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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능이 식당 솔봉이_20190516

봉화에 오면 능이나 송이 요리의 전골, 백반을 자주 먹었는데 영주 도심에 있는 동궁을 찾다 빈정이 상해서 다른 집을 물색하던 중 봉화 내성천변에 있는 솔봉이를 방문 했다.동궁과 지극히 주관적인 비교를 하자면 여긴 풍성함에 비해 퀄리티는 아주 높지 않지만 평타 이상은 한다.동궁은 가짓수가 여기 보다 조금 적지만 맛은 조금 더 세련된 수준이랄까?허나 볼륨과 나물 무침은 여기가 좀 더 낫다. 경상도 음식 치고 꽤나 가짓수가 많은데 특히나 녹색 나물 무침들은 감칠 맛 난다.동궁을 가다 결정적으로 발길을 돌린 건 첫 방문 때만 음식을 제대로 음미했고 그 이후 어눌한 한국말 쓰시는 분의 빈정 상하는 상스러움에 단 돈 10원도 아깝다는 주관에 발길을 끊었다.어차피 내가 아니라도 갈 사람들은 얼마 든지 가니까 그런 마..

범바위를 굽이 치는 낙동강_20190516

관창폭포에 이어 찾아간 범바위 전망대 또한 사람들 사이에 그리 알려진 공간이 아니다.명호면을 지나 시골 치고는 잘 다듬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 춘양 방면으로 빠지자 얼마 가지 않아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나오고 이내 한 눈에 봐도 여기가 전망대 구나 싶은 곳이 바로 범바위 전망대다.감히 낙동강 최고의 전망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단언해도 좋을 만큼 절경이라 하겠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이는 절경.절벽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범상치 않은 절경을 보상한다. 조금은 우습게 생긴 외모의 범이지만 이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절경은 절대 예삿내기가 아니다.억겁 동안 계곡을 깎고 깎아 번뜩이는 뱀처럼 휘감는 강의 기세는 첫 눈에 감탄사를 연발시키지 않고는 못 버티게 만든다.이 작은 겨레의 땅에 깨알처럼 숨겨..

금단의 영역, 관창폭포_20190516

정글처럼 깊고 눅눅한 습기 내음까마득한 산 속처럼 칼로 도려낸 듯한 수직의 바위만년설로 뒤덮혀 메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물길더불어 언뜻 보게 되면 소리만 공명시킬 뿐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폭포가 있다.조물주가 거대한 바위를 이 자리에 두고 예리한 칼로 수직의 평면을 완성시켰고, 자연은 그 견고한 그릇에 물줄기를 그어 영속적인 징표를 약속 했다.변함 없는 관심을 두겠노라고, 그래서 늘 생명이 외면하지 않게 하겠노라고.깊디 깊은 비밀의 방에 그들만의 세상인 양 날벌레와 꽃 내음이 진동을 한다. 관창폭포를 찾은 건 온전히 지도의 힘이다.종종 가는 봉화 인근에 뭐가 있을까?산과 계곡이 깊다는 특징 외에 디테일과 지식이 없어 자근히 찾던 중 눈에 띄는 몇 군데를 발견하고 후기를 찾아 보는데 정보가 ..

청정의 봄을 찾아_20190516

많은 봄의 물결이 출렁이던 하루, 산 속에 숨어 수줍은 듯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화려한 빛과 향긋한 내음을 서로 나누는 봄을 마주한다.오감을 매혹적으로 반긴 장본인들은 문명의 세계와 조금 거리를 두고 관심과 상관 없이 숙명적으로 계절을 보낸다.이름도 모를 수 많은 봄들은 오로지 다른 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며 그렇다고 이기심은 전혀 없이 공존공생한다. 봄꽃 치고 매혹적이지 않은 게 무어냐 마는 녹색 바다 위에 유독 이 녀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품을 뿜어 보호막으로 삼는 벌레는 평창 두타산에서 이 녀석을 처음 알게 되었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 좁쌀 만한 하얀 작은 꽃들이 모여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 녀석은 산미나리라 불리며 미나리 대용으..

