 떨구는 비는 여유의 향미가 곁들여지면 잠자던 자연의 협주곡이 되며, 수줍어 숨어 있던 안개를 춤추게 하며, 침묵하던 바람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래서 살짝 찍는 쉼표는 견줄 수 없이 감미로웠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차가운 여울에 살짝 발만 담근 채 잠잠해진 비를 피했다.
멀찍이 어딘가 숨어 있던 안개가 여울 위로 만개했다.
근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물이끼가 제법 끼어 있었고, 그걸 먹이 삼아 다슬기도 빼곡하게 있었다.
굵은 빗방울 하나 여울에 튕겨 수정 구슬이 생겼다.
비가 내려 그나마 수량이 늘었고, 물은 원래의 그 청정함을 되찾았다.
여기 물고기들은 사람이 신기한 지 어디선가 나타나 연신 피부에 입질을 해댔다.
그게 느껴질 정도로 녀석들의 입심은 힘이 느껴졌다.
'오늘 동네 잔칫날이냐? 특식 나왔네. 근데 어떻게 먹는 거지?'
그렇게 말하듯 떼로 다가와 한 번씩 툭툭치고 갔다.
작거나 크거나 할 거 없이 툭툭 건들고 다시 다가와 똑같이 반복했다.
비가 적게 내린 여름이라 여울 수위는 낮았지만 그래도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처럼 밤새 물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여기 오면 늘 그랬다.
밤새 적막을 가득 메운 건 늘 여울 소리였다.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그 이끼를 벗 삼아 여러 새 생명들이 자라는 곳이라 늘 싱그러웠다.
집으로 가는 길에 브런치 삼아 다덕약수터에 들러 해결했다.
여기 오면 적어도 물 한 병은 담아가야지.
천연 소화제 아닌가.
비가 내리던 날이라 짧은 휴식을 끝내고 돌아오던 중 휴게소에 아이 하나가 웅크리고 비를 피하고 있다 눈이 마주쳤다.
차로 달려가 밥 한 줌 가져온 사이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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