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들판의 강인한 생명_20211115

사려울 2023. 2. 8. 01:42

들판에 무심히 자란 생명들도 제대로 알게 된다면 향내 그윽한 봄나물 못지않다.
진면목을 알고 있는 시선은 귀한 나물이 되지만 내 눈엔 그저 들판 위의 여타 생명들과 다를 바 없다.
집에 가져와 겉절이 해서 한 입에 쏙 넣으면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묘한 향이 기지개 켜듯 기나긴 여운을 남기고 후두덮개를 간지럽힌다.

이거 꽤나 귀한 나물이라는데 마치 봄동 축소판 같다.

이름하야 곰보배추~

이건 황새냉이란다.

SNS는 내게 없는 지식도 척척 챙겨준다.

가르쳐 주신 분, 감사합니다~

매발톱.

황새냉이.

들판에 심어 놓은 단풍나무와 곰보배추를 캐던 중 이웃사촌이 있어 사진을 몇 컷 찍었더랬다.

황새냉이를 보면 강인한 생명력의 상형문자 같다.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하며 겨울에도 생긋한 모습이다.

거미줄이 감고 있는 것 또한 겨울을 앞둔 생명들이 기댄다.

집에서 만 2년간 키웠던 어린 단풍나무가 들판에서 제 세상을 만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 강인한 생명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란 듯 붉은 희색이 감돈다.

사진엔 없지만 깊은 오지마을에 가끔 냥이나 어린 삵이 보여 행여 넉넉한 밥을 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휑한 바닥이 드러났다.

냥이를 입양한 후부터 여행 봇짐에 냥이 밥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제대로 된 나눔이 되면 괜히 흐뭇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소복이 놔뒀는데 꽤 많이 먹었다.

가끔 어린 삵을 보긴 했지만 누가 먹었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주 잠깐의 도움이 다행인 거다.

하루가 질 무렵,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넘어가기 전 옥방생약수터에 들러 생수 한 컵씩 마시고 옥방정류소를 거쳐 국도에 합류했다.

해가 질 무렵이라 굴뚝 위로 내뿜는 연기는 구수한 가을 정취를 덧칠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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