살포시 잠든 밤 이슬_20190515

정신 없는 일상을 지나 잠시 주어진 여가를 활용하여 야반 도주하듯 오지 마을에 도착했다.대략 22시가 넘어 도착해서 꽤나 밝은 랜턴을 틀어 불빛이 전혀 없는 마당을 비추자 사람이 거의 찾지 않았다는 반증처럼 마당에 땅딸막한 수풀이 우거지기 일보 직전인데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 밝혀 놓은 랜턴의 불빛을 반사 시키며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다.무얼까? 수줍음 많은 이슬이 밤에 지상으로 내려와 소근거리며 생명의 벗이 되어 준다.어떤 생명에겐 세상을 통찰한 바람이 스승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생명에겐 삶을 위협하는 천적일 수 있으려나?이슬은 그런 넋두리를 들어주느라 밤새 뜬눈으로 귀를 기울이다 해가 뜨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허나 반기지 않더라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시 찾아와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 또 ..

일상_20190509

성탄절과 석탄절은 우리 같은 무신론자들에게 뽀나스 같은 날이다.이번엔 일요일에 걸쳐 있어 멀리 떠나기엔 빠듯하고 집에 붙어 있기엔 황금 같은 봄날이 아까워 사찰에 슬쩍 가봤다.물론 인파를 피하기 위해선 엄청시리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되겠지만. 동자와 연등이 유별나게 빛나던 날, 특히나 동자의 삿대질도 눈에 띄인다. 범종이라 해야 되나?교회도, 절도 종을 사용하는 거 보면 이 무거운 주철이 내는 청명하고 오묘한 소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부분이 있나 보다. 사찰 한 쪽에 이렇게 화사하다.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왠지 이 노랫말이 이명처럼 들린다. 텅빈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셔터를 눌렀다. 매혹의 양귀비. 만의사에 다녀온 뒤 또 다시 동탄을 배회..

어버이 날~_20190508

년 중 절대 잊어선 안 되는 날인데 전날 퇴근 무렵 후다닥 준비한 카네이숑은 사실 끝물이라 꽃잎 상태가 괜춘하면 꽃봉오리가 삐리리하고, 꽃봉오리가 탱글하면 꼭 꽃잎 하나 정도 겁나 티나게 젬병 같았다.하는 수 없이 만개한 꽃은 적지만 봉오리가 괜춘한 녀석을 골라 가져 왔는데 다음날 아주 이쁘게 얼굴을 활짝 열고 째려 본다. 저녁엔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나누기로 했는데 미리 예약한 식당에 들러 자리를 깔고 앉아 폭풍 흡입 한다.가끔 딤섬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 중 하나, 몽중헌.덕분에 입맛만 올라가서 만두처럼 대량으로 찍어내는 맛과 식감은 식상해져 버린 모순이 있긴 하나 어쩔 수 없는 게로 본능에 충실히 따라 줘야지.딤섬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긴 부담이 좀 되고 해서 보통 다른 음식을 메인 메뉴로 대여섯 ..

일상_20190503

가끔 이른 아침에 기상해서 어렴풋이 밝아 오는 동녘을 바라 보면 짧아진 밤을 실감케 하는 해돋이를 볼 수 있다.하루가 다르게 점점 동북 방향으로 이동을 하는 해돋이는 매일 관찰하는 게 아닌 이상 그 날, 그 순간이 어쩌면 유일한 장면이 될 수 있겠다.동녘 마루가 붉게 물들어 카메라를 준비하는 순간 이미 해는 능선 위로 솟구쳐 세상을 밝히기 위해 사려 깊게도 어둠을 자근히 밀어 낸다.일출과 일몰이 시작과 끝이라지만 엄연히 다른 여운과 기운으로 망막을 두드려 댄다.참 다행이지?방에 있는 창 너머 이런 경관을 지켜 볼 수 있음이...

금강을 마주하는 향로산_20190430

작다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뭔 썰인고 허니 애시당초 무주 향로산 휴양림에 숙소를 잡으면서 그저 휴식만 취하는 이색적인 그렇고 그런 마실 뒷녘 정도로만 봤다가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연신 탄성을 질렀다.이 정도 삐까한 시설에 비해 옆차기 할 정도의 저렴함, 가뜩이나 겁나 부는 바람에 밤새 오즈의 마법사에서 처럼 공중부양 중인 통나무집이 헤까닥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함을 금새 잠재우는 묘한 매력.미리 계획했던 적상산을 다녀온 뒤 찔끔 남은 여유 덕에 향로산에 올랐다 초면에 무시했던 생각에 송구스럽기까지 했다.낮지만 지형적으로 큰 산들이 가진 특징을 아우른 멋진 산이란 걸 알았다면 진작 왔을 터인데.게다가 무주는 생각보다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가족 일원이 임시 둥지를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