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금강을 마주하는 향로산_20190430

사려울 2019. 8. 31. 05:28

작다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이 봤다.

뭔 썰인고 허니 애시당초 무주 향로산 휴양림에 숙소를 잡으면서 그저 휴식만 취하는 이색적인 그렇고 그런 마실 뒷녘 정도로만 봤다가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이 정도 삐까한 시설에 비해 옆차기 할 정도의 저렴함, 가뜩이나 겁나 부는 바람에 밤새 오즈의 마법사에서 처럼 공중부양 중인 통나무집이 헤까닥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함을 금새 잠재우는 묘한 매력.

미리 계획했던 적상산을 다녀온 뒤 찔끔 남은 여유 덕에 향로산에 올랐다 초면에 무시했던 생각에 송구스럽기까지 했다.

낮지만 지형적으로 큰 산들이 가진 특징을 아우른 멋진 산이란 걸 알았다면 진작 왔을 터인데.

게다가 무주는 생각보다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가족 일원이 임시 둥지를 만들어 놓은 봉화보다 시간적인 부담이 훨씬 적었는데 왜 이제야 너를 찾아 왔을까 후회막급이지만 있는 동안 눈은 무쟈게 호강한 기억 뿐이다.

단, 전망대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꽃이 많아 덩달아 신이 난 꿀벌들이 분주히 오고 가는데 까불지만 않으면 꿀벌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꿀을 펑펑 잡숫게 해 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라 귀엽기만 한데?!



적상산에서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혼자 가벼운 배낭만 챙겨 향로산 전망대로 향했다.

숙소를 위해 향로산에 온 거지만 도착해서 매력적인 산세를 봤을 때 문득 찾아드는 호기심-동네 뒷산인데 지자체에서 큰 예산을 쏟아 부은 이유가 있을 테니까-을 애써 떨치지 않고, 자주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거리라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크게 힘든 제약이 없을 거라 판단해서다.

작지만 선명한 오솔길을 따라 산능선으로 올라가자 육각정 전망대가 땋! 나타났고 주변을 조금만 둘러 보곤 호기심을 완전 해소할 수 있었다.



전망대는 이렇게 무주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면 다녀 왔던 적상산을 비롯하여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백두대간까지도 시야에 넉넉히 들어왔다.

여기서 탄성 한 번!




조금 서편으로 자리를 옮기자 옹기 같은 작은 산세를 파고 들다 다시 빠져 나가는 금강도 보인다.

내가 본 금강 최고의 조망이다.

한 자리에서 이렇게 멋진 경관, 아니 절경을 볼 수 있다니.

탄성 한 번 더!



마치 향로산 줄기가 금강을 애워싸거나 아니면 금강이 유구한 시간 동안 땅을 파서 향로산을 만들지 않았을까 착각이 들 정도 였고, 때마침 서녘으로 기우는 석양과 더불어 그 자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청량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육각정에 올라 파노라마로 촬영해 보면 더 쉽게 이해 간다.

산불 감시 초소가 여기 있는 이유도, 육각정 전망대와 휴양림이 있는 이유도 모두 이 자리에 서는 순간 아하!

지자체에서 자체 개발을 시작할 때 최고의 자극이 있어야만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동시에 입소문에 의한 시너지도 가능한 만큼 무주에서 이런 이유로 여기에 예산을 쏟고 홍보를 하는 구나 충분히 납득이 간다.



휴양림에서 운영하는 모노레일을 타게 되면 전망대까지 운행한다는데 그 정거장이 육각정 바로 옆에 이렇게 버티고 있다.

이 날은 운행하지 않는 날이라 텅빈 상태지만 행여 호기심에 정거장을 지나 갔다.




황량한 자리에서 눈에 띄게 고사리가 듬성듬성 나오고, 철조망이 쳐져 모노레일이 지나는 길에 접근을 막아 놓아 길이 요상하게 흘러 가는 낌새를 눈치채고 다시 왔던 길로 들어 서다 휴양림 내부로 내려가는 다른 길을 발견하고 거기로 발걸음을 돌렸다.



큰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올라왔던 길과 다른 길로 산 언저리 따라 내려가다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투숙중인 통나무집들이 보인다.

