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58

오래된 약수터, 오전약수_20210615

오전약수탕이 있는 마을은 예전에 쑥밭이란 뜻에 애전(艾田)으로 불리던 곳인데 이 쑥밭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 지역이 물이 합수되는 지역이라 하천이 범람하여 항상 늪지대였기에 그런 뜻으로 수전(水田)이라 하였는데, 다른 말로 쑤뱅이라 불리던 것이 쑥밭으로 변경되었다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이곳 약수물이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문둥병 환자들이 약수를 먹고 몸을 씻고 이 지역에 있는 쑥으로 피부에 뜸을 뜨고 달여먹고 하여 병을 고쳤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 쑥밭이라 불리웠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오전 약수터는 물야면 오전리 후평장과 춘양 서벽장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봇짐장수(褓負商) 곽개천이라는 사람이 서벽장을 보고 주실령을 넘어 후평장으로 가던 어느 날 쑥밭에서 잠..

새벽 내음_20200515

가족들의 쉼터가 있는 오지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쉴 새 없이 비가 내린다. 방수 재킷을 걸치고 잠시 빗소리를 감상하다 보면 세상 시름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지고, 자칫 무료할 것만 같은 문명이 차단된 곳임에도 화이트 노이즈가 있어야 될 자리에 차분한 대화가 자리 잡는다. 평소 얼마나 다양한 문명의 도구에 시간을 바쳐 왔던가. 이른 새벽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저귀는 새소리는 건조한 소리에 익숙한 청각에 단비를 뿌려준다. 동 틀 무렵 밤새 지치지 않고 흐르는 여울로 나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곁들인다. 잠에 취한 눈에 비해 머릿속은 놀랍도록 맑아진다. 산골에 맺힌 빗방울은 도시와 달리 더 영롱하고 쨍하다. 아주 미묘하게 약초향이 가미된 영락없는 미나리와 같은 녀석은 산미나리란다. 이미 꽃이 만발하여 먹기..

예천에서 봄을 채취하다_20200328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렸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예천으로 출발하기 전, 여울에 잠시 손을 담궈 작별 인사 치례를 했는데 수풀이 무성한 여울이 겨울을 지나 아직은 여울을 감싸는 나뭇가지가 앙상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허전해 보였다. 그래도 계절과 건기, 우기 구분 없이 수량은 풍부해서 밤새 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했고, 서브리미널 효과 인지 숙면을 취했다. 의외로 맑은 물에 비해 물이끼는 눈에 띄지만 봄을 지나 여름이 오면 수풀이 우거지며 다슬기가 말끔히 청소하겠지? 예천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풍기를 지나 꼬불꼬불 산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시간이 걸려 이왕 갈 거면 일찌감치 출발해야겠다. 예천으로 넘어와 머위와 진달래를 따다 봄 향기에 취한다. 예천 사유지는 머위 군락지..

비 개인 봉화의 밤하늘_20200327

떠나는 길에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내내 비가 내렸는데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자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다. 구름이 걷히고 기습적인 추위와 청명한 별빛이 빈자리에 들어앉는다. 아쉽게도 은하수는 없구먼. 조약돌 사이로 쑥이 봄맞이 나왔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인적 없는 깊은 산골에 빛 방울이 반짝인다. 하늘엔 별이, 땅엔 이슬이 하늘하늘 빛을 품고 밤새 초롱이며, 어느새 나누던 안부에 차가운 봄이 시간을 타고 흘러가 버렸다.

힘찬 여울 소리에서 휴식_20200311

사회적 접촉은 피하되 봄에만 누릴 수 있는 봄나물을 만나러 오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날, 전날 내린 비로 토양은 한층 싱그럽다. 전날 밤에 도착하여 불빛이 전혀 없는 암흑에 앉아 경쾌한 빗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고, 그래서 느지막이 일어나 끊이지 않고 들리는 물소리에 이끌려 잠시 여울가에 서서 힘찬 여울소리에 빠져든다. 때마침 약속한 것도 아닌데 큰 매형이 새벽에 들렀고,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일찍 청량산에 들렀다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함께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 자리를 털고 출발한다.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해서, 부쩍 가물어서 수량의 편차가 들쑥날쑥한 여울이 아니라 4계절 내내 거의 일정한 편인데 심리적인 건지 비로 인해 흐르는 물살이 세차게 들린다. 계절은 완연한 봄인데 코로나1..

이른 아침의 적막_20191018

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