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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워크샵 가는 날_20190525

여주를 다녀온 다음 날인 주말, 휴일 강화도 워크샵에서 마니산에 올라 나처럼 적나라한 전망 앞에 사우들과 함께 넋을 잠시 내려 놓았다.어쩌면 평지에서 보던 시야와 다른 경험을 지불하기 위해 이런 고진감래를 겪는 게 아닐까?쉽다는 건 식상해지기 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명목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기 쉬워 적절한 노력과 관심을 들여 감사와 감탄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겠다.깨달은 자만이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니산에 오르던 중 속도가 늦춰진 사우를 달래며 끝까지 올라갔다.정상을 앞두고 옆길로 잘못 빠진 것도 모르고 절벽이 주는 감탄에 힘겹게 오르던 잠깐의 과거도 잊어 버렸다. 월매나 다리가 후덜 거리고 뚝배기가 어지러웠으면 절벽 위에서 기어가는 굼벵이가 되어 버린 사우, 허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봉우리..

정적 짙은 파사산성_20190524

파사산성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와 순대가 유명한 양평 개군면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성으로 남한강이 지나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도 전망이 굿이다.전국 곳곳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찰진 만족을 주는 숨겨진 여행지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고요한 환경에 힘입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파사산성 또한 그런 범주의 여행지인데 세마대 독산성과 비슷해서 같은 고장 사람이라면 식상한 동네의 명승지 정도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여행자고 생애 처음 밟는 땅이라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다.천서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방면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포보 부근 대신석재가 있는데 거기 텅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걷지 않아 쉽게 산성의 성곽이 눈..

너그러운 남한강에 기대어_20190524

이튿날 커튼을 열어 젖힘과 동시에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실내로 넘쳐 들어와 호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을 때 자욱한 가로등 불빛에 호텔 옆 주차장과 공원만 비추며 활기가 넘쳤는데 낮이 되어 밖을 보자 익숙하던 공원을 비롯하여 밤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잔잔한 남한강과 그 건너 신륵사, 그 너머 광활한 여주의 평원까지 여지 없이 보인다. 남한강과 공원이 만나는 지점에 나루터가 있고 연이어 캠핑장이 촘촘히 박힌 너른 유원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침부터 워낙 따가운 봄햇살이 내려 쬐여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신록만 흥에 겨운 전경이다. 썬밸리 호텔에 자리 잡은 워터파크는 아직 뜨거운 여름 시즌이 오기 전이라 텅비어 있는 그대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여주에서 만난 야경_20190523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여주 시내가 보이는 한강의 너른 고수 부지에 산책을 하며 야경을 즐겼다.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그 길을 버리고 강 가까이 비포장길을 걸으며 마땅한 데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야경을 감상하는데 때가 때인 만큼 날벌레들이 가느다란 빛을 보고 모여 들었다.장노출할 의도라 비교적 긴 시간 머무르며 셔터를 노출 시켜 둔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문명의 빛을 바라보는 내내 평온한 기분이다.크게 화가 날 일도, 함박 웃음을 터뜨리던 일도 단편적으로 파편화된 기억 마냥 떠오르지만 당시와는 달리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걸 보면 순간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에 본질을 잊고 팔팔 끓어 ..

여주 온천_20190523

이틀 일정으로 비교적 가까운 여행지인 여주로 출발하여 해질 무렵 도착, 주저 없이 여주 온천으로 갔지만 1시간 후 클로징 한다며 5천원에 입욕 했다.한 쪽에선 마무리 청소에 들어가고 난 탕에 들어가 얼굴만 내민채 서서히 해가 지는 창 너머 풍경에 젖었다.청소하시는 분이 시간까지 편하게 있으라는데 후다닥 청소하는 환경이 그리 편할 수 있겠나. 여주 온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 했지만 이미 석양은 붉게 타올라 잠시 후 밤이 찾아올 기미가 보인다.주차된 차들이 많아 손님이 꽤나 있겠거니 했는데 온천 내부에 들어서자 혼자 뿐이다.그럼 다른 차들은 뭐지? 창포 꽃인가?나방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꽃잎에 앉아 쉬길래 폰카를 들이대자 슬슬 꽃잎에 몸을 묻으며 숨는다.사진으로 보면 나방의 대롱이 꽃 안으로..

일상_20190522

달콤한 봄 기운을 먹고 자란 베란다 화초들이 시나브로 만개하여 간직하고 있던 색들을 뽐내고 있었다.나의 무심함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 요 깜찍이 같던 녀석들은 시샘 없이 저마다 간직해 왔던 화사함으로 공기 중에 부서지는 햇살의 양분을 한껏 담으며, 그리워 했던 봄의 품에서 어리광을 피운다.그 사랑스런 모습에 주체할 수 없는 미소로 응대해 주며, 화사해진 하루를 맞이하는 건 일상적인 특별함이다. 손주가 어깨 수술로 잠시 불편한 외할머니께 영산홍 화분을 선물해 드렸는데 베란다 화단에서 무럭무럭 성장해서 이런 묘한 색감의 꽃망울을 틔웠다.꽃잎이 어떻게 투톤이지?사랑이 깃든 선물에 정성으로 가꾸어 꽃이 재롱을 피우는 거 같다. 모기가 싫어하는 화초라는데 꽃이 상당히 화려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마블링 된 것처럼 ..

일상_20190520

이제는 가끔이 되어 버린 맑은 대기는 들판 여기저기서 자라던 싱아처럼 점점 사라져 버린다.그런 지친 씁쓸함을 달래주는 게 바로 계절이라 여전히 세상에 남아 집착의 뿌리처럼 촉수를 사방으로 뻗힌 아카시아 향이 커다란 위안이자 친구 같다.살랑이는 바람결에 매혹적인 향을 살포시 싣고 다가와 속삭이는 그 노랫말이 향그롭던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온 대기에서 아카시아 향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곳은 없다.길을 걷다가도 그윽한 아카시아 향을 맡다 보면 잠시 나마 세상 시름을 잊고 후각의 긴장을 풀어 버린다.년 중 꽃 향기가 대기에 진동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고, 칡 꽃향이 강렬한 초가을 조차 이만큼 발길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넘실대는 바람에 봄은 덩달아 넘실대며 떠날 채비를 마친 듯 대기를 달군 낮이 등골에 땀 ..

막연한 추억과 그리움, 봉화역_20190516

막연한 기다림과 그리움.텅빈 시골 역의 허허로운 플랫폼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다 본다. 무심한 석양은 안중에도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서서 출발의 설렘과 도착의 안도를 얼마나 느꼈을까?덜컹이는 열차의 승차감이 무척 불편하건만 어색한 신경을 마비시키는 기대감은 설사 열차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제대로 된 자리도 없이 한정된 공간을 떠도는 와중에도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지루하던 불편은 금새 메말라 사라져 버린다.감정이란 오묘하게도 한 순간의 불편과 투정을 극도로 자극시켰다 이내 가라 앉고 모든 설렘에 몸을 맡겨 버린다. 시골 역 치곤 꽤 크다.해는 서녘으로 기울어 그림자도 덩달아 길게 늘어난다.가끔 시골 마을에 들렀다 간이역에 들러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플랫폼에 잠시 서서 텅빈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