정면 가파른 비탈 위에 세워진 통나무집이 우리가 기거하는 숙소다.



길은 좁지만 가파른 산 언저리를 의지해 점점 내리막 길로 진행 되고, 어느 순간 통나무집보다 더 낮은 위치로 내려갔다.



나무 가지에 조금 가려졌지만 확실히 우리가 지내는 통나무집인 걸 알 수는 있다.



어느 정도 내리막길로 더 진행하자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산 규모에 비해 비탈은 가파른데 여기를 지나 개발된 휴양림 내부 도로와 연결되는 또 다른 길은 무척 가팔라 내려올 때 꽤나 긴장 했다.

전날 내린 비가 제법 많이 내렸는지 물이 훑고 내려간 흔적도 보이고, 도중에 아주 작은 여울도 만났다.




뿌듯한 내리막길을 따라 드뎌 휴양림 내부 도로에 진입하자 공원처럼 단아하게 꾸며진 쉼터가 있고 산에서 내려온 여울도 있다.




쉼터의 여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 순간 땅에서 샘 솟는 여울의 수원지가 나온다.

그래서 물 자체는 상당히 맑고 차갑다.



숙소를 갈려면 내려온 만큼 이 휴양림 도로를 따라 다시 올라 가야만 하는데 산세 자체가 가팔라 지그재그로 크게 굽이치는 오르막길을 따라 조금 걸어야 된다.

도로 너머 산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시선을 옮기면 좀전에 올랐던 전망대 육각정의 실루엣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숙소 바로 밑까지 가게 되고, 의외로 창 너머 아래로 내려 볼 때와 다르게 비탈은 덜 심하게 보인다.

두 번째가 우리 숙소 인데 옆에는 벌써 다른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창을 활짝 열어 젖혀 놓았다.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던 통나무집은 오르막길을 계속 오르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우리 숙소랑 사이즈가 차이 없어 보인다.

이게 휴양림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긴 해도 어차피 한 평 정도씩 차이 나니까 거의 비슷할 수 있겠다.

근데 이 자리가 전망이 최고일 거 같어.



통나무집이 아닌 여긴 동굴집으로 창은 없고 출입구겸 통유리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여기가 통나무집에 비해 사이즈가 더 크다.

거기에 지붕은 흙으로 덮어 작은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동굴집 위에 섰을 때 석양이 산 능선에 걸쳐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구나.



동굴집에서 정면을 바라 보면 요런 조망이다.

나쁘지 않은데 난 갠적으로 통나무집 조망과 구조가 더 마음에 든다.

일단 창 너머 산과 숲만 보이는데다 동굴집은 창이 없어 좀 갑갑한 느낌이다.



석양이 능선에 걸쳐져 있다 이내 조급히 서쪽으로 사라졌다.





통나무집은 인기 만점이다.

평일에도 여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또한 집마다 바베큐 시설과 앉아서 쉴 수 있는 너른 잔디밭에 개별 주차장까지 갖춰져 있어 시설이 독창적이며 쓰임새가 높다.

거기에 산의 지형을 활용하여 전망 또한 끝내 준다.



우리 숙소의 외형이 요렇다.

탁자가 위태롭게 흔들 거려 앉아 있기 어색했지만 아직은 산속 바람살이 좀 차가워 통나무집 안에서 간단한 식사나 커피를 해결했다.

저녁 때 맞은 편 통나무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늦은 밤까지 떠들어 댔지만 막상 숙소 안에 있는 동안 소음을 느낄 수 없었고, 술 자리를 마무리할 즈음 말끔히 정리하고 일사분란하게 숙소로 들어가 뒷탈 없이 쉬는 모습에 성숙한 사람들 같았다.

또한 그런 소음을 못 느낄 정도로 통나무집들 간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었고, 내부는 여전히 관리가 잘 되고 집기들은 무턱대고 싸구려로 채워 넣지 않아 공들여 운영 중인 낌새다.

둘 째날 마지막 밤은 첫 날과 달리 들떠있지 않고 차분한 밤을 맞이 했던, 그 만큼 만족도가 높은 잠자리를 가졌고 다시 찾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무주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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