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자연이 숨겨둔 관창폭포_20211003

사려울 2023. 2. 5. 03:26

마지막 여정은 선유도와 가까운 관창폭포로 자연이 예리한 칼로 거대 바위를 수직으로 자른 뒤 모서리에 작은 틈을 만들어 물길을 틔어 놓았다.

자연이 취할 수 있는 거대 전위 예술이라 해도 자로 잰 듯 어떻게 이리 정교한 형태가 나올 수 있을까?

근래 공원을 조성하면서 인공 폭포를 만들어 놓은 지자체 몇 군데가 있는데 이 또한 인공 폭포라 착각될 만큼 폭포 주위를 둘러싼 수직 바위는 자연의 작품이라 쳐도 모서리 틈에 물이 쏟아져 내리고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폭포를 감싼 수직 바위가 언뜻 폭포의 형체를 은폐시켜 놓았다.

바로 앞에 서서 폭포를 목격하지 않는다면 웬만큼 가까운 거리에서도 우렁찬 폭포 소리만 날 뿐 여간해서는 폭포를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없다.

두 번째 만나는 폭포라 그 사이 낯익어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찾아간 사우들은 다시 신이 났다.

 

금단의 영역, 관창폭포_20190516

정글처럼 깊고 눅눅한 습기 내음까마득한 산 속처럼 칼로 도려낸 듯한 수직의 바위만년설로 뒤덮혀 메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물길더불어 언뜻 보게 되면 소리만 공명시킬 뿐 눈에는 전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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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에 접근하는 방법은 이 방향 뿐.

가까이 다가설수록 폭포수가 요란하나 형체는 보여주지 않지만 소리의 진원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바로 폭포 앞에 섰을 때만 그 또렷하고 신비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퇴계 이황은 관창폭포에 대해 "높은 벼랑에 절벽이 뚫린 지 몇 해 성난 물줄기 천길 쏟아져 희 비단 드리웠네 우렁찬 소리 바위 숲 흔들어 귀신도 도망가고 한 구역 영물이 모두 신령한 산일세"라고 노래 부른 걸 보면 원래부터 있던 폭포임에 틀림없다.

폭포 정면에 섰을 때 후면은 예리한 칼로 바위를 도려낸 것 같은 수직 절벽으로 어디선가 타고 내린 물 때문인지, 아니면 바위 울타리로 인한 격리된 공간을 맴도는 습기 때문인지 늘 젖어 있었고, 공기 또한 텁텁한 물 내음이 짙었다.

캠프파이어 겸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와 오래 머무르지 않고 떠나며 힐끗 폭포를 향해 뒤돌아보자 늘 경쾌한 소리와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관창폭포의 짧은 만남을 정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리를 준비하는 사이 옆에서 배시시 웃는 구절초의 모습에서 점점 깊어가는 가을 정취가 휴식과 함께 가슴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한껏 도치된 기분 따라 밤이 깊도록 이야기 불꽃은 꺼지지 않았고, 그렇게 짧은 시간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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