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이른 가을 흔적 봉화와 안동 고산정_20221002

사려울 2023. 12. 5. 22:09

유구한 역사가 각인한 강변 기암절벽에서 가을 내음 한껏 실은 바람과 만났다.
북녘에서 불어온 바람은 철새처럼 사뿐히 날아와 녹음의 둥지를 깨우고, 그 맹약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우린 집으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한탄할 바에 숙명에 순종하는 꿀벌은 잠시도 쉴 겨를 없이 꽃잎의 매혹적인 향취를 나누고 다듬으며 우울한 가을을 애써 떨쳐내는 날갯짓으로 참을 수 없는 조바심에 맹렬히 경련했다.
무명 배우처럼 이름 없는 기암절벽은 오늘도 숨죽인 채 남은 한 해를 다듬었다.

이튿날 가족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식사를 끝내고 간단히 소일거리로 청소, 정리를 분담했다.

아무래도 산골이라 수도권에 비해 가을이 일찍 물들기 시작했는데 땅에 붙어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의 경우 마지막 불꽃 대신 화려한 꽃망울을 활짝 열어젖혔다.

 

곰보배추(배암차즈기)는 고도가 낮은 지역의 다소 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밑을 향한 잔털이 있으며, 높이 30~70cm다. 뿌리잎은 꽃이 필 때 마른다. 줄기잎은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 길이 3~6cm, 폭 1~2cm,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줄기 끝과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난 길이 8cm쯤의 총상꽃차례에 달리며, 연한 보라색이다. 꽃부리는 길이 4~5mm, 작은 입술 모양이다. 수술은 4개지만, 2개만 완전하다. 암술은 1개이며, 끝이 2갈래로 갈라지고, 꽃부리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소견과이며, 넓은 타원형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중국, 일본,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분포한다. 이 종은 줄기에 붙는 잎몸이 장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으로 단순한 점에서 1~2회 새깃 모양으로 완전히 갈리는 둥근배암차즈기와 구별되고, 난상 심장형인 참배암차즈기와 구별된다. 전초를 약용한다. 매년 곰보배추를 뜯는 자리에선 어김없이 녀석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출처] 배암차즈기_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생물종 상세정보 배암차즈기 bookmark_add Salvia plebeia R. Br. 고도가 낮은 지역의 다소 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밑을 향한 잔털이 있으며, 높이 30~70cm다.

species.nibr.go.kr

굳이 욕심 내지 않고 몇 뿌리 캐어 겉절이를 딱 한 번 해 먹으면 별미로 그만이었다.

식물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어 이건 뭔지 모르겠다.

베란다에서 2년 동안 자란 단풍을 여기 옮겨 심었는데 제철을 만난 꽃처럼 쑥쑥 자랐다.

처음엔 온실 속에서 자라 제대로 생존할까 의심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고, 집에서 2년 동안 자란 것보다 야생에서 자란 1년이 더욱 부쩍 자랐다.

정이 든 녀석이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기 올 때마다 녀석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장미 울타리에서 꽃 하나가 불쑥 만개했다.

조금 뜬금없긴 하나 살아있다는 방증으로 여겼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 생명들은 다음 해를 위해 본능적인 생존에 분주했다.

어릴 적 들판에 흔했던 요 녀석은 포도처럼 익었을 때 무쟈게 따먹었다.

달싹한 맛이 주전부리로 손색이 없었는데 한 동안 잊고 지내다 여기서 만날 줄이야.

깊고 작은 여울 너머 인적이 전혀 닿을 수 없는 산허리에 벌써부터 가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여름 동안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짙은 초록이 요지부동이었는데 가을이 오면서 여름을 대표하는 초록과 다시 만날 기약을 남기고 훌훌 털어내는 중이었다.

고산정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조선전기 문신 금난수가 건립한 누정으로 1992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고산정은 정유재란시 안동 수성장으로 활약하여 좌승지(左承旨)에 증직(增職)된 바 있는 성성재(惺惺齋)금난수(琴蘭秀)의 정자로 안동팔경(安東八景)의 하나인 가송협(佳松峽)의 단애(斷崖)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데, 정자의 주위에는 외병산(外屛山)과 내병산(內屛山)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낙동강의 상류인 가송협의 건너에는 송림과 함께 독산(獨山)이 솟아 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고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자연석으로 축대를 높게 쌓아 대지를 조성한 후, 얕은 기단위에 자연석 덤벙주초를 놓고 기둥을 세웠는데, 기둥은 원주를 사용하였다. 주두(柱頭)의 상부에는 보아지를 끼웠으나 외부에는 초각(草刻)을 하지 않고 내부에만 초각을 하였다.
가구(架構)는 5량가(五樑架)인데 종량(宗樑) 위에는 키 큰 동자주(童子柱)를 세워 여기에 소로[小累]를 끼워 장여[長舌]와 창방[昌枋 : 대청 위의 장여 밑에 단 도리]을 받게 하였으며, 좌측 마루상부에는 우물반자를 설치하였고 귀에는 선자연(扇子椽 : 부채살같이 댄 서까래)을 걸었다.
평면은 가운데 칸의 우물마루를 중심으로 좌 · 우에 온돌방을 꾸몄는데 좌측방은 통으로 틔워 한 칸으로 하였으나 좌측방은 뒤쪽의 1칸 만을 온돌방으로 꾸며 마루는 ㄱ자형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전면과 양측면에는 계자각 난간(鷄子脚 欄干)을 둘렀는데 정자로의 출입은 난간의 양측 끝에서만 하게 하였다.
[출처] 고산정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산정(孤山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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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새긴 유구한 시간의 상형문자, 인간이 외치는 영원에 소리 없는 비소 같았다.

자연의 유구한 작품에 인간이 살짝 덧칠한 고산정.

한 무리 코스모스를 쓸어 넘기듯 한차례 바람이 불었고, 그 뒤를 따라 꿀벌이 분주했다.

꿀벌에게 가을은 낭만이 아니라 마침표이자 겨울을 넘겨 재탄생을 위한 치열한 생존이자 사투였다.

그래서 옆에 누군가 있더라도 자석처럼 꽃에 집착적으로 이끌렸다.

이로써 고산정이 보이는 가을을 뒤로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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